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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평점 :
고백컨대, 나는 서점을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이다. 초등학생 시절, 과학실을 빌려 임시 서점처럼 만들고 ‘도서 바자회’를 열었던 그 때 그 공간부터 언제 가도 어김없이 기분 좋은 광화문 교보문고까지. 이 책의 추천글을 쓴 한겨레 문화팀장이자 건축 칼럼니스트 구본준은 ‘천국이 있다면 아마도 아름다운 서점을 닮았’을 것이라고 했는데, 나는 서점이 곧 천국인 사람이었다.
단지 책이 좋아서 서점을 좋아하는 내게 서점이 좋아서 책이 좋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심어준 서점은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이었다. 정갈하지만, 그래서 다소 딱딱한 느낌의 대형 서점은 매력이 없다고 생각했던지라 책방마다 느낌이 무척 달랐던 헌책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중 신촌에 있던 헌책방의 구조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는,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른편에 계산대가 자리해 있고 남은 공간은 하나 같이 크기가 다른 책장들이 있는데, 그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또한 제각각으로 꽂혀 있었다. 난 그게 참 마음에 들었다. 찾는 책을 검색해서 한 번에 찾는 일은 편리했지만, 그 책을 찾는 것으로 끝이었을 뿐 다른 책에 눈을 돌리고 손이 갈 기회가 적었다. 헌책방은 정갈한 맛은 없었지만 내 발길이 닿는 대로, 내 손길이 닿는 대로 접할 수 있는 책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신선했고, 재밌었다. 또, 책 속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툭하고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은 책탑으로 가득한 헌책방도 기억난다. 그 책탑 밑 부분에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책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무너질까, 책을 빼진 못하고 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기억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헌책방이었을지라도, 내겐 이렇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는 서점이 이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는 존재만으로도 행복하고, 가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 자신할 정도의 서점들 소개로 가득한 책이다.
프랑스 파리, 센 강 왼편 기슭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이는 학생들의 거리 라탱 지구. 커다란 벚나무 그늘에, 지금도 전 세계에서 모이는 젊은 작가 지망생들의 유토피아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1903년에 극장으로 지은 건물이었으나 현재는 객석을 모두 떼어내고 서가로 대체되어 갤러리 벽면 전체를 모두 책으로 채운, 모든 분야를 망라해 35만 권이나 되는 책을 보유한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
그리스 산토리니, 신들이 사랑한 에게 해의 석양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산토리니 섬 북쪽 끝에 위치한, 일찍이 플라톤이 꿈꾸었던, 바다 저편에 전설의 왕국에서 이름을 딴 ‘아틀란티스’ 서점까지 ‘아름답다’는 표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정말이지 아름다운 서점들을 책 한권으로 둘러볼 수 있었다.
이 서점들은 사진으로나마 내 눈으로 보는 것도 좋았지만, 이 책에 실린 인터뷰와 칼럼 또한 아름다운 서점들만큼이나 매혹적이어서 이 책에 대해 만족하게 했다. 그 중 가장 와 닿았던 글은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의 인터뷰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 눈으로 돌아볼 수 있고 내 몸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만큼만 꽂혀 있던 그 작은 서점의 책들이 나의 세계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존재가 되었던 것 같다. 음악, 미술, 철학 같은, 건축과는 직접 상관이 없는 책뿐이었으나, 정보가 지나치게 많지 않으니 내 상황에 맞게 책을 취사선택하기 쉬웠다. 서점이 가진 가장 중요한 역할은, 상투적인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책이든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책과 조우하거나 혹은 자신의 세계관에 접근할 수 있는 공간 기능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p.41)
후지모토 소우에게는 자신의 눈으로 돌아볼 수 있고 자신의 몸으로 파악할 수 있는 만큼만 꽂혀 있던 그 작은 서점의 책들이 자신의 세계관을 만드는 데 중요한 존재가 되었듯이, 지금도 세상 곳곳의 누군가가 이다지도 아름다운, 세상 곳곳의 서점들을 찾아 인생의 책과 조우하거나 혹은 자신의 세계관에 접근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이 책에 소개된 아름다운 서점과는 거리가 먼 서점이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있어 ‘인생의 서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서점이 있다면 그 서점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일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