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05 어린이날에 아이맥스로 시빌워 보고, 어린이보다 더 재밌게 놀고 들어온 어른이의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리뷰.



1. 시빌워를 보고 나면 선명해질 줄 알았다. 내가 캡틴을 좋아하는지, 아이언맨을 좋아하는지.

영화를 보고나니 누굴 좋아하는지를 가리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중요한 건, 마블이 해냈다는 것.
저마다 시빌워에 대한 기대가 어마어마했을테고,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는데

마블은 그 기대를 채우고 남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짝짝짝.



2. 시빌워의 시작은 이렇다. 오늘도 어김없이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어벤져스팀.

그간 '정의구현'에 가려졌을뿐, 계속 있어왔던 '희생'과 '피해' 문제가 수면위에 떠오른다.

이에 정부는 어벤져스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인 일명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내놓는다.

좋게 말하면 관리, 감독이고 나쁘게 말하면 히어로의 손발을 묶어두는 시스템.

정부의 필요에 의해서 전투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피해를 정부측에서 책임지는 건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눈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움직일 수 없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


지난 울트론 일도 그랬고, 초반부터 피해자를 마주하게 되는 아이언맨은 찬성파에 선다.

캡틴은 반대파. 히어로들도 엄연한 인권이 있으므로 제약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데,

전작인 2탄에서 누명을 받고 고생하던 그를 보면 이해가 갔다.

이 문제로 대립하던 그들 앞에 한 사건이 등장한다. 소코비아 협정이 이뤄지던 그 시각 UN에 테러가 일어나는데,

그 테러범이 그간 자취를 감췄던 윈터솔저 '버키'로 밝혀지면서 심리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 테러로, 그날 UN에 있던 와칸다의 왕자 '티 찰라'는 '블랙펜서'라는 이름으로 시빌 워에 참전한다.)

조종당하는 친구 버키를 감싸는 캡틴과, 테러범 버키를 잡으려 둘을 쫓는 아이언맨.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정말 맞서 싸워야 된다는 생각에 두 팀은 본격적으로 팀을 꾸린다.



3. 아이언맨은 갓 스파이더맨이 된 어린 피터를 찾아가고,

캡틴팀에 합류했다(대사 몇마디로ㅠㅠ)는 호크아이는 한 남자를 데려온다.

작다고 해서 다 작은 건 아닌 그 남자 스콧 랭. 팔콘과의 인연으로 캡틴팀에 합류하게 된 앤트맨이다.


그렇게 두 팀이 완성된다.

아이언맨팀 - 블랙위도우, 로디, 비전, 블랙펜서 그리고 스파이더맨.

캡틴팀 - 팔콘, 윈터솔저(버키), 완다(스칼렛 위치), 호크아이 그리고 앤트맨.


 

4. 그들의 액션씬이 펼쳐지는 공항씬은 과연, 기대 이상이었다.

글을 쓰다 문득 '신이 ~를 만들 때'가 생각났는데, 여기에 대입해보자면 이렇다.

'마블이 공항씬을 만들때'.

1) 히어로 개개인의 주특기를 한 스푼 넣고,

2) 스파이디에게 쉴새없는 대사를(feat. 덩달아 한 마디씩 더하는 캐릭터들) 두 스푼 넣고,

3) 빵빵터지는 큰웃음을 조그...으으으어어어어어 (앤트맨에게 쏟아붓는다)

라고나 할까.ㅎㅎ



5. 큰웃음의 중심에는 단연, 씬스틸러 앤트맨이 있다.

아이언맨이 친히 행차했던 스파이디 섭외와는 사뭇 다르게, 자다깨서 바로 투입되던 스콧.

그 불친절함에 사과라도 하듯 제작진은, 공항씬에서 비중 몰아주기 신공을 선보인다.

아이언맨이 "우리 팀에는 저렇게 임팩트 있는 애가 없냐"는 대사도 날려주고,

무엇보다 '자이언트맨'을 선사함으로써, 앤트맨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소코비아 협정은 무엇이며 1991년 12월 16일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가물가물해도

앤트맨의 재발견 : 자이언트맨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날 것이 분명하다.





