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505 어린이날에 아이맥스로 시빌워 보고, 어린이보다 더 재밌게 놀고 들어온 어른이의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 리뷰.



1. 시빌워를 보고 나면 선명해질 줄 알았다. 내가 캡틴을 좋아하는지, 아이언맨을 좋아하는지.

영화를 보고나니 누굴 좋아하는지를 가리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중요한 건, 마블이 해냈다는 것.
저마다 시빌워에 대한 기대가 어마어마했을테고,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는데

마블은 그 기대를 채우고 남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짝짝짝.



2. 시빌워의 시작은 이렇다. 오늘도 어김없이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어벤져스팀.

그간 '정의구현'에 가려졌을뿐, 계속 있어왔던 '희생'과 '피해' 문제가 수면위에 떠오른다.

이에 정부는 어벤져스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인 일명 '슈퍼히어로 등록제'를 내놓는다.

좋게 말하면 관리, 감독이고 나쁘게 말하면 히어로의 손발을 묶어두는 시스템.

정부의 필요에 의해서 전투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피해를 정부측에서 책임지는 건 긍정적이지만

정부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으면 눈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움직일 수 없는 부정적인 면이 있다.


지난 울트론 일도 그랬고, 초반부터 피해자를 마주하게 되는 아이언맨은 찬성파에 선다.

캡틴은 반대파. 히어로들도 엄연한 인권이 있으므로 제약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데,

전작인 2탄에서 누명을 받고 고생하던 그를 보면 이해가 갔다.

이 문제로 대립하던 그들 앞에 한 사건이 등장한다. 소코비아 협정이 이뤄지던 그 시각 UN에 테러가 일어나는데,

그 테러범이 그간 자취를 감췄던 윈터솔저 '버키'로 밝혀지면서 심리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 테러로, 그날 UN에 있던 와칸다의 왕자 '티 찰라'는 '블랙펜서'라는 이름으로 시빌 워에 참전한다.)

조종당하는 친구 버키를 감싸는 캡틴과, 테러범 버키를 잡으려 둘을 쫓는 아이언맨.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이제는 정말 맞서 싸워야 된다는 생각에 두 팀은 본격적으로 팀을 꾸린다.



3. 아이언맨은 갓 스파이더맨이 된 어린 피터를 찾아가고,

캡틴팀에 합류했다(대사 몇마디로ㅠㅠ)는 호크아이는 한 남자를 데려온다.

작다고 해서 다 작은 건 아닌 그 남자 스콧 랭. 팔콘과의 인연으로 캡틴팀에 합류하게 된 앤트맨이다.


그렇게 두 팀이 완성된다.

아이언맨팀 - 블랙위도우, 로디, 비전, 블랙펜서 그리고 스파이더맨.

캡틴팀 - 팔콘, 윈터솔저(버키), 완다(스칼렛 위치), 호크아이 그리고 앤트맨.


 

4. 그들의 액션씬이 펼쳐지는 공항씬은 과연, 기대 이상이었다.

글을 쓰다 문득 '신이 ~를 만들 때'가 생각났는데, 여기에 대입해보자면 이렇다.

'마블이 공항씬을 만들때'.

1) 히어로 개개인의 주특기를 한 스푼 넣고,

2) 스파이디에게 쉴새없는 대사를(feat. 덩달아 한 마디씩 더하는 캐릭터들) 두 스푼 넣고,

3) 빵빵터지는 큰웃음을 조그...으으으어어어어어 (앤트맨에게 쏟아붓는다)

라고나 할까.ㅎㅎ



5. 큰웃음의 중심에는 단연, 씬스틸러 앤트맨이 있다.

아이언맨이 친히 행차했던 스파이디 섭외와는 사뭇 다르게, 자다깨서 바로 투입되던 스콧.

그 불친절함에 사과라도 하듯 제작진은, 공항씬에서 비중 몰아주기 신공을 선보인다.

아이언맨이 "우리 팀에는 저렇게 임팩트 있는 애가 없냐"는 대사도 날려주고,

무엇보다 '자이언트맨'을 선사함으로써, 앤트맨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소코비아 협정은 무엇이며 1991년 12월 16일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가물가물해도

앤트맨의 재발견 : 자이언트맨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날 것이 분명하다.





[여기부터 본격 스포일러를 동반한 리뷰가 이어집니다]

 

 

6. 무엇보다 시빌 워는 '낯설게 하기'가 강점인 영화다.

앤트맨에서 스콧이 팔콘과 대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팔콘 아닌 다른 히어로들과는 어떻게 싸울까 싶었는데 내 우려와는 달리 잘 싸운다.

정말 잘 싸운다. 이 모습을 캐시가 봤어야 하는데 아쉬울 정도로.ㅎㅎ

또, 호크아이는 잠깐이지만 비전을 제압할 줄 안다.

