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까지 참 노력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알바도 해보고 여기저기 활동도 해보고 그런대로 노력해왔다.  노력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고, 노력해도 인턴 떨어지는 것처럼 안되는 것들도 몇몇 있었지만 노력을 했다는 것 자체에 만족했다. 열심히 살았고, 이력서에  몇 줄 휘갈겨 쓸 수 있을 정도의 경험들을 모았다. 대학교도 무탈하게 다녔고, 무탈하게 졸업할 예정이다. 남들보다 책 읽은 양도 많고, 신문도 매일 읽고, 게임도 안하니까 열심히 산다고 생각했다.

 

서곡 317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라

 

아이러니하다. 노력하는데 왜 방황을 하는 것인지? 노력하고 결과가 잘 나오면 방황하지 않고 올바른 길로 가는 거 아닌지? 라는  반감이 들었다. 더구나 이건 극 중 신의 말씀이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파우스트의 여정을 함께하고 보니 진정한 노력과 진정한 방황과 거짓된 나의 노력을 깨닫는다. 파우스트는  노력한다. 진리에 다다르기 위해 모든 학문을 섭렵했지만 진리는 찾을 수 없었고, 포기하고 죽음을 맞이하려 했다. 이때 메피스토텔레스가 나타나 그에게  최고의 향락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하고 파우스트는 그의 손에 이끌려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기도, 헬레나의  절대적 아름다움에 취하기도, 왕의 책사로 활약하기도, 영주가  되어 보기도 했다. 그동안 학자로서 살아왔던 방식과는 정반대의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지만 파우스트는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노력을 포기하였고, 메피스토텔레스와의 계약과는 달리 구원을 받는다. 지금 이 순간을 멈추어 달라고 파우스트가 말하면 메시스토텔레스가 그의 영혼을 가져가는 것이 계약의 내용이었지만, 파우스트가 순간을 멈추어 달라고 한 이유가 진리를 깨닫기 때문이다. 파우스트가  말년에 깨달은 진리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지 않을까. 마지막 영주 시절 눈을 잃은 상태에서 자신이 사회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인간적 만족에서 노력을 포기하고 현재에 머물겠다고 한 점에서 그렇게 느껴진다. 그는 이상향, 진리를 찾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고, 그래서 방황했고, 결국에는 구원을 받았다.



 

진리에 대한 노력. 파우스트와 달리 우리는 진리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진리는 너무 추상적이고 형태가 없기 때문일까. 우리는  진리 대신 서로를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공부, 인턴, 학교, 신문, 독서. 이런 것들은 진리를 향해 행한 것들이 아니다. 다만 다른 이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좋은 기회를 위해 거짓된 노력을 해온 것이다.  노력이라기보다는 경쟁이라는 말이 더 낫겠다. 그러니 방황도 없었다. 진리라는 추상적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해야할 것이 명확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만 하면 된다는 것. 결국 방황 없는 노력만 지속해왔고, 신이  말하고자 한 인간이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진리는 우리에게 당장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각자가  생각하는 각자의 진리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 절대자에 대한 이해, 완벽에 대한 추구. 진리는 한가지로 규정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이 각자가 생각하는 진리에 대해 노력해야 하고 거기에 따르는 방황을 감내해야 한다라는 점은 명확하다. 그러려면 우선 각자의 진리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도통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 지금 돈이  없어서 이렇게 착한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거지만 이전부터 다른 이들을 도우면 좀 더 좋은 사회가 될 것만 같았다.  미국의 척 피니, 빌 게이츠, 우리나라의 유일한, 션 처럼 나도 돈을 벌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이 꿈이라면 꿈인데 이게 나만의 진리는 아닌 것 같다. 201717일 신문에 나온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국내 최초로 어린이재활병원을 열었는데 자신의 돈 없이 기부금으로 시작해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결국엔 병원을  세운 인물이다. 이런 것 또한 하고 싶으니 돈과 좋은 사회의 연결은 사실 맞지 않는 거다. 사실 벌써 나의 진리를 알면 노력도 안하고 방황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511495인간들은 일생 동안 앞을 보지 못하고 지내니, 파우스트여, 당신도 이제 장님이 되세요

