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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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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아니었으나 문단의 별이었고 영국의 전설적인 문학 에이전트이자 줄리언 반스의 아내였던 팻 캐바나. 20081020, 거리에서 쓰러진 후 병원으로 옮겨진 그녀는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그 후 37일 만에 사망했다. 반스는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며 침묵했다. 다만, 작가로서의 본분에 충실하여 맨부커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에세이와 단편소설을 함께 묶은 <그림자를 통해>를 펴냈다. 그리고 5년 만에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책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는 그가 자신의 아내에 관해 쓴 유일무이한 회고록이자 개인적인 내면을 열어 보인 에세이다. 또한 동시에 이 작품은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를 담은 소설이자 19세기 기구 개척자들의 모험담을 담은 짧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라는게, 이 에세이의 대략적인 소개인데 나는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오기 전에 이 책에 대한 느낌을 한 단어 사별(死別)로 요약했다. 그러고 나니 떠오르는 작품이 있었다. 일본 만화 중에 좋아라 해서 전권을 소장 중인 <후르츠 바스켓>. 4년 전에 처음 접한 내용인데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16권에서 주인공의 어머니 쿄코의 과거가 펼쳐지는데, 나는 이 쿄코라는 인물을 통해서 간접적이었지만 사별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쿄코의 남편이자 주인공 토오루의 아버지인 혼다 카츠야는 감기가 악화되어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먼저 세상을 뜬다. 카츠야의 장례식을 치르고, 유품을 정리한 쿄코는 생각한다. ‘어째서 날이 밝는 거지? 어째서 저 사람들은 즐겁게 웃는 거지? 어째서 TV는 내일 일기예보를 하는 거지? 어째서? 카츠야가 죽은 날 세계도 함께 멸망한 거 아니었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쿄코의 생각이 계속 떠올라서 그랬는지, 나는 줄리언 반스가 1인칭으로 자신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3깊이의 상실을 가장 몰입해서 읽었다. 19세기 기구 개척자들의 모험담을 담은 짧은 역사서를 지나, 비로소 자신과 아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반스.

 

흥미로웠던 부분은 오르페우스에 대한 반스의 생각 변화였다. 그가 본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는 다르게, 오르페우스가 방심해서 뒤돌아 본 것이 아니라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를 설득해 뒤를 돌아 자신을 보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 속에서 반스는 오르페우스를 비판한다. 제정신 가진 남자라면 그 누구도, 어떤 결과가 올지 알면서도 뒤돌아 에우리디케를 보지 않았을 거라며. 반스는 이때까지 만해도 오르페우스를 과소평가 했던 것이다. 이 오페라에 대해 사별의 고뇌에 시달리는 사람을 목표로 삼는 참으로 순진하기 짝이 없는 오페라라고 생각하며. 그러면서 덧붙인다. 물론 오르페우스는 간청하는 에우리디케의 얼굴을 돌아볼 것이라고. 어찌 돌아보지 않을 수 있겠냐고. 왜냐하면 제정신 가진 어떤 인간도그럴 리가 없겠지만, 정작 오르페우스 자신은 사랑과 비탄과 희망 때문에 정신이 나간 상태라며 오르페우스를 이해한다.

 

한번 흘긋 보기만 해도 세상을 잃는다고? 물론이다. 세상이란 그렇게, 바로 그와 같은 환경하에 잃어버리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등 뒤에서 에우리디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어느 누가 서약을 지킬 수 있단 말인가. (p.153)

 

반스 역시 등 뒤에서 에우리디케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서약을 어기고 뒤를 돌아봤을 테지만, 그럴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반스는 거래에 혹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김없이 날은 밝고 누군가는 즐겁게 웃으며 TV는 내일 일기예보를 하니까. 우리는 상상의 지하세계로 내려갈 수 없는 현대인이니까 말이다. 반스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그저 우주가 제 할 일을 하는 것뿐이야.”라고. 헛된 희망과 무의미한 방향전환으로 길을 잃는 일이 없도록 그렇게 말했다는 반스는, 오르페우스를 이해하지만 오르페우스가 될 수 없는 강한 남편이었던 반스. 그런 그의 글 중에서 나는 이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고통은 당신이 아직 잊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고통은 기억에 풍미를 더해준다. 고통은 사랑의 증거이다. (p.187)

 

반스 역시 쿄쿄처럼쿄쿄가 비록 만화 속 인물이라 할지라도배우자가 부재하는 세상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일절 관심을 끄다시피 했던 적이 있었고, 3년이 넘도록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대본에 따라 아내의 꿈을 꾼 반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것처럼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것이며, 그래서 고통은 사랑의 증거라는 것을 지난 5년간 그 어떤 이 못지않게 경험한 반스였으니까 말이다.

 

사랑의 증거인 고통을 묻어두고, 쿄코는 쿄코대로 반스는 반스대로 내일을 맞았다. 반스의 말마따나 우리 쪽에서 먼저 구름을 불러들인 것이 아니며, 우리에겐 구름을 흩어지게 할 힘도 없으니까. 그 모든 건 어디선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예기치 못한 산들바람이 갑자기 불면서 일어난 일일 뿐이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p.195)

 

슬픔은 영원하겠지만, 그를 혹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 역시 영원할 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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