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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 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외 지음, 박종성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5월
평점 :
중학교를 다닐 때, 바이올린을 배운 적이 있다. 음표 보는 법은 물론 박자 감각도 없었기에 선생님은 악보 위에 각각의 음표에 해당하는 번호를 써 주셨고, 번호에 맞춰 음표의 위치는 어딘지도 모른채 배웠었다. 그리고 지난해에 다시 한 번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어 학원을 찾아갔더니 어떻게 번호로 4권(4권 정도면 음표 정도는 다 안다고 한다.)까지 배웠냐고 놀라워한다. 놀라움도 잠시 음표를볼 줄 몰랐기에 결국 처음부터 배우게 되었고, 음표를 거의 다 배울 즈음에 다른 일이 생겨 바이올린 수업을 그만 두었다. 과거의 경험과 지금의 경험으로부터 악기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항상 음표를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 그런 고정관념은 산산이 부서졌다. 화가인파울 클레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각각의 음표에 패턴을 부여해서 들을수만 있을 것 같았던 음악을 볼 수 있게 만든 사람이다. 음표 위에 써 놓은 번호들은 음악을 기호화,수학화 한 것이고 일반적인 방법과는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배운 것이었다.
파울 클레처럼 일반인들은 생각하지 못한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이 이 책에서 분석된다. 다빈치나아인슈타인처럼 우리가 흔히 아는 사람들에서 라이너스 폴링이나 제임스 라이트힐처럼 전세계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창조성을 발휘한 사람들까지, 우리가 흔히 천재다, 타고났다 하는 인물들의 생각을 13가지로 분석해 놓은 이 책에서 창조성은 타고난 것이 아닌 어떤 공통의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상상력을 학습하기 위해 13가지 도구를 제시하는데, 예컨데 관찰, 패턴인식, 유추, 형상화, 차원적 사고 등이 그러한 도구들이다. 13가지 도구 중에 특히 흥미를 끄는 도구는‘놀이’이다. 우리는 모두 안다. 공부를 놀이처럼 하거나 일을 놀면서 한다고 하면 참 쉬울텐데라고생각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공존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책에 나오는 찰스 아이브스나펜로즈 부자처럼 실제로 자신이 즐겨하는 일을 발전 시켜 ‘젓가락 행진곡’이나 ‘끝이 나지 않는 삼각형’등을 보면 그것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사실 읽고도 믿기지 않고 그들이 애초에 천재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느 평범한 사람이 단어에 흥미를 가져서 뒤집어도 같은 뜻 혹은 같은 모양이 되는 단어를 찾으려고 하루를 온종일 보내겠는가. 그럼에도 놀이에서 창조성이 나온다는 말에는 수긍이 간다. 놀이는 내면적이고 본능적인 느낌과 정서, 직관, 쾌락을 선사한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 창조적인 통찰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한다. 좋아하는 취미를 하다가 가끔씩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것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통합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이 책의 말미부분은 우리나라 정부기관, 특히 교육부에서 꼭읽어주었으면 한다. 다행히도 지금 중학교2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는 문,이과 구분 없이 수업을 배운다고 한다. 창조성, 기발함은 한 우물만 판다고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것 저것 응용해보고합쳐볼 때 우연히, 혹은 반짝이게 나타나는 것이다. 예술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교육인데,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예술에 깊은 조예를 가지고 있거나 예술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역을확장시켜 나갔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음악, 미술 시간을 어떻게든 줄이고 국,영,수 수업을늘릴라고 애쓰고 있는데, 창조경제를 외치는 마당에 기존의 방식을 너무나도 고수하고 있는 것이아닌지 걱정이 된다. 공학자 헨리 페트로스키는 세상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창조성은 특히 공학분야에서의 창조성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우리가 너무 호기심을 잃고 편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라디오가 고장이 나면 그것을 분해해서 어디가 고장 났는지 확인하고 재조립했다고 한다. 그런 활동들을 통해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창조성을 키울 수 있는데, 현재의 우리들은 라디오가 작동하지 않으면 새로 사버리고 만다. 학교에서 배운 표준적인 지식과 사고로는라디오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을 과감히 해보았을 때 내 것이 되는 것이다.
전인교육을 강조한 저자의 말을 통해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본다.
교육의 목적은 ‘전인’을 길러내는 데 있어야 한다. 전인이야말로 축적된 인간의 경험을 한데 집약하여 ‘전인성’을 통해 한 조각 광휘로 타오르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통합교육이 이루고자 하는 바는 오로지 그것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