 


근심의 여신은 파우스트가 영주 시절일 때 그의 거만함에 대한 대가로 눈을 멀게 한다. 이전까지는 자신의 영토를 늘리기 위해 바다를 메꾸고 사람들을 몰아낸 파우스트는 눈이 멀고 난 이후로 간척된 땅에 곡물이 잘 자라 많은 백성들이 잘 살게 된다는 행복감을 느끼고 구원을 받게 된다. 어떻게 보면  눈이 멀었기 때문에 그가 생각을 바꾼 것이라 볼 수 있다.


어쩌면 보지 못하는 것이 더 진리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인지하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대부분 이런 잘못된 인지를 자주 행한다. 제멋대로인 왜곡이  쌓이면 편향은 심해지고 진리에서 멀어질 뿐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눈은 가장 쉽게 현혹된다. 중간이 끊어진 선을 보면 우리의 눈은 중간을 메꿔서 인식하고, 색도  주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 사실과는 달리 제멋대로 인식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근심의 여신이 파우스트의 시각을 잃게 만들었고 시각을 잃은 파우스트가 백성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도 때때로 너무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엄청난 전자기기의 홍수 속에 잠자는 시간 외에는 눈이 피로한 현시대에는 더더욱 필요하다.

 


출처:

1.독서실사진

http://m.segye.com/view/201310130025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세트 : 햄릿.오셀로.맥베스.리어 왕 - 전4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대비극 맥베스

 

고전은 결코 오래된 지식으로 또는 과거의 유물로 남지 않고 현 시대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권력의 끝은 어디인가. 시대를 관통하는 이 질문은 지금 당장 우리  대한민국에게 묻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의 권력은 무엇이었는지.  사회주의보다 더 좋은 권력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은 맥베스보다도 더러웠으니까 이다.



 

맥베스는 우연히 자신이 영주를 넘어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단순히  기분 좋게 넘길 수 있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야망으로 품고 결국에는 왕을 살해한다. 살인이라는 큰 죄악을  저지른 그였지만 그 이후에는 야망을 위해서 자신의 왕위에 거슬리는 자들을 제거하며 왕위를 지키려 든다. 그에게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권력의 욕망 앞에 스스로 양심을 저버린 것이다. 하지만 양심을 저버리기 전에 그도 심한 내적갈등을 겪었다. 양심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과 권력에 대한 야망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을 때, 그를 완전히 야망의 화신으로  변하게 만든 것이 그의 아내이다. 맥베스가 왕을 살해하기 전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자 비겁자, 겁쟁이라고 도발하며 그의 남아있는 양심을 저버리게 강요한다. 배우자의  영향력은 이 정도로 크다. 그에게 도덕적인 부인이 있었다면 맥베스는 그날 왕을 살해하지 않았을 것이고  용맹한 영주로 남았을 수도 있다. 운이 더 좋다면 왕위를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그보다도 더 포악한 사람으로 양심은 일찌감치 저버린 사람이었다. 왕을 죽이고 왕이 된 그는 살해한 왕의 아들을 죽이기 위해 사방팔방 노력하지만 결국 정의로운 사람들이 왕자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 왕위를 되찾으려 온다. 한때 양심이 있었던 맥베스는 이제는 그 누구도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며 자만하고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죽임을 당한다.


