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들
동물원 소장의 아들이 물갈퀴 같은 발 모양을 하고 태어나는 일은 흔하다. 어쨌든 그것은 불행이 그런 것처럼 하나의 놀라움이다.
어린애는 북극지방으로 쫓겨났다. 사람들은 그 애가 거기서 훨씬 적합한 자연의 모습과 어울리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밀을 지니고 있었던 가정은 굉장히, 엄청나게 은밀하게 되었다. 누가 과연 동물원 소장의 가정을 속속들이 알았노라고 떠벌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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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두 얼굴을 지니고 다니지 않는다면 정말 사람들을 덜 미워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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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 달린 가오리들은 나무를 쓰러뜨리지 못한다. 그것들은 나무에 기어오르지도 못한다. 자연에는 아직도 경건한 분리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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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때에도 나는 아직 식물처럼 단장되기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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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소리지르는 자의 입을 막기 위해 소리를 지른다. 기린을 보여주는 사람은 난장이를 숨긴다. 곰을 보여주는 사람은 대머리를 감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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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아 적의 추억: 어느날 나는 입을 갖기로 결심했다. 망할! 금세 나는 꼼짝 없이 사람의 애기 모양에 가까워져 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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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안에서는 심장이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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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돼 가네, 라고 사형집행인이 말했다. 불행의 형편이 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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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의 내장 안에서 그는 일 년 전에 사라진 불쌍한 어린애를 되찾았다.
그 감격! 아버지로서의 충격! 그 어리둥절함!
그후로 그는 그토록 열광했던 곤충학과 완보류(緩步類)에 대한 연구와, 흐릿한 안경 뒤로 감춰 버리게 될 이 세상의 정녕 끔찍한 장면을 내팽개쳐 버린다.
아니, 이제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고자 하지 않는다. 그는 미친사람 같다.
그러나 내 묻건데 아무리 금수만도 못한 자라도 그의 입장에서라면 누가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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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귀는 잘 보호되어 있지 않다. 마치 이웃 사람들이 염두에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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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은 얼굴을 칭찬하지 않는다. 그것은 해변을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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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하나를 집어내려 하는 잠수부는 울거나 치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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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밖에서 밤을 보내는 물고기들을 위한 부드러운 진창이라는 여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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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부인, 속에는 찌푸린 얼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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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기를 면도할 줄 아는 사람은 지우개를 지울 줄도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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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은 늪지에서 벌어져야 하리라.
사자를 뒤따르는 생자들도 곤경에 처해야 올바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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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광기를 숨기는 자는 소리없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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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앞에서 목을 숙인 자는 사자 앞에서는 더 이상 몸을 숙일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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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컴컴한 벽난로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석탄을 대주고 나는 석탄 연기를 공급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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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를 지어 노래하는 자는 사람들이 그에게 원하기만 하면 자기 동생이라도 감옥에 처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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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에 붙어 사는 벼룩이 고양이를 무서워한다는 증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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神은 대장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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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의 지혜는 파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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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악마를 물리친 자는 그의 천사로 우리를 성가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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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머거리들까지도 대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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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믿을 때에도 손은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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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사람의 마음은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고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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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베를 짤 줄 아는 사람들만이 결혼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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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보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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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은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지상에 사람이 많을수록 더운 분노도 많다.
-앙리 미쇼(김현, 권오룡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