그간 보여줬던 모습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시빌 워를 보면서 알았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비전의 실수. 빔을 잘못 쏴서, 워머신이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토니가 비전에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묻자, 방심했다고 대답하는 비전.

제 아무리 인공지능이어도 비전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캡틴으로서의 스티브와 토니로서의 아이언맨의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도

'낯설게 하기'의 연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연장이 아니라 이게 목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제 아무리 버키가 히드라에 조종당하는 연장선에 놓였다 하더라도,

스티브가 아닌 캡틴으로서 한 번쯤은 토니의 입장에서 헤아려볼 법 한데

버키의 문제에 있어서 캡틴은 캡틴이 아닌 그저 스티브다. 버키 친구 스티브.

명색이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인데 캡틴이 매력적이지 않은 건 그래서일 것이다.

내가 이 헬기씬을 보려고 시빌 워를 기다렸나보다... (개인적으로 제일 흐뭇해했던 씬)

싶은 명장면을 보여주고서 왜 때문에 기승전버키만내친구...인 것인지. 쩝.


천재 기업가,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등 그간 아이언맨을 수식하던 모든 말들을 뒤로하고,

시빌 워에서 보여주는 토니로서의 아이언맨은 짠내 투성이다.

'시빌 워 아이언맨'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불쌍'이 뜰 정도로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그의 짠내는

제모 남작이 집착했던 1991년 12월 16일 영상을 보는 순간 폭발한다.

안 그래도 위태로웠던 토니의 멘탈이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스크린 너머로 들리는 것 같았다.

그저 히드라에 조종당한 용병 윈터솔저가 아니라, 제 부모를 죽인 원수라면 말이 다르지 않나.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보다 토니에게 더 상처였던 건, 캡틴의 행동이다.

알고 있었냐니까, 알고 있었다고 하고 나도 친구아니냐고, 갈거면 방패 내려놓고 가라니까 진짜 내려놓고 가고.

난 너를 믿었던만큼 난 네 친구도 믿었는데... 말이다. (중간에 오해하긴 했지만)


배트맨과 슈퍼맨이 그랬던 것처럼 극적인 화해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기다렸던 그들의 내전 끝에는 되돌릴 수 없는 감정만이 남았다.



7. 새로운 얼굴 블랙펜서가 보여주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캡틴을 찾아준다고 했지 잡는다고 하진 않았다"는 현명한 여자 블랙 위도우는

정말 멋있었다. 이러니 내가 블랙 위도우 솔로 무비를 안 기다릴래야 안 기다릴 수가 없다. 하...



8. 스파이디와 토니의 케미도 재밌었지만, 팔콘x버키 케미도 재밌었다.

(티격 태격해도 샤론x캡틴을 볼때는 한 마음 한 뜻으로 바라보던 남정네 둘이란.ㅎㅎ)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투샷은 비전과 완다.

원작에선 결혼까지 한다니, 한 길 사람 속을 모르는 것처럼 마블에서 러브라인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9. 영화를 함께 본 W양은 시빌 워를 비빔밥에 비유했다.

평소에 도라지를 안 먹는 내가, 비빔밥을 먹고나서 도라지의 맛을 알게 된 것처럼

시빌 워를 보고 앤트맨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공교롭게도 나와 W양 둘 다, 마블 영화 중 앤트맨을 못 보고 시빌 워를 보러 갔는데

앤트맨 덕분에 많이 웃었고, 앤트맨의 매력에 제대로 취해 나왔다.

비단 앤트맨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라지는 블랙 위도우가 될 수도 있고

스파이디가 될 수도 있고 블랙펜서가 될 수도 있다. 

CIA 부국장으로 출연한 왓슨(왓슨은 누가 뭐래도 왓슨...:p)일 수도 있다.


괜히, 캡틴 아메리카 3라쓰고 어벤져스 2.5라고 읽는게 아니니까.ㅎㅎ

(말이 나와 하는 말인데, 마블에서 셜록x왓슨 투샷을 보게 되면 기분이 정말 묘할 것 같다.

원작 코믹스를 안 봐서 둘의 연결고리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0. 글을 완성하고 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아서 며칠을 붙잡고 있었는데,

이쯤이면 충분히 쓴 것 같다. 블랙펜서의 유연한 몸놀림과 "우리가 이기려면, 우리 중 일부는 져야 한다."던

호크아이의 대사와 쿠키 영상에 대한 이야기 등등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여기까지 쓴다.

 

 

 

이렇게 리뷰를 쓸 정도였으니, 시빌 워를 정말 재밌게 보긴 봤나보다 싶다.ㅎㅎ

보통 서평쓸 때, 문장이 정리가 안 되서 중간에 이렇게 프린트해서 보는데

워낙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정리가 안 되는 것 같아 시빌 워 리뷰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이래저래 추억이 될 것 같아서 함께 올려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