 

어렸을 때부터 청와대에서 자란 그녀는 언젠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야망을 품는다. 주변사람들도 그를 아끼고 나중에 크게 될 것이라 말하니 꼭 그렇게만 될 것 같다. 당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정적들을 차례로 제거하며(정치적으로) 권력을 키워 나간다. 이때에도 우유부단했지만 그럴 때마다 한쪽 구석으로 찾아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여 도움을 얻는다. 결국 그녀는 권력의 최정점에 서게 되었고, 현재 각종 의혹과 수사를 받고 있는 부정부패한 일들에 연관되었다. 배우자가 없었던 그녀는 친구에게 의지하였고, 친구는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자보다 더욱 권력적이었다. 최근에 언론에 나온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우유부단한 그녀는 대화할 때마다 말끝을 흐리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데 반해, 그녀의 친구는 강하게 윽박지르며 국정을 제 맘대로 이끌었다. 사태가 터지고 권력의 참된 주인인 시민들이 권력을 돌려 달라 외쳤지만 그 누구도 청와대에 들어올 수 없노라 생각하며 끝까지 버티고 있다.




양심을 저버린 야망의 끝은 셰익스피어가 이미 수백 년 전에 밝혔다. 그 끝에는 죽음뿐이다. 그것이 신체적 죽음이던 정신적 죽음이던 결국은 죽음을 맞이한다. 지금의 정치인들은 이 서슬퍼런 진리를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이 진리가 들어서지 못했다. 독립을 하고 양심을 저버린 야망의 가장 대표적인 예인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그대로 안고 갔기 때문에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은 권력욕의 끝없은 추구를 거침없이 내보였다. 각종 부정부패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시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된 상태로 민주주의는 시작되었다. 이런 양심을 저버린 양심에서 최악의 형태는 독재라고 생각이 되는데, 한국은 역시나 독재정치에 오랜 시간동안 정치적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다행히 이 최악의 형태는 무너졌으나 다음에 집권한 자들 역시 전두환, 노태우 등 한층 진보된 권력, 양심적인 권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국내 정치는 이것이 진리인 것 마냥 누리며 죽음을 맛보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양심적인 야망에 대해 제대로 된 기준을 세울 수 있고 양심 없는 야망의 끝은 무엇인가를 보여 줄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에 있다. 다행히도(?) 지금의 최고권력자는 자신의 양심을 망각한 채 전면적으로 사회의 양심과 대립하고 있다. 만약 일찍이 후회하고 반성하며 물러났다면 한국의 정치적 진보는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도 있었을 것이다. 치졸하게 버텼기 때문에 탄핵을 할 수 있었고, 피의자로 규정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이 역사적인 기회에 역사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촛불시위와 함께 정치적인 관심은 치솟았고, 다음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정직, 도덕으로 뽑고 있다. 미국에서도 닉슨의 워터게이트 이후에 가장 도덕적인  후보였던, 무명에 가까웠던 지미 카터가 당선이 되었다. 우리도 이 흐름과 비슷하게 각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동안 능력위주, 성과위주로 선거를 했던 것에 비해 진일보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털어서 먼지 하나 안나오는 사람이 어딨냐 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양심 있는 권력을 추구한 사람이라면 먼지조차 나오지 않을 것이다. 먼지는 야망을 의미하고 작은 먼지는 큰 먼지와 엉겨 붙기 마련이다. 부디 이번 사태를 토대로 진일보한 민주주의가 재탄생했으면 한다.

 



사진출처

1.맥베스그림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acbeth_and_the_Witches_(Barker,_1830).jpg

