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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
윤성근 엮음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저마다 독서 방법이 다양하듯, 책을 다루는 법 역시 다양하다. 나로 예를 들자면, 새책은 정말이지 새책처럼 읽는다. 책 표지가 때 타지 않게 책 포장지로 싸고, 책장을 접지 않고 책갈피를 이용하며, 메모는 포스트잇을 이용해서 메모해 붙여둔다. 물론 책 앞장에 책에 대해 기록할 때도 있고, 특히 선물을 하거나 받은 책에는 글을 남기는 편이지만 대부분의 책은 이렇게 다뤄서 읽고, 보관한다. 헌책도 일단 내 손에 들어오면 새책에 가깝게 손질해서 새책처럼 읽고 보관한다. 책에 밑줄 쳐가며, 접어가며, 메모해가며 읽어야만 진정한 책 읽기가 아니며, 책을 깨끗이 본다고 해서 진정한 책 읽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건 어디까지나 책을 대하는 개인의 성향 차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를 읽고 있노라면, 내 책 보관 방법이 어떠하건 간에 당장이라도 읽고 있는 책의 앞장을 펼쳐서 글을 쓰고 싶어진다.

 

 

때로는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란 말에 대답하는 대신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에 대답할 수 없어서, 라고 책장 앞에 글을 씀으로써 대답을 대신하고, 때로는 나를 공정하게 인도해달라고 진리에게 소원하고, 때로는 밥값으로 책을 샀다, 이틀간 밥 안 먹기, 책 읽기 두렵지만 그래도 읽고 싶다 쓰고, 때로는 많이 공부하고 바르게 생각하고 용기있게 뜻을 펴는 사람이 선비라고, 선비에 대해 쓰는 그런 글 말이다.

 

이름을 다 알 수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래전 책 속에 남긴 진실한 고백의 글씨들이 없었다면 이 책 역시 단 한 쪽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엄밀히 말해 내 책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책이다. (p.23)

 

저자의 말이 맞다. 이 책이 있기 까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한 권 한 권에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진실한 고백이 담긴 헌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책방에 머물러 있던 청춘의 글씨들을 이렇게 오롯이,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온전히 저자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헌책들을 지나치지 않고 모으고, 생각하고, 남긴 저자의 헌책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인터넷으로 가격을 비교하며 책을 산다. 그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서점에 가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껴본 다음 산다. 그보다 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헌책방에 모인다. 헌책방은 오래된 책을 사는 곳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다. 그곳은 책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나누는 장소다. (p.14)

 

인터넷으로 가격을 비교해가며 책을 살지라도 한 권의 책을 더 사고 싶은 나로서는 조금 억울해했던 구절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는 저자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아, 나는 책 읽기를 좋아했던 거구나. 책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헌책방에 모여 책만 보는게 아니었다. 헌책이 새책이던 시절, 이름 모를 누군가에 의해 읽히고, 청춘과 열정과 진심이 손글씨로 쓰였다가 시간이 흘러 헌책방에서 마주하게 된 헌책을 본다. 그 헌책 속에서, 책의 본래 주인이 책에 글을 남기던 그 찰나의 청춘을, 열정을, 진심을 읽는 것이 아닐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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