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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래.전민진 지음 / 남해의봄날 / 2012년 10월
평점 :
- 작은 회사에 대하여
명확히 정의하지는 못하지만 우리 모두 작은 회사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사람이 적은 회사, 매출이 작은 회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회사 등등. 흔히 말하는 대기업의 반대말로 사용될 뿐, 소기업이 주목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이 책은 당당하게 작은 회사에 다닌다고 말하는 13인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예상했던 대로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들이 다니는 회사를 사랑하고 있었고, 야근이나 주말근무 또한 일을 좋아하기에 한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이었다. 단지 제목이 ‘작은 회사’이었을 뿐, 그들은 결코 자신들을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디밴드레이블의 기획자, 저가 보청기를 파는 사회적 기업의 실장, 선글라스를 파는 기업의 디자이너, 출판사의 편집장 등등, 일반적인 회사의 직책(사원, 대리 따위의 직책들…)을 가진 사람들은 한 두명, 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나에게 있어 특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열정이 넘치고, 좋아 보였다.
한편으로는 너무 좋은 면만 부각된 느낌도 받았다. 물론 우리가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이 일찍이 안 좋았기 때문에 일부러 좋은 면만을 내세운 것일 수도 있지만, 균형 잡힌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었어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인지도가 낮기에 불이익을 받은 적, 복지에 대한 불만, 회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더 했었다면 나의 마음을 더 크게 흔들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강연도 몇 번 듣고, 몇 번 하면서, 그리고 자기소개서(혹은 소설)을 숱하게 쓰면서 좋게 포장하는 것이 얼마나 쉽고, 잘 넘어가는지 어느정도 알고 있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단순 선행이 봉사활동이 되고, 적은 월급이 열정페이가 되는 언어의 신비를 알기에 책의 내용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요즘 인턴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회사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좋아서 일을 하는 것이 어디있냐는 말이었다. 대부분의 회사분들이 일이 재미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마지 못해 하는 듯이 이야기를 하였다. 자꾸 그런 식으로 듣다 보니 나도 ‘일은 일이구나, 나의 발전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은 균형을 찾을 수 있었다. 13인의 작은 거인들은 각자 하는 일도 모두 다르고, 과정도 다르지만 현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 묵직한 나침반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흔들리지 않고 멋지게 나아가는 모습.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가능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고, 회사를 크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창업을 한다면.
- 젠틀몬스터
이 책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젠틀몬스터에 다니는 디자이너에 관한 이야기였다. 디자이너가 재미있었기 보다는 회사가 재미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젠틀몬스터라는 회사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적, 우연히 이 회사에서 선글라스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지원하지도 않았으면서 즐겨찾기에 등록하고 여러 번 방문한 기억이 있었다. 선글라스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이상하게 젠틀몬스터라는 브랜드가 참 좋았다. 대학에 와서 DBR에서 잠시 인턴 생활을 할 때, 젠틀몬스터에 관한 특집 기사를 보았다. 영어교육업체에서 안경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창업하여 국내 탑 선글라스 업체로 올랐다는 이야기는 경영학과로서 아무런 기술, 재주가 없는 나에게 있어 롤모델과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2015년도 초에는 인턴지원 공고도 없었지만 그냥 무작정 넣었고, 면접도 본 적이 있었다. 아쉽게 원하는 사람이 정규직이었기에 탈락했지만 아직도 그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유명하지만 아직 작은 회사기에 곳곳에 쌓여있는 박스들, 대기장소가 회계나 재무 관리하는 팀의 방이었는데, 최신 가요를 틀어놓고 일하는 모습. 면접관은 완전 힙합 스타일이었는데(자신은 안경 포장일에서 지금의 실장정도의 위치까지 올랐다고 자랑 아닌 자랑), 내가 이거 하나만큼은 이 세상 누구보다 잘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이라는…극 평범을 추구해온 나에게 천둥과 같은 질문을 주었었다. 책에 나온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그때의 기억도 나고 회사가 잘 되어가고 있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았다. 책 속의 디자이너도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들어가 회사의 초기 때부터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데, 안경도 잘 모르는 학생티의 신입에게 그런 어마어마한 역할을 맡기는 것이 바로 젠틀몬스터, 작은 기업의 장점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