2.국회의사당사진 

http://mapio.net/pic/p-189744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리즈 머리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 정도면 열심히 살고 있지,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을 버리게 만들어준 책입니다. 그리고 환경을 탓하던 태도도 완전히 버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은 신데렐라 스토리와도 같은 성공기입니다. 길거리에서 전전하던 소녀가 어느순간부터 열심히 공부하여 최고의 대학이라는 하버드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스토리. 정말로 동화에서만 일어날 것만 같은 이야기와 하버드라는 이름은 우리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는데, 그녀의 자세한 어린시절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안쓰럽다는 생각과 나는 저 상황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교차합니다. 부모님은 직업도 없이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모두 마약을 사는데 써버리고, 쓰레기통에서 쓸만한 것을 찾아 생활하고, 끼니는 거르기가 다반사고, 어머니는 나중에 에이즈에 걸리고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하고, 돈주는 사람따라 남편을 떠나고 자신의 언니도 같이 가고 나중에는 길거리에서 전전하게 되는 주인공 리즈. 친구들 방 한쪽 구석에서 자거나 아파트 꼭대기층 계단에서 잤다는 이야기, 너무 배가 고파 마트에서 음식을 훔쳐 먹었다는 이야기는 그런적이 없던 나에게는 영화 속 이야기와 같았고, 그런 상황에서 공부해서 하버드라는 대학까지 들어간 이야기가 과연 가능한 것이라는 의심마저 들게 했습니다. 주변환경이 최악이고 게다가 부모님의 지원마저 없었던 그녀는 그야말로 의지와 신념하나로 꿈을 이룬 것입니다.


<영화로도 제작된 리즈 머리의 이야기>



2. 

가끔 왜 나는 더 잘살고 있지 않은가 불평할 때가 있습니다. 20대에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신문을 도배하고 티비에 나와 성공 비결을 말할 때마다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했지? 저 사람들은 시작부터 유리한 환경에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혼자만의 의심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정도 열심히 살았으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괜히 외적인 부분으로 불평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하루에 열두시간씩 일하고 평일에 남들이 놀 때 책읽고, 학교도 다니는데 뜻대로 안풀리니.... 내가 핀란드에서 태어났으면 더 윤택하게 살고 있었을라나...쓸데없는 비교, 나보다 잘풀리는 사람들만을 바라보고 투덜투덜 거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겁니다. 매일밤 몸 누일 곳을 걱정해본 적 없고, 밥 한번 굶어본 적 없고, 학교도 웬만한 걱정없이 끝마치려하고 있으니 사실 이 책의 주인공 리즈 머리보다 100배는 유리한 환경에 있는 겁니다. 내 처지에 대해 불평하고 싶을 때마다 리즈 머리를 생각해야겠습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고군분투하고 매일매일 열심히 생활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을텐데 내 처지가 좋지 않다라고 생각할 시간에 스스로 노력하는게 훨씬 더 간강한 생각일 것 같습니다. 12시간 일하는데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다는 졸렬한 생각도 버려야겠습니다. 국내 직장인들을 다룬 어느 다큐멘터리를 보니 야근으로 하루 15시간~17시간 일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하니(물론 이게 우리 사회의 엄청난 비극이지만), 나 혼자 세상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은 어서 버려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 지음, 송경진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혁명;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네이버 국어사전). 혁명은 그야말로 세상이 완전히 뒤집어 지는 겁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이 등장하여 대다수 사회의 생활방식을 바꾸고, 경제, 정치나 국제 관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차 산업혁명은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사실상 기계의 최초 등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그 당시 영국의 방직 산업은 엄청난 생산성을 보이게 되고 전세계에 공산품을 팔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2차 산업혁명이 있습니다. 분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전세계적으로 생산량을 급증시켜 식민시대와 세계전쟁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뒤로는 컴퓨터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이 있습니다.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로 이제 공장은 사람이 아닌 기계가 차지하게 되었고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이 등장하는 등, 이미 대량으로 생산되는 공산품을 초대량으로 생산하게 되었고 선진국에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급감하는 등,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영향을 끼치 혁명입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사실 혁명으로까지 와닿지는 않습니다. 유비쿼터스 모바일 인터넷, 더 저럼하면서 강력해진 센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4차 산업 혁명의 특징이라고 하는데, 인간과 기계간의 교류인 3차 산업혁명과는 달리 기계와 기계간의 자율적인 교류가 주요 차이점입니다. 인간이 만든 매뉴얼대로 기계가 쉴새없이 돌아가는 기존의 방식 대신에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자율적인 결정도 사실 지엽적인 부분이지 중요한 판단과 결정은 사람이 꼭 필요한 방식입니다. 지금 외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2.0과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이는 독일이 만들어낸 기가막힌 개념! 이라고 생각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2011년 독일 하노버 박람회에서 처음 등장하였습니다. 전통적인 기술강국이었던 독일이 인건비와 기술측면에서 경쟁력을 잃어가자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독일의 대표적 기업이자 전자, 소프트웨어 회사인 지멘스 한국지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했던 적이있는데 공교롭게도 디지털팩토리 부서였습니다. 지멘스를 비롯한 독일기업들이 한창 정부의 지원을 받고, 게다가 한국정부도 '제조업3.0'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바탕으로 스마트팩토리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서 인턴임에도 그 영향력을 심도있게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느꼈습니다. 혁명적인 기술이 없는 빚좋은 개살구였구나 라고. 가깝게 지내던 영업부서의 차장님 한분은 새로운 고객사를 유치해오는 중요한 업무를 맡고 계셨었는데, 개념만 외치는 저희 전략마케팅 부서를 포함한 지멘스의 정책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셨습니다. 새로운 고객들이나 기존의 고객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물어보고 새로운 제품에 대해 물어보는데, 팔고 있는 공장자동화 제품은 전혀 바뀐 것 없이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국내 연구소에서 발간한 리포트를 보더라도 4차 산업혁명을 외치는 독일에서는 지멘스, SAP, 벤츠, 아우디 등 주요 제조기업들이 제각각의 표준을 가지고 있어 통합이 안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에 미국은 일찌감치 표준을 정해서 대다수의 기업들이 적용 훨씬 민첩하고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하니...그런데 한국정부와 기업들은 그 개념에 매료되어 지멘스를 많이 찾았었습니다. 7개월이라는 짧은 인턴기간동안 2개의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공무원과도 많은 회의를 가진 것을 보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2.

