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리즈 머리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이 정도면 열심히 살고 있지, 이 정도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을 버리게 만들어준 책입니다. 그리고 환경을 탓하던 태도도 완전히 버려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책입니다. 이 책은 신데렐라 스토리와도 같은 성공기입니다. 길거리에서 전전하던 소녀가 어느순간부터 열심히 공부하여 최고의 대학이라는 하버드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스토리. 정말로 동화에서만 일어날 것만 같은 이야기와 하버드라는 이름은 우리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는데, 그녀의 자세한 어린시절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저절로 안쓰럽다는 생각과 나는 저 상황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교차합니다. 부모님은 직업도 없이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모두 마약을 사는데 써버리고, 쓰레기통에서 쓸만한 것을 찾아 생활하고, 끼니는 거르기가 다반사고, 어머니는 나중에 에이즈에 걸리고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하고, 돈주는 사람따라 남편을 떠나고 자신의 언니도 같이 가고 나중에는 길거리에서 전전하게 되는 주인공 리즈. 친구들 방 한쪽 구석에서 자거나 아파트 꼭대기층 계단에서 잤다는 이야기, 너무 배가 고파 마트에서 음식을 훔쳐 먹었다는 이야기는 그런적이 없던 나에게는 영화 속 이야기와 같았고, 그런 상황에서 공부해서 하버드라는 대학까지 들어간 이야기가 과연 가능한 것이라는 의심마저 들게 했습니다. 주변환경이 최악이고 게다가 부모님의 지원마저 없었던 그녀는 그야말로 의지와 신념하나로 꿈을 이룬 것입니다.
<영화로도 제작된 리즈 머리의 이야기>
2.
가끔 왜 나는 더 잘살고 있지 않은가 불평할 때가 있습니다. 20대에 스타트업을 시작해서 성공한 사람들이 신문을 도배하고 티비에 나와 성공 비결을 말할 때마다 나는 왜 저렇게 하지 못했지? 저 사람들은 시작부터 유리한 환경에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혼자만의 의심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이 정도 열심히 살았으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나 주었으면 하는데 아무것도 없으니 괜히 외적인 부분으로 불평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습니다. 하루에 열두시간씩 일하고 평일에 남들이 놀 때 책읽고, 학교도 다니는데 뜻대로 안풀리니.... 내가 핀란드에서 태어났으면 더 윤택하게 살고 있었을라나...쓸데없는 비교, 나보다 잘풀리는 사람들만을 바라보고 투덜투덜 거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겁니다. 매일밤 몸 누일 곳을 걱정해본 적 없고, 밥 한번 굶어본 적 없고, 학교도 웬만한 걱정없이 끝마치려하고 있으니 사실 이 책의 주인공 리즈 머리보다 100배는 유리한 환경에 있는 겁니다. 내 처지에 대해 불평하고 싶을 때마다 리즈 머리를 생각해야겠습니다. 세상에는 나보다 고군분투하고 매일매일 열심히 생활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을텐데 내 처지가 좋지 않다라고 생각할 시간에 스스로 노력하는게 훨씬 더 간강한 생각일 것 같습니다. 12시간 일하는데 당연히 성공할 줄 알았다는 졸렬한 생각도 버려야겠습니다. 국내 직장인들을 다룬 어느 다큐멘터리를 보니 야근으로 하루 15시간~17시간 일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하니(물론 이게 우리 사회의 엄청난 비극이지만), 나 혼자 세상 모든 일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은 어서 버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