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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 쯤이면 생각나는 명언이 있다.

"1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나는 날이다 ."

전직 메이저 리그 투수이자 감독이었던 토미 라소다의 명언이다.

 

지난 1일은 1년 중 가장 슬픈 날, 야구가 끝난 날이었다.

내일은 내일의 일상이 있겠지만, 야구 안하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적게는 3시간 많게는 4시간 동안 야구를 챙겨본 야구팬이라면

사무치게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야구가 떠난 자리. 밀린 드라마를 챙겨보며 채우기도 하고,

친구와의 수다로 채우기도 하지만, 역시 책을 읽는 시간만한 시간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골라본 3권의 에세이를 소개한다.

 

 

 

1. 이혜경/천운영/김미월/손홍규/신해욱/조해진 - 누구나, 이방인

 

 

 

 

 

 

 

 

 

 

 

 

 

 

 

작가의 여행에는 '끌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이병률 시인의 에세이를 통해서였다.

작가답게 여행기에 묻어나는 풍부한 감성도 좋지만, 작가의 여행기에는 보다 더 특별한 게 있다.

바로, '관찰력'이다. 작품의 동기가 되거나 혹은 소재가 되는 영감을 얻는 것도 바로

이 관찰력에 있을 것이다. 모든 작가가 으레 그러하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한 편의 시, 한 편의 소설, 한 편의 희곡이 쓰여지까지는 작가의 관찰력과

그 관찰력을 통해 빚어진 그 무엇이 있기 마련이니까.

어쩌면, 이걸 두고 '감성'이라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여행기가 담긴 책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데,

이 책의 작가들이 다녀온 여행지가 신선해서 더 눈이 갔다.

누군가는 알래스카의 곰을 보기 위해, 누군가는 운명이 우연처럼 다가와서,

또 누군가는 그저 가장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 가방을 꾸려 다녀온 곳이

알래스카, 폴란드, 몽골, 터키, 카리브 해, 라오스라니.

여행지 역시 소설가답고, 시인답다 생각했다.

부제인 '느리고 낯설게'라는 형용사가 참 잘 어울리는 '이방인'.

잠시나마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았을 작가들의 여행기는 어떤 느낌일까.

 

 

 

2. 시미즈 레이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참새는 방앗간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독서광은 서점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약속 장소는 늘 이 곳으로 잡고 싶고, 어제 책을 샀어도 오늘 또 들어가서 구경하고,
사람이 북적거려도 기분 좋은 유일한 곳이 바로 서점이다.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서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다면 어떤 느낌일까. 한겨레 대중문화팀장이자 건축칼럼니스트 구본준의 추천글처럼,

'천국이 있다면 아마도 아름다운 서점을 닮았'을 것이고, 아름다운 서점이 곧 천국일 것이다.

 

 

 

3. 이애경 -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그냥 눈물이 나던 때,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되었고 인연으로 남은 에세이 『그냥 눈물이 나』의

저자 이애경의 새로운 에세이다. 윤하, 조용필 곡의 작사가이기도 한 저자의 이력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녀의 글은 충분히 노랫말 같이 느껴진다. 리듬감이 있어 노랫말 처럼 잘 읽히고,

읽고 난 뒤에는 여운 덕분에 나도 모르게 노랫말을 곱씹으며 되새기게 되는 그런 글. 이 책에서

예를 들면 이런 글이다.

 

안 보이면 걱정될 때부터 사랑일까,
보고 있을수록 걱정될 때부터 사랑일까.
네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부터 사랑일까,
너에게 시선도 못 주고 네 옆을 재빨리 지나갈 때부터 사랑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네가 생각날 때부터 사랑일까,
머릿속에서 떨쳐 내려고 애쓰는 때부터 사랑일까.
- '어디서부터 사랑일까' 중에서 (p.17)

 

책 소개 속 글도 인상적이다.

 

결국 서른 썸싱(something)이 된다는 건,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는 게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잘 견뎌 내는 방법을 알아 가게 된다’는 것.

 

그 방법을 더듬어 가는 위로와 격려의 글들을 담은 책이라니.

그냥 눈물이 났다면, 이제는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을 알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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