[여기부터 본격 스포일러를 동반한 리뷰가 이어집니다]

 

 

6. 무엇보다 시빌 워는 '낯설게 하기'가 강점인 영화다.

앤트맨에서 스콧이 팔콘과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팔콘 아닌 다른 히어로들과는 어떻게 싸울까 싶었는데 내 우려와는 달리 잘 싸운다.

정말 잘 싸운다. 이 모습을 캐시가 봤어야 하는데 아쉬울 정도로.ㅎㅎ

또, 호크아이는 잠깐이지만 비전을 제압할 줄 안다.

그간 보여줬던 모습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시빌 워를 보면서 알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비전의 실수. 빔을 잘못 쏴서, 워머신이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토니가 비전에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묻자, 방심했다고 대답하는 비전.

제 아무리 인공지능이어도 비전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캡틴으로서의 스티브와 토니로서의 아이언맨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도

'낯설게 하기'의 연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연장이 아니라 이게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제 아무리 버키가 히드라에 조종당하는 연장선에 놓였다 하더라도,

스티브가 아닌 캡틴으로서 한 번쯤은 토니의 입장에서 헤아려볼 법 한데

버키의 문제에 있어서 캡틴은 캡틴이 아닌 그저 스티브다. 버키 친구 스티브.

명색이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인데 캡틴이 매력적이지 않은 건 그래서일 것이다.

내가 이 헬기씬을 보려고 시빌 워를 기다렸나보다... (개인적으로 제일 흐뭇해했던 씬)

싶은 명장면을 보여주고서 왜 때문에 기승전버키만내친구...인 것인지. 쩝.


천재 기업가,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등 그간 아이언맨을 수식하던 모든 말들을 뒤로하고,

시빌 워에서 보여주는 토니로서의 아이언맨은 짠내 투성이다.

'시빌 워 아이언맨'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불쌍'이 뜰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그의 짠내는

제모 남작이 집착했던 1991년 12월 16일 영상을 보는 순간 폭발한다.

안 그래도 위태로웠던 토니의 멘탈이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스크린 너머로 들리는 것 같았다.

그저 히드라에 조종당한 용병 윈터솔저가 아니라, 제 부모를 죽인 원수라면 말이 다르지 않나.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보다 토니에게 더 상처였던 건, 캡틴의 행동이다.

알고 있었냐니까, 알고 있었다고 하고 나도 친구아니냐고, 갈거면 방패 내려놓고 가라니까 진짜 내려놓고 가고.

난 너를 믿었던만큼 난 네 친구도 믿었는데... 말이다. (중간에 오해하긴 했지만)


배트맨과 슈퍼맨이 그랬던 것처럼 극적인 화해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기다렸던 그들의 내전 끝에는 되돌릴 수 없는 감정만이 남았다.



7. 새로운 얼굴 블랙펜서가 보여주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캡틴을 찾아준다고 했지 잡는다고 하진 않았다"는 현명한 여자 블랙 위도우는

정말 멋있었다. 이러니 내가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를 안 기다릴래야 안 기다릴 수가 없다. 하...



8. 스파이디와 토니의 케미도 재밌었지만, 팔콘x버키 케미도 재밌었다.

(티격 태격해도 샤론x캡틴을 볼때는 한 마음 한 뜻으로 바라보던 남정네 둘이란.ㅎㅎ)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투샷은 비전과 완다.

원작에선 결혼까지 한다니, 한 길 사람 속을 모르는 것처럼 마블에서 러브라인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9. 영화를 함께 본 W양은 시빌 워를 비빔밥에 비유했다.

평소에 도라지를 안 먹는 내가, 비빔밥을 먹고나서 도라지의 맛을 알게 된 것처럼

시빌 워를 보고 앤트맨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공교롭게도 나와 W양 둘 다, 마블 영화 중 앤트맨을 못 보고 시빌 워를 보러 갔는데

앤트맨 덕분에 많이 웃었고, 앤트맨의 매력에 제대로 취해 나왔다.

비단 앤트맨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라지는 블랙 위도우가 될 수도 있고

스파이디가 될 수도 있고 블랙펜서가 될 수도 있다. 

CIA 부국장으로 출연한 왓슨(왓슨은 누가 뭐래도 왓슨...:p)일 수도 있다.


