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신드롬
제임스 트위첼 지음, 최기철 옮김 / 미래의창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1.

합리적인 소비자인줄 알았습니다. 내가 쓰는 노트북은 가성비가 좋다는 레노버 컴퓨터, 커피는 어차피 어디서 마시나 쓰니 저렴한 이디야, 옷도 딱히 명품 브랜드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기준으로 호사품은 파텍필립의 시계, 루이비통이나 샤넬의 핸드백, 포르쉐나 람보르기니의 자동차 같은 것들로 정말 백만장자들이나 누리는 것이 호사품이지 저같은 일반인들은 호사품이 아닌 대중 공산품을 이용하며 생활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

하지만 내가 소비하고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호사품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저자인 트위첼 교수는 럭셔리 상품들이 어떻게 대중화가 되었는지, 호사품 산업을 유지시켜주는 인물들은 백만장자들이 아닌 우리 일반인이라는 사실을 통찰력있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호사품은 결코 우리가 명품이라는 물건들에 국한된 것이 아닌 모든 물건에 적용된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시계, 마우스, 키보드, 책, 핸드폰, 연필 등 모든 물건에는 프리미엄, 럭셔리 이미지를 외치는 브랜드들이 꼭 있습니다. 대중의 볼펜인 모나미에서는 한정판 볼펜을 출시하고, 생수에서 에비앙은 똑같은 물인데도 3배가 넘는 가격으로 팔리고, 같은 사양의 노트북이라도 삼성과 레노버 사의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납니다. 명품의 대중화, 공산품의 명품화로 모든 사람들이 호사품을 단순히 꿈만 꾸는 걸로 끝내는 것이 아닌 실제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고, 호사품의 가짜 이야기에 더욱 더 끌리게 됩니다. 저에게 있어 단적인 예는 이어폰입니다. 사실 일정 수준의 음질이 넘어가면 차이를 구분하기도 어려운데 괜히 비싼 것이 더 좋아보이고 뱅앤올룹슨 이라는 명품 스피커 브랜드에서 출시한 이어폰을 사고 싶어하는 사실. 브랜드를 가리고 들으면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 뻔하면서도 그 이어폰을 원하고 있습니다. '저걸 끼고 들으면 음악이 얼마나 맛깔날까','콘서트 현장에서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까'라는 기분을 가지고....겉으로는 합리적이고 가성비가 좋으면 더 좋은 거라고 의식을 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저 역시도 호사품을 강하고 원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돈이 많지 않은 학생이라 그렇지 나중에 돈이 생기면 교수가 지적한 여러 호사품들을 엄청 소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3.

작가는 그러나 호사품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은 재고해봐야한다고 합니다. 호사품이 우리를 인위적인 차별의 사회로 내몰고, 천박한 신분의 표시라고 하지만 그 어느 것보다 민주적이고 공평하고 모두를 묶는 기능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거의 정말 극소수의 사람들만 누리던 사치가 현대에 이르러 대중화가 되었고 이를 통해 모두가 자유인이 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전히 부정적인 요소가 더욱 큰 것 같습니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호사품은 물건 자체가 아닌 이야기를 파는 개념입니다. 루이비통의 옷이나 대중브랜드의 옷이나 모두 기계에서 뽑아져 나오는 공산품에 불과하지만 광고, 브랜드 파워를 통해 가격이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필요하지 않는 물건들을 필요하게 현혹시키고 이는 낭비로 이어집니다. 집에 셔츠가 이미 5개가 있는데도 광고를 보고 새로나온 신제품을 사게 되고 집에 방치하게 되어 쓸모가 없어집니다. 이미 우리는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판매자들은 물건을 팔아야 하겠으니 이야기를 더욱 가져다가 붙이고, 구매하라고 매일매일 자극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건 자체의 기능이나 효용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스토리만 가지고 광고를 하고 있으니 쓸데없이 자원만 계속 소모되고 있고 필요한 상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파타고니아 라는 회사의 모토와 아래 광고는 눈여겨 볼만 합니다. 이 재킷의 가격은 호사품에 들만큼 비싸지만 가장 친환경적으로 생산되었고, 헤지면 수선해입으라고 바느질 도구도 같지 준다고 합니다. 광고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질 말라' 고 할 정도로 호사품 판매라기보다는 환경 기구의 슬로건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마케팅 역시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면 올바르게 성장한 것 같아 이게 진정한 호사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 만든 허구적 이야기가 아닌 진짜 이야기를 하는 물건이 호사품이지 않을까요~