그럼에도 이 책은 미래에 어떤 변화가 올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선을 제공합니다.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은 세계의 리더들이 모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막강한 회의입니다. 2016년의 연차 회의 주제가 '제4차 산업혁명의 이해'라고 하니 4차 산업혁명이 저의 생각과는 다르게 세계의 화두이기는 한 것 같습니다. 저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4차 산업혁명이 단순히 제조업 뿐만 아니라 유전학, 경제학, 정치학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 하였습니다. 초연결시대가 가까워지며 정부의 역할이 약해지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3D 프린터로 제조된 간이 이식될 것이고, 블록체인으로 구성된 금융권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등 10년 안에 큰 변화의 물결이 일 것이라고 합니다. 저는 산업혁명을 단순히 제조업 분야에 국한되어 생각했었는데 기계간 기계 연결이 되면 그의 말처럼 모든 분야에 영향이 커질 것 같습니다. 2016년 지금도 블록체인을 통한 금융, 우버나 에어비앤비같은 공유경제, 빅데이터를 통한 정보분석, 이미 변화의 파도위에 있는 듯 합니다. 이 파도를 즐기며 서핑을 타야지 타고있는 배에서 어떻게든 버티다가 좌초되는 일을 겪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출처>

산업혁명 단계그림

-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기계가 소통하는 사이버물리시스템 주목하라, 박형근, 2014.12, DBR,

자동화 공정사진

- 자동화공정 핵심 로봇 필요한데 비용이....이창호, 2014.09, 중기이코노미

서핑사진

- Swllowed by Jaws, LUCAS GILMAN, 2016.01, esp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럭셔리 신드롬
제임스 트위첼 지음, 최기철 옮김 / 미래의창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1.