괜히, 캡틴 아메리카 3라쓰고 어벤져스 2.5라고 읽는게 아니니까.ㅎㅎ

(말이 나와 하는 말인데, 마블에서 셜록x왓슨 투샷을 보게 되면 기분이 정말 묘할 것 같다.

원작 코믹스를 안 봐서 둘의 연결고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0. 글을 완성하고 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아서 며칠을 붙잡고 있었는데,

이쯤이면 충분히 쓴 것 같다. 블랙펜서의 유연한 몸놀림과 "우리가 이기려면, 우리 중 일부는 져야 한다."던

호크아이의 대사와 쿠키 영상에 대한 이야기 등등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여기까지 쓴다.

 

 

 

이렇게 리뷰를 쓸 정도였으니, 시빌 워를 정말 재밌게 보긴 봤나보다 싶다.ㅎㅎ

보통 서평쓸 때, 문장이 정리가 안 되서 중간에 이렇게 프린트해서 보는데

워낙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아 시빌 워 리뷰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이래저래 추억이 될 것 같아서 함께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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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실감하는 순간이 있다.
선풍기를 꺼내 준비할 때, 어제도 입은 긴팔이 하루 차이로 무색하게 더울 때, 점심메뉴로 냉면만한 게 없을 때. 내겐 이런 순간보다 여름을 실감하는 때가 있는데, 바로 정유정의 책을 읽을 때다.

너무 더워 잠이 오지 않던 여름밤, 날을 새워 <7년의 밤>을 읽은 기억. 후두둑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28>을 읽던 오후의 기억.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승민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리워하던 신들의 땅 히말라야.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읽은 것도 여름이었다.

소설로는 3년만이다. 늘 그랬듯 여름에 찾아온 신작. 예약판매하는 책을 미리 구매하며, 여름이 왔음을 실감한다. 이번엔 또 어떤 시공간에서, 어떤 캐릭터가 나를 비록한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5월. 영화에 <곡성>이 있다면, 책에는 단언컨대 <종의 기원>이 있다. 두 작품을 만날 생각을 하니, 여름이 오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아래는 책 소개.

작가 정유정이 돌아왔다!

펴내는 작품마다 압도적인 서사와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온 정유정이 전작 《28》 이후 3년 만에 장편소설 《종의 기원》으로 독자들을 찾았다.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하는 작가이기에 3년 만에 만나는 그의 신작을 향한 독자들의 기대는 그 시간만큼이나 높게 쌓였을 것이다.

작품 안에서 늘 허를 찌르는 반전을 선사했던 작가답게, 이번 작품에서 정유정의 상상력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빛을 발한다.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인간, 그 내면 깊숙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악’에 대한 시선을 집요하게 유지해온 작가는 이번 신작 《종의 기원》에 이르러 ‘악’ 그 자체가 되었다. 그리하여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정유정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악’에 대한 한층 더 세련되고 깊이 있는 통찰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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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 언제, 어디서 읽어도 좋은 게 책이지만... :)

언제, 어디서 제일 많이 읽었더라 되짚어보면 '새벽, 제 방'입니다.


이르면 11시, 늦으면 12시에 머리맡에 있는 책들을 읽다 잠들거든요.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동안 책을 읽은 시간과 공간이기도 하구요.

딴짓하지 않고 집중 있게 책을 읽었던 장소는 전철입니다.

제 방에서는 딴짓으로 빠지기 십상이라... ㅎ_ㅎ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 종이책도 읽고, 전자책도 읽고,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기도 합니다.

습관하니 말인데, 저는 한 권을 붙잡고 끝낼 때까지 읽는 것보다는, 장르가 겹치지 않게 한 번에 여러 권을 동시에 읽습니다.

한 번 시집에 꽂히면 시집만 읽어댈 때도 있고, 만화책만 읽어댈 때도 있어요.


요즘엔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책을 기록해두는 일에 빠져있습니다.

읽는 책은 웬만해서 그때 그때 기록해두려고 하는 편입니다.

굳이 각잡은 서평이 아니더라도, 사진으로 남겨두거나 마음에 드는 구절을 남기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아, 그리고 때때로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통해 책을 듣기도 합니다 :D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최현정의 <빨강머리N>,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이렇게 세 권 있네요 :)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 한 칸에 색색별로 모아서 정리해둘 때도 있고, 작가의 책을 한 곳에 모아두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대부분 책의 크기에 맞춰서 책장에 최대한 많은 책을 넣을 수 있게끔 정리해뒀습니다.