<기억할 만한 내용들>


- 예전 사람들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자아를 믿으며 살았던 데 비해 현대의 우리는 자신의 외부로 관심을 돌리고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를 쓴다. 현대인은 고뇌의 해결과 자아의 회복을 심리학자의 상담실과 쇼핑몰 두 군데서 동시에 추구한다. 



- 디더롯 효과: 물건을 통해 자아를 추구하는 현상. 17세기말 프랑스의 철학자 겸 수필가였던 데니스 디더롯은 '헌 드레싱 가운을 버리고 나서의 후회'라는 에세이를 통해 상품이 어떻게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는지를 지적하였다. 새 드레싱 가운을 입기 시작하자 낡은 책상이 눈에 들어와 바꾸었고, 그 후에는 커튼이 낡아보여서 바꾸었고, 이런식으로 서재의 모든 물건을 바꾸었다. 새로운 서재를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일관성을 원했던 것이다. 현대의 마케팅은 그것을 디더롯 효과라고 부르지 않고 유행에 동참, 조화의 추구, 브랜드 천국 등으로 부른다. 


- 생산이 기계에 의해 좌우되면 광고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수가 없고 필연적인 것이 된다. 기계의 의한 공산품은 본질적으로 같으므로 바꾸어 쓸 수 있고, 대체해 쓸 수 있다. 그런 물건들을 차별화하기 위해 이야기를 꾸며내야만 한다. 이것은 생수나 스카프 같은 제품들인 경우에 더욱 분명하다. 결국 물건을 파는 대신 지어낸 이야기를 판다. 


- 공적인 호사는 배금주의에 맞서 싸운 이들이 원조였다. 가톨릭만큼 물질의 매력을 널리 전파한 존재가 역사적으로 또 없다. 가톨릭은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화려한 것들이 사람을 끌어 모은다. 성인의 유해, 교회의 전례용품이나 제구들은 대표적인 교회 공동체의 호사품이었고, 더욱 화려하고 더욱 신성한 것을 모아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 튤립이 극강의 호사품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예측할 수 없는 색깔 때문이었다. 튤립은 다른 꽃의 꽃가루로 수분할 경우 구근이 바이러스에 약해져서 원래의 꽃 색깔이 탈색되고 전혀 예상치 않은 색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을 식물학자들이 알았으니 그야말로 튤립은 변화무쌍한 만화경이 된 것이다. 무슨 색의 꽃이 필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가치로 인식되었다. 거기에 더해 당시 네덜란드는 정물화를 그리는 화가를 후원하는 후견인이 많았고, 정물화는 잘 팔리는 물건이었다. 일시적인 튤립의 색을 잡기 위해 튤립 그림을 원하는 후견인들이 많았고, 그럴수록 튤립 그림은 튤립의 가치를 광고하게 역할을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튤립은 당시 집한채에 이르는 가격으로 거래가 되는 호사품 중의 호사품으로 보여지기 시작하였다.


- 호사품에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호사품은 일시적이고 천박한 사회적 차별과 인위적 지위의 핵심이다. 그러나 기이하게 민주적이고 결속력이 있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또 종교와 신분에 따른 차별이 없는 체제를 원한다면 여기에 그 답이 있다. 


- '인류애는 시인만의 꿈이 아니다. 인류애가 없는 현실은 그 이상 부끄럽고 절망적일 수 없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기억하라. 때로 천박하고, 감각적이며, 즉흥적이고, 쓰레기 같고, 편을 가르고, 낭비적이지만 공평하고, 이따금 초월적이며 모두를 하나로 묶는 소비의 힘이 더욱 많은 사람들을 해방하고 자유인이 되게 하고 주인이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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