합리적인 소비자인줄 알았습니다. 내가 쓰는 노트북은 가성비가 좋다는 레노버 컴퓨터, 커피는 어차피 어디서 마시나 쓰니 저렴한 이디야, 옷도 딱히 명품 브랜드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기준으로 호사품은 파텍필립의 시계, 루이비통이나 샤넬의 핸드백, 포르쉐나 람보르기니의 자동차 같은 것들로 정말 백만장자들이나 누리는 것이 호사품이지 저같은 일반인들은 호사품이 아닌 대중 공산품을 이용하며 생활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

하지만 내가 소비하고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호사품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저자인 트위첼 교수는 럭셔리 상품들이 어떻게 대중화가 되었는지, 호사품 산업을 유지시켜주는 인물들은 백만장자들이 아닌 우리 일반인이라는 사실을 통찰력있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호사품은 결코 우리가 명품이라는 물건들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물건에 적용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시계, 마우스, 키보드, 책, 핸드폰, 연필 등 모든 물건에는 프리미엄, 럭셔리 이미지를 외치는 브랜드들이 꼭 있습니다. 대중의 볼펜인 모나미에서는 한정판 볼펜을 출시하고, 생수에서 에비앙은 똑같은 물인데도 3배가 넘는 가격으로 팔리고, 같은 사양의 노트북이라도 삼성과 레노버 사의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납니다. 명품의 대중화, 공산품의 명품화로 모든 사람들이 호사품을 단순히 꿈만 꾸는 걸로 끝내는 것이 아닌 실제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호사품의 가짜 이야기에 더욱 더 끌리게 됩니다. 저에게 있어 단적인 예는 이어폰입니다. 사실 일정 수준의 음질이 넘어가면 차이를 구분하기도 어려운데 괜히 비싼 것이 더 좋아보이고 뱅앤올룹슨 이라는 명품 스피커 브랜드에서 출시한 이어폰을 사고 싶어하는 사실. 브랜드를 가리고 들으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 뻔하면서도 그 이어폰을 원하고 있습니다. '저걸 끼고 들으면 음악이 얼마나 맛깔날까','콘서트 현장에서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까'라는 기분을 가지고....겉으로는 합리적이고 가성비가 좋으면 더 좋은 거라고 의식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저 역시도 호사품을 강하고 원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돈이 많지 않은 학생이라 그렇지 나중에 돈이 생기면 교수가 지적한 여러 호사품들을 엄청 소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3.

작가는 그러나 호사품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은 재고해봐야한다고 합니다. 호사품이 우리를 인위적인 차별의 사회로 내몰고, 천박한 신분의 표시라고 하지만 그 어느 것보다 민주적이고 공평하고 모두를 묶는 기능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거의 정말 극소수의 사람들만 누리던 사치가 현대에 이르러 대중화가 되었고 이를 통해 모두가 자유인이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전히 부정적인 요소가 더욱 큰 것 같습니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호사품은 물건 자체가 아닌 이야기를 파는 개념입니다. 루이비통의 옷이나 대중브랜드의 옷이나 모두 기계에서 뽑아져 나오는 공산품에 불과하지만 광고, 브랜드 파워를 통해 가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필요하지 않는 물건들을 필요하게 현혹시키고 이는 낭비로 이어집니다. 집에 셔츠가 이미 5개가 있는데도 광고를 보고 새로나온 신제품을 사게 되고 집에 방치하게 되어 쓸모가 없어집니다. 이미 우리는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판매자들은 물건을 팔아야 하겠으니 이야기를 더욱 가져다가 붙이고, 구매하라고 매일매일 자극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건 자체의 기능이나 효용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스토리만 가지고 광고를 하고 있으니 쓸데없이 자원만 계속 소모되고 있고 필요한 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파타고니아 라는 회사의 모토와 아래 광고는 눈여겨 볼만 합니다. 이 재킷의 가격은 호사품에 들만큼 비싸지만 가장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었고, 헤지면 수선해입으라고 바느질 도구도 같지 준다고 합니다. 광고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질 말라' 고 할 정도로 호사품 판매라기보다는 환경 기구의 슬로건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마케팅 역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올바르게 성장한 것 같아 이게 진정한 호사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만든 허구적 이야기가 아닌 진짜 이야기를 하는 물건이 호사품이지 않을까요~