책장에 꽂히지 못한 책들은 두서없이 탑을 이루고 쌓여있어요T_T


모든 책을 다 갖고 싶지만, 불가능하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아서

2년 전부터는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빌려봤고 (사서 읽는 것과 병행. 독서마라톤의 영향도 있었고.)

올해는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해서, 전자책으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책들은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고 있습니다.

'간소'라는 게, 지극히 주관적인 거라 제가 어디까지 간소하게 줄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실천중입니다 !_!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 이건, 전에도 한 번 이야기한 적 있는데요 :)

비룡소에서 출간 된 <거짓말하다 죽은 말 이야기>라는 책이요.

초등학생때 도서관에서 빌려봤는데, 이 책으로 소설의 재미를 알고

내 손으로 책을 찾아 읽는 재미를 깨달았던지라 제겐 여러모로 의미있는 책입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 어... 아직도 제 책장 한 구석에 있는 귀여니 책.ㅎㅎ

도레미파솔라시도는 그 당시에 워낙 좋아해서 샀고,

내 남자친구에게는 한참 뒤에 신촌 아름다운가게 헌책방에 갔다가 발견해서 사왔는데...

한 번도 읽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 이야기 들려주는 것처럼 말하기)

이 책을 통해 '추억의 책은 추억으로 남겨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모든 책이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책은 읽을 '때'가 있다'(그 때가 아니면 읽기 쉽지 않은)를

깨달았으니 제겐 나름대로 의미있는 책이네요. :)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 좋아라하는 김애란, 김연수, 황정은 작가님은 만나뵌 적이 있으니

살아 있는 작가 중에 고른다면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쓴 발터 뫼르스.

초등학생의 저에게 <거짓말하다 죽은 말 이야기>가 있었다면

고등학생의 저에겐 <꿈꾸는 책들의 도시>가 있었습니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은 영화로도 제작되서 원작을 읽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들 아는 작품이지만

이 책은 2006년에 영화화한다고 해놓고 (10년째 기다리고 있는 1人)

아직도 소식이 없는 관계로, 이 책을 이야기하면 정말 이 책을 읽은 분들밖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운 작품.

이 책 미친듯이 재밌으니까 꼭 한 번 읽어보세요♥ 하기엔... 진입장벽이 높은 책이라

(그저 두꺼워서 높은 게 아니라... 정말이지 생전 처음 보는 세계 앞에서의 그 낯선 느낌이란...@_@)

영업하기가 쉽지 않은 책.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었다고 하면 그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고ㅎㅎ


여하튼 발터 뫼르스를 만나게 된다면 상상의 대륙 차모니아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시간이 있다면

그 앞에서 가만히 앉아 그저 듣고 싶습니다. 원어로 들으려면 독일어를 미리 공부해둬야 하나...

(인생 김칫국 마시기지만 상상만해도 행복하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장미의 이름> 상, 하권에 도전해보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고 말하려다... 그 전에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으므로...)

그 외에도, 아직 읽지 못한 많은 세계문학을 한 권 한 권 읽어보고 싶습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 파울로 코엘료의 <마크툽>이요.

전에 나온 <마법의 순간>을 너무 괜찮게 읽어서, 한치의 고민 없이 샀는데

<마크툽>은 <마법의 순간2>가 아니었다고 한다...Aㅏ...

(물론 책의 잘못이 아닙니다. 제 취향의 문제일뿐!)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  이건 주노 디아스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 책들을 몽땅 끌어안고 있다가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마지막 순간이 돼야 어느 책 세 권을 가지고 갈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 다음에 무인도에서 남은 평생을, 남겨두고 온 책들과, 새로 나온 책이건 오래된 책이건

읽을 기회가 없었던 그 모든 책들에 대해서 꿈을 꾸며 보내겠지요."

 

라고 대답한 것처럼,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그 마지막 순간을 경험하지 않는 이상

'이게 내 답이다' 싶은 세 권을 고르긴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라본다면!

