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시절 열린책들 세계문학 103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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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버마시절은 1934년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았던 버마(미얀마) 북부 하위지역 카우크타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버마는 그야말로 차별(差別)의 시대다. 인종차별, 성차별등 온갖 차별들이 인간을 상하로 나누고 귀천을 구분 지었다. 이는 일제시대의 조선을 보는듯하여 느끼는바가 다르게 와닿는다. 조선 후기엔 여성의 인권이 바닥에 떨어진 시절이 있었다. 왜 조선 후기로 명명짓냐면 유독 조선 후기부터 여성인권이 약화된다. 이전엔 그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리고 계급사회에서 천민에 속하는 사람은 개, 돼지, 소 가축에 비견될정도로 천대받고 매매 대상이었다. 현재 인권과 성차별이 그나마 완화된 것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누가 감히 차별하는가?


  극중 영국인들을 통해 아시아인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경멸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 중 플로리라는 영국인은 영국이 버마를 식민 통치하면서 자신들의 침략을 말도 안되는 이유들로 정당화 시키는 행동과 언행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에게는 인도인 의사 베라스와미가 자신의 반(反)영국정 사상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친구다. 아이러니하게도 침략 당한쪽인 베라스와미는 친(親)영국적 사상을 가지고 있고, 이상하리 만큼 영국을 추종한다. 그러한 모습이 일제시대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본에게 충성한 친일파의 모습이 겹쳐진다. 극중 버마인들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는것에 익숙해져 천한 삶에 수긍하고 살아간다.


  백인들을 숭배하고 더 없이 고귀한 존재로 생각한다. 얼마나 오만한가? 문명의 발달과 선진국 후진국의 차이로 문화의 차이를 무엇이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영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이 버마인들에겐 상상도 할 수없는 권력이자 특혜였다. 적어도 플로리 이외의 모든 사람들(영국인, 유라시아인, 버마인 할거 없이)에겐 그러했다. 엘리자베스라는 등장인물을 통해서 영국인들도 버마를 벗어나서는 그리 특별할게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인이 버마로 와서 타인종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타인을 짓밟고 군림하면서 특별한 존재가 되려한다는 것은 그들이 가진 고귀함이란 알고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버마인들로부터 군림하는 영국인들에게 본토에서 발령되어 온 영국장교 베랄를 통해 더없이 고귀해보이던 그들이 더 큰 권력 앞에선 마찬가지로 별 볼일없고 초라한 신분이란걸 꼬집었다. 베랄의 자존감은 일반 영국인들보다 훨씬 대단했고 그는 버마에 주둔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유럽인들을 경멸했고 또 하찮게 봤다. 버마인들이 숭배했던 영국인들도 더한 권력을 가진자에게는 버마인과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이 베랄에게 시집가기 위해 아부와 다소 비굴함을 비추는데 흡사 유럽인에게 잘보여 유럽인의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버마 여성과 닮아 있다. 하지만 베랄은 처음부터 엘리자베스와 깊은 사이가 되는걸 원치 않았다. 권력을 가진 그에게 엘리자베스처럼 버마에 주둔하는 일반 영국여성 따윈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그런 베랄조차 영국에서 큰 빚을 져 어쩔 수 없이 버마로 왔다면 어떠한가?


  고귀함을 누가 정하는가? 문화의 우수성을 누가 판단하는가? 인정받고 존중되어야할 존재들을 멋대로 정한 기준으로 구분지어 천함을 강요하고 특정세력의 부와 권력을 위해 희생시키는 비참한 시대를 리얼하게 표출한 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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