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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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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도 여자를 모른다’고 소설가 이외수는 말했다. 여기서 ‘모르다’는 뜻은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뜻일텐데, 여자인 내가 여자를 모르는 부분이 있듯이 남자 역시 남자를 모르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아들이 자라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아버지로서의 남자, 자동차가 애인이자 물신에 가까운 애착과 숭배의 대상인 남자, 여자가 조금만 친절하게 대하면 자기를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자기를 향해 웃기만 해도 벌써 그녀를 상대로 성적 판타지를 펼치는 남자, 대표적인 여성 혐오주의자 프리드리히 니체를 비롯해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 등등의 남자 이야기 말이다.

그런 남자들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 김형경은 저자의 이전 에세이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경험하고 공부한 심리학을 토대로 남자의 심리에 관련해서 남자도 몰랐던 남자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들이 자라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아버지로서의 남자에 대해서는 그 두려움이 실은 자신이 늙고 힘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라고 설명하고(p.39), 사물을 통해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남자의 방식이며 남자들은 자기 감정이나 내면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자주 사물들을 화제로 삼는다고 말하면서 자동차를 사랑하는 남자에 대해 설명하고(p.104), 진화심리학적으로 남자는 여자의 유혹에 약하게 진화되어왔으며 남자들이 그토록 유혹에 약한 이유는 그들이 치명적 나르시시스이기 때문이라 말하면서 여자의 웃음에 약한 남자들에 대해 설명하고(p.184-185), 여성을 혐오하는 남자들에 대해서는 남자는 두려운 대상을 비난하는 방어기제를 갖고 있으며, 그것은 곧 그들의 투사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p.207~220).

 

이렇듯 저자가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남자 역시 잘 몰랐던 남자 이야기만큼이나 좋았던 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이 책의 구성이다. ‘여자의 웃음에 약한 남자들’에 대해서 설명할 때,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화 혹은 저자가 읽은 책 속 구절이나 글을 인용해서 여자의 웃음에 약한 남자를 글로써 먼저 보여주고, 남자의 나르시시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의 구성이 남자에 대해 잘 모르고, 남자의 심리에 대해서는 더욱이 모르는 내게, 이해를 돕고 가독성을 높여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남자에게 남자는 기본적으로 경쟁자이다. 비록 그가 아버지와 아들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감사하고 경탄하는 성숙한 남자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적어도 중년의 시기가 되어야 자식이 책임이나 부담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제야 아버지라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여기고, 아버지 역할에 필요한 것은 딱 두가지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넘치는 배려와 넘치는 우정. 하지만 그때는 이미 자식들이 충분히 상처받으면서 다 자란 이후일 때가 많다. (p.48)

 

인상 깊었던 위 구절을 읽으면서, 나는 연초에 굉장히 인상 깊게 본 영화 <어바웃 타임>의 부자(父子)를 떠올렸다. 주인공 팀의 집안에서 남자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설정 때문의 부자간의 유대관계가 더 와 닿았던 것도 있었지만, 부자의 모습을 보며 눈물지었던 건 그들의 넘치는 배려와 넘치는 우정이 부자간의 정을 모르는 나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아버지라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을 행운이라 여겼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위해 시간을 여행해서 자주 아버지를 만나러 갔던 아들. 남자에게 남자는 기본적으로 경쟁자이고 비록 그가 아버지와 아들이라고 해도 다를 바 없다지만, 영화 속 부자의 이야기지만 그런 남자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일상에서 내 감정에 대한 심리를 생각할 때, 나는 저자의 이전 에세이집 중 한 권인 『사람풍경』을 자주 떠올리는데 그건 아마도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심리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딱딱한 심리 이야기가 아닌, 누군가 들려주는 것 같았던 남 일 아닌 심리 이야기. 『사람풍경』이 그러했던 것처럼, 앞으로 내가 지나치고, 만나고, 경험할 모든 남자들의 심리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면 나는 어김없이 이 책 『남자를 위하여』가 떠오를 것이다.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라고 하지만, 나는 이 책을 많은 남자들이 읽었으면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때때로 인정하면서 남자도 모르는 남자의 이야기를 알고, 나아가 남자인 자신을 이해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테니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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