 

   


 

1. 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도시> (집에 있는 책은 1,2권 분권짜리이니, 단 권으로 나온 개정판을 구매해야 되려나)

2. 아즈마 키요히코 <요츠바랑> 전권 (한 권으로 가져가야 한다면, 단 권을 이어 붙여서 한 권으로 만들어뒀다는 가정하에)

3. 신해영 <나라를 구했다> 1,2권 (이것도 합본이 없으니 이어 붙여서라도)


생존에 도움이 되는 책을 가져가야할까, 싶다가도 여차저차해서 생존할 수 있다면

내가 무인도에 있다는 걸 잊게 만드는 책(꿈꾸는 책들의 도시)이나

몇 번을 읽어도 웃으며 읽는 책(요츠바랑&나라를 구했다)이 좋을 것 같아서 고심 끝에 고른 세 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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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 박하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나에게는 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살인이 잉태된 집안에서 들려주는 살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집안은 내가 자라난 곳이며, 또 어떤 면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마이클 길모어. 록 음악이 최고의 절정기에 달하던 1967년 말에 창간된 이래로 대중문화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의 잡지 <롤링 스톤>의 수석편집장이었으며, 로큰롤의 태동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록 음악계의 빛나는 영웅들을 그린 Night Beat의 저자이자 뛰어난 음악평론가다.

 

나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살인자의 동생이다. 그의 이름은 게리 길모어. 그는 현대 미국의 범죄자 중에 누구보다도 역사적인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악명을 드높인 것은 그가 저지른 범죄19767, 연이틀 젊은 모르몬 교도 두 명을 살해한 그 죄때문이 아니었다. 게리가 유명해진 건, 바로 그가 자신의 처벌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 때문이다. 그가 살인을 저질렀던 시기는, 미국 대법원이 사형제도의 부활을 위한 조치를 취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특히 당시 사건이 일어났던 유타 주는 앞장서서 사형제도의 부활법을 통과시킨 상태였다. 하지만 법의 집행은 또 다른 문제였다. 1977년 가을, 게리가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는 한 번도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었다. 비록 법은 통과되었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합법적인 살인행위에 찜찜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게리 길모어로 인해서 바뀌었다. (p.18)

 

사실 게리 길모어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이 아니다. 게리 길모어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에 처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 노먼 메일러의 사형집행인의 노래는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해 퓰리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게리가 저지른 난폭한 죄악의 뿌리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기록되지 못한 이야기들 속에 감춰져 있다고 마이클 길모어는 이 책 내 심장을 향해 쏴라의 서문에서 덤덤히 고백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 가족사라고. 우리 집안의 어두운 비밀과 좌절된 희망의 덫이, 어떤 식으로 나의 형 게리에게 전해져서 그의 살해 충동을 만들어냈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아무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질 수 없었던 이야기를 말이다.

 

완전히 다른 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형들과는 전혀 다른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막내였던 자신을 떠올리는 것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게리 길모어를 비롯한 형제들과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머니의 집안과 아버지의 과거와 할머니 이야기까지, 말 그대로 가족사를 깊이 파고든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3장에 나온다. 게리는 사형집행인의 노래에 실린 인터뷰를 진행했던 실러와 자신의 변호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살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중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었던 톰 라이든에게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다고. 그러나 그러기에는 자신이 선생님 말을 너무나 듣지 않았고 또 실망시켰다고 생각해서 그러지 못했다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톰 라이든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1977년 당시, 그는 한 학교의 교장으로 있었고 그때 그 학교에는 심각한 문제아가 하나 있었다. 학교 측에서는 그 학생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지도할 선생을 두 명 배정했고, 두 사람은 최선을 다했으나 더 이상은 어렵다고, 관계당국에 넘기는 게 좋겠다고 라이든에게 말했다.

게리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으나, 자신의 말을 너무나 듣지 않았고 또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그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실러에게 전해 듣던 그 날은, 그 아이에 대한 임원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라이든은 그 자리에서 선생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어제, 나는 게리 길모어와 관련된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게리는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어릴 적 8학년 때의 담임선생님이 있었는데, 자기는 그 선생님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싶었다고. 그런데 그 선생님이 자기 손을 잡아줄 만큼 손을 내밀어주지 않았다고. 그 선생님이 바로 저입니다. , 선생님들, 우리가 이 학생에게 해줄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그 후론, 그 선생들은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온몸을 던졌다고 한다.

