-
-
백범일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백범 김구 자서전
김구 지음, 도진순 주해 / 돌베개 / 2002년 8월
평점 :
비범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백범에 대한 내 생각이다. 내가 코흘리며 고등학교를 다닐 나이에 국모를 시해한 왜놈을 쳐 죽이고, 도교의 접주이 되어 그 시대의 정치인 인생을 시작한 인물. 사실 나에게는 야망이 있다 .우리 모두 그런 야망이 있을 것이다. 유명해지고 영웅이 되고 싶은 마음.하지만 영웅이 되고 싶다고만 해서 영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노력을 하지도 않은 채 그저해바라기마냥 햇빛이 우리에게 쏟아지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해바라기도 햇빛을 받기 위해 그꽃의 방향을 돌리는데 말이다. 여러 위인들의 자서전을 읽어보면 그들은 영웅이 되고 싶어 그런 행동을 했다기 보다는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행하다 보니 일약 전국의 유명인사가 된 것이다. 그에게는 남들에게는 없는 비범함과 굳은 신념이 있었다.
나라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군생활도 별 무리 없이 했고,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것에 대해크게 불만 없이 감사하며 살고 있다. 이런 나에게 있어 백범처럼 혹은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처럼 행동할 수 있는 용기나 신념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나라를 위해 제 한 몸 희생하신 분들과 왜놈들의 억압에 숨죽여 사는 사람들 중 나는 어느 쪽일까? 백범 선생의 중국 임시정부시절의 기록은 읽는 것만으로도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한 국가의 임시정부가 36달러의 집세도낼 형편이 안 되서 집주인으로부터 독촉을 받고 먹을 것이 없어 어머니가 쓰레기통에서 찾은 배추를 절여 반찬으로 해먹는 상황에서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보았을 것인가.
책을 읽으며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그의 주변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이었다. 무슨일을 하든지 간에 누구와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들 한다. 백범 선생은 어린 시절, 동학의 접주 역할로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전투를 준비하던 때에, 명목상 적이었지만 안중근 선생의 아버지인 안태훈 선생이 그를 눈 여겨 보시고 서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밀약을 맺고 나중에는 백범을위해 집도 구해준다. 그 후 안태훈 선생의 소개로 고능선 선생을 만나게 되고 여기서 그의 신념과사상을 키우게 된다. 이런 인연으로 나중에 안태훈 선생의 아들들과 같이 일하는데 대표적인 인물로 안중근이 유명하고 백범의 배후에서 모든 일을 도맡아 처리한 안공근 역시 중요 인물이다. 또한백범의 인복은 임시정부 시절에도 이어져 몇몇의 어려움을 사람의 힘을 이겨내곤 하였다. 이처럼어떤 사람을 얻는가가 참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이번 여름 방학에 친구가 하는 프로젝트에 조력자역할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아마도 나를 동업자수준이나 파트너 정도로 내심 바라는 눈치였는데, 나에게는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방학이 끝나고 흐지부지하며 참여하지 않았다. 그친구에게 아쉬웠던 점은 대담성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을 얻고 싶으면 어떻게든 얻고자 하였어야했는데, 좋은 프로젝트를 하니 자연스럽게 참여하겠지란 생각은 사람을 얻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혹은 그 친구가 나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아 붙잡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친구의 고민도 프로젝트를 같이 발전시켜 나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같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얼마나 공유를 잘할 수 있는지, 그러한 가치를 어떻게 잘 전달해야 하는지가 개척자의 역할인 듯 하다. 한 명의 영웅뒤에는 그를 도와준 수많은 조력자들이 있었듯이 결국은 사람이 자산이고 경쟁력이라는 것을 잘깨달았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어느 기업의 슬로건이 백 번 옳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기간 중에 영화 ‘변호인’을 봤는데 참으로 느낌이 비슷하였다. 올바른 것을 위해 싸우고 옆에는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의 신념이 철저했기 때문에 그러한 찬사와 사람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흔들리지 않는 굳은 의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백범 선생의 끝없는 소원은 자유였는데, 2013년 우리는 지금 자유 속에 안녕히들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