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 길 위에서 배운 말
변종모 지음 / 시공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섬세한 시선과 나지막한 글소리로 삶을 이야기하는 작가 변종모의 다섯 번째 에세이다. 이전의 에세이는 읽어보지 못해서, 어떤 에세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에세이는 작가가 1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며 맞닥뜨렸던 순간의 편린들을 모아 엮은 ‘인생 사전’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작년에 읽었던 정철의 『인생의 목적어』가 자주 생각났는데, 그건 아마도 낱말이 나오고 그 낱말에 대한 작가만의 생각이 이어지는 구성 때문일 것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져서 총 2,820명이 인생의 목적어로 지목한 3,063개의 단어 중에 50개의 단어를 골라 그 단어에 말한 『인생의 목적어』와는 달리,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작가 변종모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 길 위에서 생각한 단어들과 그 단어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겹치는 단어는 겹치는 대로, 비교해가며 읽었고 다른 단어는 다른 대로 새롭게 읽었다. 여러 단어들과 함께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며, 이런 풍경이 보이는 길 위에서 작가는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쓰인 글과 책 곳곳에 담긴 여행지를 연결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많았다.

 

비 ; 혼자 있을 때 더 자주 내리는 것.

 

비가 온다. 비는 형태보다 소리가 우선이다. 보이지 않는 검은 밤이지만 눈을 감고서도 느낄 수 있음이 좋다. 너의 모습보다 이상하게 너의 목소리가 먼저였던 날처럼. 너의 모습이 달라져도 달라지지 않을 너의 울림을 기대하는 것처럼.

비오는 날 사람들은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먼 곳의 누군가를 각자의 마음에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p.136)

 

위와 같은, 단어와 그 단어에 대한 작가만의 풀이는 참 좋았지만 바로 뒤에 이어지는 긴 글은 개인적으로 집중이 안 되는 글도 많았다. 글을 읽다보면, 알 것 같으면서도 아무리 읽어도 모르겠는 작가만의 ‘너’가 자주 등장했기 때문인데, 책을 집중해서 읽어보려고 나만의 ‘너’를 떠올리고 읽어봐도 쉽게 읽히지 않았다. 전에는 이런 식의 글을 찾아 읽고, 좋아했던 것 같은데. 물론, 책의 문제라기보다는 책을 읽는 내가 변한 것이겠지만.

 

그 어떤 여행지에서 쓰인 글보다, 길 위에서 쓰인 글을 제쳐두고 여행지를 가장 잘 연결시켜 읽을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서울’이었다.

 

주어진 환경에서 가장 잘 사는 법, 현재에서 가장 행복하게 사는 법, 삶이란 누구의 시선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사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자주 잊고 살았다. (p.317)

 

어쩌면 이 말은, 작가가 걸었고 세상이 말했다는 그 ‘말’이 아니었을까. ‘앉은 곳이 꽃자리’라는 말처럼 지금의 내가 어디에 있든, 지금 이 자리가 나의 동산이고 꽃밭이어야 할 일이라고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06-24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