 

나는 선생들에게도 항상 이렇게 말해왔지요.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세요. 그리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세요. 이 아이가 만일 선생님의 아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그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주길 바라실 테지요.” (p.248)

 

라이든의 이 말을 읽는데, 최근 재밌게 챙겨보고 있는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누명을 쓰고 재판을 받게 된 캐릭터 변지식의 대사가 떠올랐다.

 

나 처음부터 내가 봤다고 말했잖아, 당신들한테! 내가 몇 번이나 말을 했는데! 당신들이 내 말을 다 무시하고 윽박지르고! 전과 기록만 보고 나를... 살인자로, 방화범으로 몰았잖아 당신들이! 그런데, 저 사람... 저 변호사만 나를 믿어줬다고. 내가 아니라고. 내 말을 다 들어줬다고. 오직 저 변호사만 나를 믿어줬다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준 변호사 조들호 덕분에 변지식의 미래가 달라졌던 것처럼 게리가 라이든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하고, 라이든이 게리의 손을 잡아주었다면 게리의 미래는 조금 달라졌을까? 드라마는 드라마고, 현실은 현실이지만 나는 라이든의 이 말을 현직 교사와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전해 들었으면 한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 내 아이가 문제아가 되었다면, 나도 분명히 내 아이에게 그렇게 대해줄 것이라 바랄테니까.

 

 

게리의 죽음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마이클 자신의 정신을 온전히 지키는 데 도움이 됐지만 치러야 할 대가가 있었다. 마이클 길모어 개인의 삶을 내려놓고, 그 순간부터 게리의 동생 마이클의 삶을 살아야 했다. 하루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날이 없는 나날의 삶. 그 삶 속에서 그는 여전히 악몽을 꾼다. 새벽 내내 잠을 설치고, 맞이하는 아침 햇살. 베개로 얼굴을 덮으며 몸을 웅크린 채 이렇게 중얼거린다. “괜찮지 않아, 절대로. 괜찮아질 수 없어.” 자신을 향해 이 말을 수없이 반복한다. 마침내 그 말 속에서 위안을 찾고,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든다.

 

688쪽에 이르러서야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을 마주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접했던 하루키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내와 출판사 편집자의 번역 권유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가, 번역 의뢰는 절대 받지 않는다는 자신의 원칙을 깨뜨리면서 이 책을 일본에 소개하였고, 이 책을 읽고 2년여에 걸쳐 번역하며 인간에 대한, 아니 어쩌면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라는 깊은 회한을 옮긴이 후기에 남겼다는 그 이야기를.

 

과장이지만, 하루키가 원칙을 열 번이라도 깨고 남을 책이었다. 이 책이 내 품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이 글을 마무리하는 이 순간까지 길모어의 가족사에 빠져있는 동안 때때로 우울했다. 한없이 무겁고 어두운 가족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가족사를 마주하고, 글을 써내려갔을 마이클 길모어를 생각하면 먹먹했다.

 

책을 읽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붙들고 있었다. 이 책에 대한 내 생각을 녹여냈다기 보다, 이 글 저 글을 인용하기 바빴고 그렇게 인용 투성이가 되어버린 것 같아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인용구를 덧붙이며 이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그곳을 빠져나가는 최선의 방법은 그곳을 거쳐 가는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

 

 

끝끝내 그곳을 거쳐 가서, 이 책을 탈고했을 마이클 길모어의 의지에 끝없는 박수를 보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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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 푸시킨에서 카잔차키스, 레핀에서 샤갈까지
서정 지음 / 모요사 / 201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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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는 이 책의 제목처럼, 나 역시 그들을 따라 국내 여행지를 걸었던 적이 있다.

