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요즘 증세와 복지 문제로 시끄러운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축하한다, 한국! 한국도 이제 선진국에 공통적으로 출제되는 문제를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문제에 관한한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이미 분명히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담세율도 복지 수준도 너무 낮다. 그러므로 이 둘의 비율을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증세는 물론 전반적 증세가 될 수 밖에 없다.)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담세 수준과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증세와 복지 문제가 이념적 갈등을 야기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성안하고, 그러므로 해결해야 할 책임을 가진 세력이 우파 정권인 박근혜 정권이기 때문이다.
증세와 복지 문제를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는 누구도 아닌 바로 박근혜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해 왔다. 박근혜만큼 대중적으로 신뢰를 받는 정치인도 드물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이 정권을 잡지 못한 것을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노무현 정권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이유를 나는 이렇게 본다: 부동산 폭등, 등록금 폭등, 그리고 종부세. 물론 각 사항마다 노무현이 억울해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어쨌든 최종 책임은 고스란히 노무현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만약 문재인이 집권하여 또다시 세금에 손대야 했다면 민주당 정권은 세금 정권이란 오명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될 것이었다. 그러면 앞으로 재집권하기가 정말 힘들어졌겠지. 다행히 세금 정권이란 오명은 지금 새누리당이 받고 있다.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박근혜는 이미 레임덕에 빠진 것 같다. 정권의 힘은 이미 청와대에서 당으로 옮아간 것 같다. 총선과 대선을 치뤄야 하는 새누리당은 여론의 동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 생각에 상황은 지난 대선 직전하고 비슷해진 것 같다. 그때 새누리당이 경제 민주화와 복지 정책 등으로 표를 모으려 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정책으로 만들어 실행해 내야 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나는 새누리당이 법인세 인상 등을 저지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때마침 문재인이 야당 대표가 되었단다. 사람들이 박근혜를 포기하고 새로운 대안, 새로운 희망을 찾아 나설 때 문재인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아마 그동안은 야당에서 무슨 일을 하던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으리라. 그러나 이제는 문재인과 야당에 강력한 포커스가 가고 있는 것 같다. 어젠가 문재인이 박근혜더러 거짓말장이라고 비판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박근혜의 지지율이 높았을 때였더라면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을 발언이었지만 이제는 문재인이라면 응당 할 수 있는 소리로 치부되고 있는 것 같다. 또 문재인은 소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탕평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보여주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를 표적으로 한 것임이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사람들은 박근혜가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허니문이 이미 깨졌기 때문에 이제 박근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은 정상적인 정치 지도자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문재인과 박근혜가 대비되면서, 나는 우리가 너무도 오랫 동안 잊고 있던 그것, 즉 ‘격’이라는 것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쎄, 너무 고리타분한 말일까? 글쎄, 격이 있는 사회에서라면 “내가 대통령이 되면 다 할거예요”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