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퓨지 - The Refug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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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할 때도 누군가 곁에 있어야 한다.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다. 영화는 초지일관하며 말을 전한다. 절망할 때도 누군가 보다듬어주거나 지켜봐주거나 그도 아니면 맴돌거나 한다. 그러니까 주변 샅샅이 관계란 원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나도 누군가의 세계에서 원을 그리며 돌고 있다. 여기서 간단히 한마디 하자면 우리는 그래서 모두 하나의 행성이다. 우주의 법칙이란 인간을 벗어나지 않는다.

다른 말로 하자면, 영화 제목대로 우리는 은신처, 피난처가 필요한데 은신처, 피난처는 어떤 공간일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일 수도 있다. 주변에서 원을 그리던 누군가. 또한 역시 누군가에게.

그렇다면 최초의 등장인물 므네와 루이는 마약 때문에 절망한 걸까, 아니 절망이 약을 부른다 하는 편이 옳은지도. 준비돼지 않은 채로 살아야 하니까. 그러다가 그만 누군가 미끄러져 버리고 누군가 살아남는다. 미끄러진 이의 자취 속에서 , 다른 절망이 찾아와 어느새 원을 그린다. 절망의 순환 궤도라 해도 좋지만, 희망의 순환 궤도라 해도 좋다.

우리는 계속 아이를 낳아 종족 보존을 하고 있는 중이니까 진정한 절망이나 고통 같은 것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 아닐까.

(어제 꿈에서 엄청난 문장들을 봤던 한데, 고통에 대한 문장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문장을 떠올리려 애썼는데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꿈은 현실 속에 잠복한다, 그런 식으로 실재한다는 결론밖에 얻지 못했다.)

소품 같은 영화다. 프랑스와 오종이 만든 프랑스 영화고 불어란 섹시해 라고 영화가 끝나고 음악이 나올 말하게 만든다. 물론 선남선녀도 나온다.

절망 속을 허덕이는 같아도, 거리를 두고 보면 인생은 아름답단다. 행성을 찍어놓은 사진이 아름답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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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에 서쪽을 빛내다 창비시선 317
장석남 지음 / 창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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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 웃을 일이 별로 없다. 하하호호도 아니고 풀썩도 아니고 빙그레 웃을 . 어제 밤에 시집을 보다 오랜만에 빙그레 웃었다. 어떤 시집은 괴로워서 읽겠더니 이번 시집은 빙그레~. 그래서 좋았다.

정보력이 뒤지는 나는 장석남 시집이 나왔단 얘기도 어느 술자리에서 주워 들었다. 달쯤 됐을 . 그래? 내일 사봐야지. 했지만 실지로 내일 사보기란 얼마나 힘든가. 책장에 쌓인 책들, 도서관에서 빌려다놓고 보지 못한 책들을 두고 무슨 사치를 부리냐 싶어 되도록이면 사기를 미루고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실행력은 얼마나 없는지. 내일이 모래 되고 모래가 글피 되기 일쑤인데, 시집은 바로 술자라기 파한 다음날 사봤다.

그래, 샀으니, 버스에서도 읽고 방에서도 읽었다. 시집 읽는 노처녀가 되었어도, 요새 볕은 시집 읽기 좋다. 그리고 밤새 빙그레 웃었다.

오래전 그날들도 생각했다. 그와 같이 콩국수를 먹던 지나치게 허름한 식당은 사라졌다. 그런가하면 그의 시집 뒤편에 나온 성북동 과메기 집에서 술도 마셨는데. 그날은 취했던가? 이례적으로 자주 취하던 날들이었다. .
그때는 무어 그리 적대적이었나, 그런 생각들. 이제 나도 그와 같이 나이 들었나.

 

그의 시집을 보고 있노라면 흙밭에 쭈그려앉은 남자의 뒷모습의 떠오른다. 그는 일도 없이 흙밭에 쭈그려앉아 꽃이나 보고 흙이나 되짚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싸고 뜨겁고 언제나 비린 사랑' 맛을 알아 '포대기' 크기와 '골짜기' 첩첩에 대해 가을 하늘에 이마 대고 말하는 같다. 사람이 아주 깊이 베면 피맛밖에 나지만 그는 후시딘 바르고 밴드도 붙여 이제 아문 상처 같은 것을 지니고서 하늘에 이마 대고 서서 여러 꽃이름 외고 나르고 변기도 닦고 바람소리도 듣고  

그러나 맑게.  