 

무더웠던 4년 전 여름, 친구와 함께 떠날 여행지로 부산을 고른 건 영화 푸른 소금때문이었다. 이래저래 아쉬운 영화로 평가받는다 해도,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영상미가 남은 영화였고, 부산에 가고 싶게 만든 영화였다. 비현실적으로 예쁜 하늘을 배경 삼아, 광안대교 근처에 앉아있던 송강호의 뒷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던 장면. 그 풍경을 내 눈에 담고 싶어 향한 부산이었지만, 때는 성수기 중의 성수기였다. 태양은 내리 쬐고, 사람 많은 광안리 근처 어딘가에 서 있던 나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몇 년 뒤의 여름에는, 전주에 있었다. 드라마 보통의 연애를 보고 전주 여행을 예습했던 나는 이 곳 저 곳을 지나칠 때마다 드라마를 생각했다. 드라마 속의 계절과는 달랐지만, 캐릭터의 감정선을 생각하며 걷는 전주 여행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국내를 여행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저 드라마가 좋아서, 영화가 좋아서 여행지로 삼고 여행했던 나와는 달리, 공부와 생업과 가족의 일로 상트페르트부르크와 모스크바, 민스크와 아테네를 두루 옮겨 다니며 살았던 작가에게 여행은 생활의 다른 일면이었다고 한다. 자연스레 유럽의 중심과는 또 다른 축에서 지식인과 예술가의 발자취를 더듬어갔다고. 기회가 될 때마다 밟고 다녔던 그곳은 공교롭게도 유럽의 변경(나라의 경계가 되는 변두리의 땅)에 위치한 도시들이 많았고, 당면한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 책은 그들을 따라 걸었던 책이다.

 

러시아어로 진짜 러시아를 기막히게 표현할 운명으로 태어난 러시아가 사랑한 천재 시인푸시킨으로, 시작해서 고대 신화의 세계를 빠져나온 현대 그리스를 과감하게 형상화한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까지 열 명이 넘는 예술가 중에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흐가 머물었던 남프랑스를 가장 먼저 찾았다.

 

고흐에 대한 애착 때문인지, 자연스레 유럽의 변경으로 안내하는 작가의 안내 덕분인지 남프랑스는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다.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으로 이름만 알고 있던 아를에서 노란색 돌이 박혀 들어간 자리를 찾아다니며 외로운 영혼을 추억하는 고흐 루트를 밟다가, 고갱과의 다툼 끝에 귀 한쪽을 잘라낸 고흐가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병원 근처에도 서성거려본다. 그렇게 따라다니다가 마주한 한 문장 앞에서 멈춰선다.

 

큰 구름이 머리 위를 지나고 있을 때는 그저 진노랑의 바탕색 위에 서 있다고 생각했던 우리는 구름이 지나고 난 자리에 햇빛 광선이 노란 바탕색 위로 쐐기를 박자 그만 투명한 꽃잎을 저마다 바짝 세운 노란 형광빛 바다에 던져진 듯했다. (p.301)

 

이 문장이, 문장 위에 실린 카마르그 평원을 달리다가 만난 아찔한 노란색의 해바라기 밭사진을 실감하게 했다. 사진보다 생생한 글이라니. 이다지도 매력적인 문장들이 곳곳에 담겨있는 멋진 책이다.

 

낯설었던 러시아 예술가들을 비롯해, 생소한 몇몇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관심이 생긴 것도 이 책 덕분이다. 아니, 어디 예술가뿐인가. 유럽의 변경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리투아니아에서 만난 마르티나스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가끔 외국 사람들을 만나면 자기 나라에 대한 나의 인상을 궁금해하던 게 생각나서 말인데요, 내가 한국에 대해 꼽을 수 있는 건 세 가지예요. 올림픽,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 그리고 김기덕과 박찬욱.”

 

리투아니아의 한 지방 숲 속에 사는 그의 서가에는 카프카와 나보코프 선집, 두세 권의 백과사전, 소비에트 클래식 영화 DVD 몇 개 사이로 박찬욱과 김기덕의 이름이 박힌 DVD가 꽂혀 있었다. 그는 이렇게라도 한국을 알고 있었는데, 나는 리투아니아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웠지만 이것을 깨닫게 된 것 또한 이 책이 내게 준 기회라고 생각한다. 세계는 넓고,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기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깊은 사유와 성찰로 문학과 예술을 더듬어간 여행. 유럽의 변경에는 지식인과 예술가의 발자취가 있었고, 그 발자취 위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늘 그렇듯, 글로 읽었지만 정말이지 기분 좋은 산책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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