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저 부서뜨리는 몰입력

산산이 부서진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36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0월

(쿼터뷰 이미지의 참고 자료입니다. 본문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일반 3 인칭 소설은 작가 시점으로 쿼터뷰의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몰입력이 떨어지는 1 인칭 소설 역시 오롯이 내가 아닌 옆에서 지켜보는듯한 일체감을 주지 못한다. 마이클 로보텀의 작품 산산이 부서진 남자는 특이한 점이 주인공도 1인칭이고 범인도 1인칭이다. 그리고 그 두 명의 시점이 바뀌는 지점이 표시 되어있지 않아서 초반에는 주인공과 범인의 심리가 이어진 듯한 착각이 든다. 그래서 주인공도 범인도 수상하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의 몰입감을 묘사한 이미지입니다. 본문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용두사미식 소설은 초입부는 대단히 흥미롭다가 중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하고 결말은 허무하다. 그러나 이 소설은 초입부도 흥미롭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더 빠져든다. 작품 속 범인은 무력으로 피해자를 해하지 않고 오로지 정신 파괴로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하는 아주 영악하고 심리전에 능하다. 진실 속에 거짓을 섞이게 피해자들은 범인이 말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게 되고 오로지 범인의 말에 순응하게 된다. 1인칭 시점이라 범인이 피해자의 정신을 파괴하는 동안은 독자는 범인의 심리와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범인을 막기 위한 주인공 시점이 되었을 때는 상황의 몰입감에 가슴이 답답하다.

   특히나 주인공의 입장에서 상황을 보다 보면 아내에 대한 불신과 걱정이 오롯이 나에게 흡수되어 책을 읽는 내내 불쾌한 상황에선 가슴치도록 불쾌하고 심장이 툭 떨어지는 상황이면 내 마음도 쿵 떨어졌다. 주인공은 파킨스 병이라는 신체가 마비되고 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통제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는 질환을 앓고 있는 심리학 의사다. 범인 역시 인간의 심리에 능통한데 사람의 정신은 어떻게 하면 부서지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둘의 심리 싸움에선 상대방을 넘나드는 1인칭 시점으로 독자는 범인을 잡으려는 심리학자가 되었다가 그 이상의 치밀함을 보이는 범인이 되었다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독자마저 범인이 뱉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읽으며 사람이란 나약하고 본심을 덮어쓴 가면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게 되지만 책을 다 읽은 후 나의 기분은 허탈함이 아닌 만족감이었다. 이 책은 재미있는 책이다. 5점 만점 4.5점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