맑다.

 

제대로 식물도감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 잠깐

시월 말엔 간송미술관 뒤뜰의 파초 보러 가야지 하는 생각 잠깐

 

생일인 사람 있으면 시집이나 떠밀어야지. 책을 누군가에게 떠민지도 오래된 같은데, 생일인 사람 있으면 시집 떠밀며 당신도 혼자 빙그레 웃는 시간을 가져보라 해야지 하는 철없이 좋은 생각을 잠시간 했다.

  

 


 

 

 

물맛 

 

 

물맛을 차차 알아간다 

영원으로 이어지는 

맨발인, 

 

다 싫고 냉수나 한 사발 마시고 싶은 때 

잦다 

 

오르막 끝나 땀 훔치고 이제 

내리닫이, 그 언덕 보리밭 바람 같은, 

 

손뼉 치며 감탄할 것 없이 그저 

속에서 훤칠하게 뚜벅뚜벅 걸어나오는, 

그 걸음걸이 

 

내 것으로도 몰래 익혀서 

아직 만나지 않은, 사랑에도 죽음에도 

써먹어야 할 

 

훤칠한  

물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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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년
김성희 지음 / 수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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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인 30대의 여성의 삶이 고스란히 있다고 있다. 친구들이 결혼하고 결혼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는 옳을지 모르겠는 30대의 . 부모에게 의지하다 그런 스스로를 한심해하고 어머니아버지를 이해하려 하다가도 그들을 만나면 어떤 가로막힘 같은 것을 느끼고 거기에 대해 후회하는 자식으로서의 . 누구를 만나도 만족하지 하고 그런 채로 사랑하고 싶고 사람 사람 만나며 감정 사이를 오가는 현실적인 이야기.

이야기 후면에 80년대를 살아낸 부모님의 그림자가 스며 있다. 삶이 지금도 역시 그렇듯.

이야기 속의 담담함이 좋았다. 며칠 집에 다녀와서 인생사에 대해 생각해보고 가지 결심을 하고 다시 거기서 좌회전 우회전 어디로 가야할지 깜빡이도 켜고 있던 언니 만화는 괜찮아 다들 그렇게 산단다 하는 같았다. 거기 사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삶의 고단함도 있고 다들 그렇게 사니 죄책감에 버둥거리지 말고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도 말고 너무 사랑하지도 말자고 말하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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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
도미니크 보나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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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관심을 끌 만한 인생을 살다 갔다. 30여 권에 달하는 소설을 써낸 작가로서 이 아시아 촌구석까지 그 이름이 알려졌다. 이 정도면. 남성으로서 두 번 결혼한 동안 한 여자는 영국 귀부인으로 자신보다 7살 연상의 여인이었고 자신만큼 재능이 있었기에 베스트셀러 소설을 써내기도 했다. 진 시버그라는 잊을 수 없는 배우, 20살 가까운 연하의 여자와 두번째 재혼을 한다. 그둘의 사진이 여기저기 아직까지 돌아다닌다.
그런가하면 군인 출신으로 외무성에서 일했다. 야망을 가진 한 인간으로도 성공한 셈이다. 미국 토크쇼에 프랑스 공보관으로 활약하며 유럽의 정치적 입지, 프랑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충분한 영향력이 있었다. 토크쇼, 유명 잡지들이 그를 인터뷰하고 초대했다. 그가 외무성에서 활동하던 시절.
돈도 벌 만큼 벌어 나이가 들자 지중해에 별장을 마련해 거기서 지내기도 한다.

그는 실은 순수 프랑스인이 아닌 동유럽 출신(러시아)이며 프랑스로 10대에 어머니와 함께 망명한다. 그의 세련된 이름조차 그가 지어낸 가명이다. 스스로 기획한 이름이다. 그가 사용하는 다양한 언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영어 등등은 그를 따라다닌 이방인의 감각의 증거이기도 하다.

