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알라딘 신간평가단 13기 에세이 분야 활동을 갈무리하며
내 마음대로 BEST 5를 꼽아본다.
책 소개, 작성한 리뷰에서 글 인용, 짧은 코멘트 3단 구성으로, 5위부터 쓴다.
5. 최인호 『눈물 : 최인호 유고집』
작가 최인호의 마지막 비밀 원고를 공개한 책이다. 2008년 암 진단을 받은 작가 최인호는 환자가 아닌 작가로서 죽고자 했고, 이에 깊은 밤, 탁상 앞에 앉아 자신의 고통과 정직하게 마주한 채 한 자 한 자 원고지를 채워 나갔다. 병마의 고통 속에서 작가는 새로운 눈으로 삶과 죽음을, 인간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그리고 그 가운데서 드러나는 신의 기적을 바라보고 기록했다.
아아, 주님. 그래도 난 정말 환자로 죽고 싶지 않고 작⋅가⋅로⋅죽⋅고⋅싶⋅습⋅니⋅다. (p.33)
라던 작가의 말을 떠올리면, 내가 다 뿌듯하면서, 한없이 가슴이 저민다.
작가로 죽고 싶다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작가로 세상을 떠난 작가.
저 세상에서도 그는 여전히 작가로 살고, 매일 밤 글을 쓰지 않을까.
4. 김형경 『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포착해온 소설가이자 심리 에세이스트인 김형경의 신작으로, 이번에는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일상에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남자들의 속내는 과연 무엇인지, 다양한 사례와 신화, 소설을 통해 내밀하면서도 찌질하고, 슬프면서도 아픈 이야기를 함께 듣는다.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라고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많은 남자들이 읽었으면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때때로 인정하면서 남자도 모르는 남자의 이야기를 알고, 나아가 남자인 자신을 이해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친구와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 책에 대해 언급하고,
이 책 속 구절을 나도 모르게 들려주고 있었다.
여전히 남자를 모르지만, 이 책에 나오는 남자만큼은 알고 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3. 이윤기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창작부터 번역까지 전방위작가로 살았던 이윤기가 남긴 유일한 글쓰기 산문집이다. 이 책은 쓰고 옮기는 것에 대한 39편의 에세이를 통해 작가의 영혼과 글쓰기의 태도를 바라보는 이윤기만의 철학을 전한다. 첫 문장의 설렘부터 퇴고의 고뇌까지, 등단의 설렘부터 창작과 번역의 세계를 오가던 시기의 고민까지 모두 담아냈다.
내가 건너고 있으나 필경 다 건너지 못할 강…… (p.61)
소설가이자 번역가이자 신화전문가이기도 했던 그는 3년 전에 떠났지만, 그가 쓰고 옮긴 책들은 남아 오래도록 읽힐 것이며, 그는 여전히 소설과 번역과 신화라는 이름의, 건너고 있으나 필경 다 건너지 못할 강을 건너고 있을 것이다.
조르바를 춤추게 한 글을 쓰는 이윤기가 말하는 '글쓰기'에 관한 책.
그리스 로마 신화로 시작해서 그리스인 조르바까지,
이윤기의 글을 재밌게 읽었는데,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더 재밌었다.
2. 정철 『인생의 목적어』
특유의 역발상으로 유쾌하고 따뜻한 인생사는 법을 전해온 카피라이터 정철이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수천 명의 대답을 얻어 모아 엮은 책이다. 2,820명의 설문 응답자들이 꼽은 단어는 총 3,063개였고, 이 중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어 1위~44위, 순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함께 생각해 볼만한 단어 6개를 실어 총 50개를 추려냈다.
인생의 목적어는 지금의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이 될 수도 있고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그 무엇일 수도 있다. 가족, 사랑, 나, 엄마, 꿈, 행복, 친구, 사람, 믿음, 우리, 열정, 너, 도전, 지금, 희망, 돈, 건강, 자유, 이름 등등 많고 많은 단어 중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그 어떤 것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인생의 목적어를 어떠한 단어 하나로 결정짓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지금의 내게 어떤 단어가 더 소중하듯, 내일의 내겐 다른 단어가 더 소중해질 수도 있는 게 우리네 인생이니까.
어떤 단어를 온전히 마주하게 됐을 때, 나는 전보다 더 그 단어에 대해 생각했다.
혹시 이 단어가 내 인생의 목적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아니 어쩌면, 한 단어를 인생의 목적어로 만들기 위해서는
단어보다 더 단어같은 내가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1. 김중혁 『모든 게 노래』
소설가이자 뮤지션인 김중혁이 음악을 통해 일상을 들여다본 에세이집이다. 김정미, 김추자의 옛 가요부터 써니힐의 최신 가요까지, 페퍼톤스 같은 인디 음악부터 가인 같은 대중음악까지, 그리고 비틀스에서 벨벳 언더그라운드, 킨크스, 팻 메스니에 이르는 ‘색깔 있는’ 곡들까지, 30년이 넘는 그의 음악 편력이 48개 꼭지로 재탄생했다. 웃기고 유쾌하며 애틋한 일화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캐롤은 언제 들어도 캐롤이지만, 눈 내리는 겨울에 들어야 제 맛인 것처럼 음악과 계절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벚꽃 흩날리는 봄에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듣고, 무더운 여름에 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듣고, 낙엽지는 가을에는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듣고,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에는 박효신의 <눈의 꽃>을 듣는 나로서는 반가운 구성이었다.
이 책 속 겨울 꼭지에 담긴 겨울 노래들을 듣고 있다.
봄이 오면 봄 꼭지에 담겼던 노래들을 찾아보려고 한다.
좋아라하는 중혁님의 글도 좋지만, 사계절로 묶어 나온 책의 구성이 참 좋다.
그 어떤 음악은, 누군가에게 계절이 된다.
그래서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 책을 다시금 읽고 싶다.
* 알라딘 신간평가단 13기 에세이분야 활동을 갈무리하며.
이제껏 해온 서포터즈(리뷰어) 활동 중 가장 신선하고 흥미로운 활동이었다.
그 중 가장 흥미로웠던 건, 매월 초 작성하는 주목 신간페이퍼를 작성하는 일.
처음엔 욕심부리면서 작성했던 페이퍼가 하나 둘 늘어가면서
매달 새로나온 책 코너에 들어가서 전반적으로 새로나온 책을 살피는 버릇이 되고
버릇은 습관이 되었다. 오프라인 서점에 방문해서 신간을 살피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한 번이었지만, 우수 리뷰로 선정되었던 일도 기억난다.
으... 그 기쁨은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늘 혼자 읽고 혼자 쓰는 독서와 서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 홀로 서평이 조금은 인정받은 것 같아서 읽고 쓰는 즐거움이 더해졌다.
또, 블로그에도 꾸준히 알라딘 신간평가단 도서 서평을 업로드하는데,
서평을 읽고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해서 읽고 리뷰를 쓰는
이웃분도 계셨다. 이거야말로 신간평가단 활동에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일이다.
소설과 에세이분야라는 편독, 에세이 분야에서도 한국 에세이나 내가 흥미로워하는
에세이만 찾고 읽고 썼던 나에게, 신간평가단 활동은 여러 외국에세이를 접하고
읽고 쓰는 활동이 되었다. 새삼스럽게, 에세이를 읽으며 세상은 참 넓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게 다 알라딘 신간평가단 13기 에세이분야 활동 덕분이다♥
2013.03.06 덧붙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