<기억할 만한 내용들>


- 예전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자아를 믿으며 살았던 데 비해 현대의 우리는 자신의 외부로 관심을 돌리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를 쓴다. 현대인은 고뇌의 해결과 자아의 회복을 심리학자의 상담실과 쇼핑몰 두 군데서 동시에 추구한다. 



- 디더롯 효과: 물건을 통해 자아를 추구하는 현상. 17세기말 프랑스의 철학자 겸 수필가였던 데니스 디더롯은 '헌 드레싱 가운을 버리고 나서의 후회'라는 에세이를 통해 상품이 어떻게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지를 지적하였다. 새 드레싱 가운을 입기 시작하자 낡은 책상이 눈에 들어와 바꾸었고, 그 후에는 커튼이 낡아보여서 바꾸었고, 이런식으로 서재의 모든 물건을 바꾸었다. 새로운 서재를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일관성을 원했던 것이다. 현대의 마케팅은 그것을 디더롯 효과라고 부르지 않고 유행에 동참, 조화의 추구, 브랜드 천국 등으로 부른다. 


- 생산이 기계에 의해 좌우되면 광고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수가 없고 필연적인 것이 된다. 기계의 의한 공산품은 본질적으로 같으므로 바꾸어 쓸 수 있고, 대체해 쓸 수 있다. 그런 물건들을 차별화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내야만 한다. 이것은 생수나 스카프 같은 제품들인 경우에 더욱 분명하다. 결국 물건을 파는 대신 지어낸 이야기를 판다. 


- 공적인 호사는 배금주의에 맞서 싸운 이들이 원조였다. 가톨릭만큼 물질의 매력을 널리 전파한 존재가 역사적으로 또 없다. 가톨릭은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화려한 것들이 사람을 끌어 모은다. 성인의 유해, 교회의 전례용품이나 제구들은 대표적인 교회 공동체의 호사품이었고, 더욱 화려하고 더욱 신성한 것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 튤립이 극강의 호사품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예측할 수 없는 색깔 때문이었다. 튤립은 다른 꽃의 꽃가루로 수분할 경우 구근이 바이러스에 약해져서 원래의 꽃 색깔이 탈색되고 전혀 예상치 않은 색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식물학자들이 알았으니 그야말로 튤립은 변화무쌍한 만화경이 된 것이다. 무슨 색의 꽃이 필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가치로 인식되었다. 거기에 더해 당시 네덜란드는 정물화를 그리는 화가를 후원하는 후견인이 많았고, 정물화는 잘 팔리는 물건이었다. 일시적인 튤립의 색을 잡기 위해 튤립 그림을 원하는 후견인들이 많았고, 그럴수록 튤립 그림은 튤립의 가치를 광고하게 역할을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튤립은 당시 집한채에 이르는 가격으로 거래가 되는 호사품 중의 호사품으로 보여지기 시작하였다.


- 호사품에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호사품은 일시적이고 천박한 사회적 차별과 인위적 지위의 핵심이다. 그러나 기이하게 민주적이고 결속력이 있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또 종교와 신분에 따른 차별이 없는 체제를 원한다면 여기에 그 답이 있다. 


- '인류애는 시인만의 꿈이 아니다. 인류애가 없는 현실은 그 이상 부끄럽고 절망적일 수 없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기억하라. 때로 천박하고, 감각적이며, 즉흥적이고, 쓰레기 같고, 편을 가르고, 낭비적이지만 공평하고, 이따금 초월적이며 모두를 하나로 묶는 소비의 힘이 더욱 많은 사람들을 해방하고 자유인이 되게 하고 주인이 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