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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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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도 연(緣)이 있다면 이런 걸까. 이 책 『미처 다 하지 못한』을 읽기 전에 김광석의 이야기를 먼저 접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윤기의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에서였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글에서, 이윤기는 친구와 함께 강원도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듣게 된 ‘젊은 목소리에 실린, 결코 젊지 않은 노랫말이 인상적이어서 심상치 않았던 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7년째 미국 생활을 하던 이윤기였던지라 그는 친구에게 물었다.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이며 가수는 도대체 누구냐고.

 

“김광석이라는 가수가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라는 노래야. 왜? 잘 부르지 않나?”

“잘 부르기는 하는데, 젊은 녀석이 이렇게 슬픔의 끝을 알아버려서 어떻게 살아?”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p.214)

 

슬픔의 끝, 아름다움의 끝, 끝의 슬픔, 끝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했던 이윤기였기 때문일까. 김광석을 처음 접한 그가 슬픔의 끝을 알아버린 젊은 녀석이 어찌 사냐고 묻는 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이 시대를 울리는 절창에서 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종말을 예감한다. 하지만 절창은 거기에서만 꽃핀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일이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p.214)

 

슬프고도 아름다운 일일지라도 이윤기의 물음에 답하는 친구의 말은 언제 생각해도 애달프다.

 

“죽었어, 벌써. 작년에.”

 

그가 떠난지도 18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관한 수식은 끝이 없다. 짧지만 뜨거웠던 김광석, 다시 김광석, 오늘도 김광석, 내일도 김광석. 이 책의 제목 또한 김광석을 수식하는 말이 된다. 미처 다 하지 못한 김광석. 미처 다 하지 못한 김광석은, 우리의 김광석, 나의 김광석이 아닌 김광석이 말하는 김광석이다. 숱한 기념 음반과 평전까지 출간된 걸 감안하면 낯선 사실이기까지 한데, 실제로 김광석 본인의 글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김광석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여러 시간에 흩어져 남긴 일기, 수첩 메모, 편지, 노랫말 들을 모은 것으로, 저작권자인 유가족의 동의하에 그의 숨결이 최대한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글의 성격에 따라 재구성한 책이라고 한다. 우리는 오늘도 김광석을 듣고, 노래하고, 추억하면서 누구나 저마다의 김광석을 가지고 있지만, 김광석이 말하는 김광석은 접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김광석이 말하는 김광석의 이야기는 어떨까 하고.

 

마음의 평안이나 그저 안일한 평화가 주는 심심함보다, 가슴이 파이고 흐느끼는 밤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쪽을 택하리라 쓴 김광석(p.25), 의사가 출근 전이었고 간호사는 무슨 준비하러 간다고 나간 사이에 아이를 받아냈던 김광석(p.126), 마흔이 되면 멋진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고 싶은 김광석(p.152,)을 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이 책은 혼자 부르는 노래, 거리에서 부르는 노래, 미처 부르지 못한 노래 총 세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 구성되어 있는데, 나는 첫 번째 파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김광석이 아직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 전의 생활과 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글들. 그 중에서도 나는 ‘늙지 않는 시인’이라는 글이 가장 인상 깊었다.

 

기형도 산문집을 읽다. 짧은 여행의 기록. 느낌이 많다. ‘짜쉭’ 스물아홉에 신춘문예 당선이라니. 그럴 만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목매다는 것이니까. 다른 이들보다 좀 나은 것은 그는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스물아홉 살, 어느 삼류 극장에 앉아 조용히 숨을 거둔, 그 짧은 여행의 마지막 눈빛은 어떠했을까. (p.40)

 

기형도 산문집을 읽고, 기형도는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했다고 쓴 김광석. 그의 말마따나 나 역시 써본다. 김광석은 그렇게 자신의 삶으로 노래를 완성했노라고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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