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

-권태에서 충격까지.




환상은 경계에 대해 말한다. 앤서니 브라운은 단순한 환상-인간과 동물의 자리 바꿈-을 이용해 인간의 경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림책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앤서니 브라운이 말하는 경계는 아주 단순하게는 생각하는 습관을 바꾸라는 것이다. 그의 그림책의 주인공이 동물-침팬치-이라는 것을 통해 그의 경고는 우선적으로 뚜렷하게 부각된다. 인간 주인공이 아닌 것. 동물과 인간에 대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세워놓은 사고의 장벽이 한꺼풀 벗겨진다.

그러나 성인인 내게는 이제 뻔하게 받아들여지는 이러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앤서니 브라운의 과정에는 권태에 대한 치밀하고 감각적인 묘사가 있다. 또한 그 묘사가 충격의 순간을 진정한 충격으로 느끼도록 한다.

『동물원』은 인간 동물원에 대해서-물론 이 과정은 몹시 독특하며 이 결론은 겨우 마지막에 이르러 나타난다-  『돼지』에서는 가족 관계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한 불합리성,『윌리와 휴』에서는 몸체가 작은 것과 큰 것-눈에 보이는 것-과 두려움이 서로 연관 관계를 맺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대해 극단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과정을 다루는 앤서니 브라운의 시선은 천천히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듯 하며, 그러던 와중 그의 그림은 어떤 도약의 순간을 짚는다.

 

『돼지책』에서 엄마가 ‘너희는 돼지야’ 라는 쪽지를 주고 가기 전, 그들의 하품하는 표정, 집 주변의 많은 것들이 돼지인 그림은 그 가족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권태롭고 습관적인 사고가 어떻게 그들을 잠식하고 있는가를 한 컷으로 보여준다. 말하자면 그림으로 쓴 시에 가깝다. 이 사고가 도약으로 진전해 나아가가 까지 얼마나 차근차근 이루어지는지, 어느 순간 사고의 비약이 일어나는지 앤서니 브라운은 알고 있다.


 

 

 

『축구 선수 윌리』에서는 뛰어넘는 과정에 품게 되는 환상의 실체를 마법과 현실이 겹쳐지도록 표현한다. 윌리라는 주인공이 낯익은 어떤 사람이 준 운동화 때문에 축구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그가 그동안 꾸준히 그 축구화를 신고 마법에 빠진 듯 연습을 했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을 그려내는 앤서니 브라운의 시선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욕망 보다는 그 순간에 머무는 차분함, 그러나 순간이 겹쳐지고 있는 시간성을 그려낸다. 말하자면, 이 시간이 겹쳐지는 순간의 권태에 대해, 그 겹쳐진 시간이 화산 폭발을 일으키듯 폭발하는 지점을 앤서니 브라운은 집어낸다.

『달라질 거야』에서는 우리 주변 사물이 얼마나 많이 동물을 시각적으로 변용하고 있는지 그려내는데 이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주인공의 시선이 결국 새로운 생명에 대한 예감이었음이 밝혀지는 환한 순간!

그림책 장수를 하고 싶게 만드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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