자신의 기획에 자신을 밀어붙인 이 남자의 마지막 걸작은, 에밀 아자르라는 가상 인물에 대한 연극이다. 프랑스 문학계에 대한 똥칠이기도 한 이 연극에서 그는 자신의 조카를 대타로 내세우고 우리나라에는 <가면의 생>이란 제목으로 소개된 작품을 통해 조카의 심리(삼촌에 대한, 실은 자신에 대한 어떤 미칠 듯한 괴로움-자기가 내세운 대타에 대해 세계가 기대하고 있을 심리이기도 한)를 묘사하며 즐긴다. 갈리마르 출판사나 르몽드 지가 여기에 진심으로 응답한다. 그는 늘 딴청을 피우며 뒤에서 연극을 준비하고 즐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연출하고 등장인물을 분석하고 그것을 세상에 내놓고 그들이 떠벌리고 흥분하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권총 자살한다.

이 정도면 흥미로운 인생이다. 어디 흥미롭지 않은 인생이 있겠는가 대꾸할 수 있지만, 이 정도로 화려하게 살기는 쉽지 않다. 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 태어나 세계의 흐름에 응답해야 할 말을 준비하고 그 연기를 완벽하게 해낸 인간이라 할 수도 있다.
이런 남자의 전기다. 도미니크 보나의 입장이긴 하지만 어쨌든 사실에 기초했다. 때로 낭만적인 문장이나 번역의 실패라 할만한 여러 문장이 걸리긴 한다. 그러나 거짓과 진실 사이의 게임에서 혼돈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 이란 관점에서 흥미롭다. 그것을 끊임없이 밀어붙이며, 자기 자신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뒤채고 아무래도 채워지지 않는 구멍을 지우기 위해 덧붙이기를 하는.


누구나 최대한 산다. 그 방식이 다를 뿐이다. 어떤 면에서 다 촌년이고 촌놈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왕이고 영주다. 스펙트럼이 다를 뿐이다. 로맹 가리는 밀어붙일 수 있을 만큼 자기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세상을 조소한다. 그게 그의 사랑의 방식이라고 도미니크 보나는 말한다. <자기 앞의 생>에 나온 마지막 문장 '사랑해야 한다'는 아름다운 울림을 넘어선다. 슬프다. 그 문장은 실은 강박이며 조소이다. 그러나 내실한 고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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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둥이 생각


 
손택수


손을 내밀면 연하고 보드라운 혀로
 
손등이며 볼을 쓰윽, 쓱

핥아주며 간지럼을 태우던 흰둥이

보신탕 감으로 내다 팔아야겠다고

어머니가 앓아 누우신 아버지의

약봉지를 세던 밤,

나는 아무도 몰래 대문을 열고 나가
 
흰둥이 목에 걸린 쇠줄을 풀어주고 말았다
 
어서 도망가라 멀리멀리

자꾸 뒤돌아보는 녀석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며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밤새 가슴이 무거웠다
 
다음날 아침 멀리멀리 달아났으리라 믿었던 흰둥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와서

그날따라 푸짐하게 나온 밥그릇을

바닥까지 달디달게 핥고 있는걸 보았을 때,

어린 나는 그예 꾹 참고 있던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흰둥이는 그런 나를
 
다만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는 것이었다
 
개장수의 오토바이에 끌려가면서

쓰윽, 쓱 혀보다 더 축축히 젖은 눈빛으로

 핥아주고만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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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1 교과서에 이 시가 나왔다. 요즘 공부하는 데서 같이 본 손택수 시인이라니, 와 반갑다 하면서 애들하고 이야기를 하며 "정말 귀엽지 않아 " 말했다.

아이들이 모두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이물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럼 넌 어떤데 하면서 애들에게 묻기 시작하니

애들은 슬프다고 이야기 했다.

왜?

그럼 너라도 이 흰둥이를 풀어줬을 거야?



아이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들 그렇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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