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영국으로 가는 대한 항공 비행기에서 본 영화. 로드 무비이자 로맨스 영화이고 303은 주인공이 운전하는 구식 캠핑카의 모델 이름이다. "비포어 선라이즈"의 유럽 영화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이나 미국에서 이런 류의 영화를 만든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 남녀의 외모가 될 것이다. 나머지는 솔직히 양념에 불과한 것이리라. 이 영화에서는 두 젊은이의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큰 재미이다.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는 것이 맞고, 둘이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둘이 서로의 마음을 잘 고백하고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를 안절부절하며 지켜보게 되는 영화.어떤 점에서는, 그러므로 동양적인 영화. 영국 집에 돌아와서 DVD로 주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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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천 공항 서점에서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사게 되었다. (공항에서 부치는 짐 중량이 초과되어 책 몇 권을 빼내야 했고, 그 책들을 담을 봉지가 필요했는데, 마침 서점이 눈에 보여서...)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다 읽었다.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걸 도대체 누가 읽지? 나는 왜 이걸 읽고 있지? 책 뒷면을 보니 반년 동안 16쇄나 찍었단다. 도대체 믿기지 않아. 누가 사 본 것일까?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들을 읽으면서 한국 문학의 위기를 느꼈다고 하면 과장일까? 한숨이 나올 정도로 지루하고, 아무런 영감도 없고... 한 마디로 엉망인 작품들. 이런 것들이 가장 우수한 단편들로 선별된 것이라면 그 위기의 깊이는 헤아리기 무서울 정도일 수도 있다.


예컨대, 귀촌 문제나 용산 참사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도 있어서 이 작품집이 당대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 작품 선정에 있어 그런 점들을 고려한 것도 칭찬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작가들이 그런 주제를 다룰 역량이 너무도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다.


또 하나, 이른바 한강류라고 할 만한 문체가 너무 많았다. 신경숙류에 이어서 이제는 한강류...-.- (물론 한강이 그 문체의 창시자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한강식의 문체를 극도로 혐오한다. 책상 머리에 앉아서 관념만으로 현실을 묘사할 때, 그렇게 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기에 현실을 뭉뚱그리는 매우 게으른, 혹은 매우 부정직한 기술 방법. 이런 기술 방식이 왜 비판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유행을 타는 것일까?  


한국에 갈 때마다 한국이 문화적으로 성숙해 가는 모습을 본다. 대표적으로는 음악. 퇴행하는 곳이 있다면, 소설 분야를 대표적인 예로 들어도 되겠지? 조정래 등 문단 대가들의 최근작만 보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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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 주 정도 한국에 갔다가 지난 월요일에 영국으로 돌아왔다. 이 년 전에 한국에 갔을 때 들렀던 카페가 기억에 남아 근처로 안경 맞추러 간 김에 들러 보았다. 설마 없어지진 않았겠지... 걱정했었는데 건재하더라. 내가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데, 유럽 나라들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먹어 본 것보다 훨씬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파는 곳이었다. 여전히 맛이 있었고, 아주 작은 카페였지만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 장사가 되는구나... 그러니까 운영을 계속 할 수 있었겠지... 사장님이 아주 젊은 분이라 창업에 내몰린 경우가 아니었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나오면서 카페 상호를 기억해 두었다. 카페 루시아. 금호역 근방에 있다.


검색을 해보니 커피가 맛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 있는 것 같더라. 라떼나 플랏 화이트 사진을 보면 사장님이 커피를 제대로 배운,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은, 최근에 이곳 영국에서 주말마다 가던 카페를 바꾸었다. 플랏 화이트 커버 아트를 구름처럼 뭉게지게 해서 내주는데, 굳이 그걸 감내하고 싶지 않았다. 플랏 화이트는 섬세한 손목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한국 커피 값이 너무 비싸다. 영국보다 더. 인천 공항 스타벅스에서 에스프레소를 사 먹는데 사천백원이나 했다. 그래서 이후에는 주로 지하철역 자판기 커피를 먹었다. 그러다 한국을 떠날 즈음해서 집 근처 개인 커피점에 갔는데 거기는 에스프레소가 2000원이었다. 적당한 가격. 진작 알았으면 자주 갔을 텐데...)


(한국에서 차에 대한 책도 사오고, 이 참에 커피를 끊으려 했다. 그러나 불가능.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사고가 한 다섯 배는 느려지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자마자 머리 속의 안개가 확 걷히는 경험을 하고나서는 커피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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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말해 둘 것은 나는 수학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여튼, 몇 칠 전에 마이클 아티야란 수학자가 오늘 리만 가설의 증명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는 뉴스를 들었다. 힉스 입자의 발견도 있었고, 그 이전에 페르마의 대정리의 증명도 있었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여 두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전에 생중계를 잠깐 봤는데, 발표하시는 분이 무척 고령이라는 점에 우선 놀랐다. 수학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본론에 들어가면 어짜피 못알아 들을 것이기 때문에 시청은 거기서 끝냈다.


그리고 나서 그 발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서핑을 해보았는데, 대체적으로는 그 수학자분이 연로하셔서 정신이 희미해지신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 넌센스 발표를 하도록 놔둔 주최 측을 비판하는 사람도 꽤 있었고... 그렇구나 했다.


그러다 이 분의 주 논리는 수론을 통해 미세 구조 상수를 유도해 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 이 이야기를 듣고 이 글을 쓰기로 작정한 것이다. 만일 그게 정말이라면 우리는 대단한 역사의 순간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어판 호킹의 "시간의 역사" 끝 부분을 보면 한국의 어떤 과학자가 쓴 해설에 이 상수가 나온다. 수학적으로, 물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상수들, 즉 원주율, 빛의 속도, 플랑크 상수, 중력 상수 등의 조합이 어떤 매우 의미있는 값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상수가 진정한 상수는 아니고 시간에 따라 값이 바뀐다는 가정에서 우주가 자신의 관찰자를 탄생시킬 조건을 안고 시작되었다는, 인간 원리가 도출된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암튼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였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아티야란 분의 증명이 맞다면 일단 인간 원리는 틀린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진정으로 놀라운 것은 수학이 물리 세계에 대해 뭔가를 말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밝혀진다는 것이리라. 그것은 플라톤이나 케플러의 고대적 꿈이 실현되는 일일 것이다. 다른 측면을 보자면 수학은 물리 세계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전혀 없다는, 많은 수학 기초론자들의 주장이 허물어지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수론과 물리 세계를 연결지으려는 착상은, 혹은 계획은 정녕 정신력이 혼미해진 사람이나 시도함직한 일이 아닐까? 아마 한 군데 걸라면 이쪽에 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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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2018-09-25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생각해 보니 인류 원리에서 상수가 아닌 것으로 추측되고 있는 것은 중력 상수였던 것 같다. 웹 검색을 해보면 더 정확하게, 그리고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weekly 2018-09-27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현재까지 전해 오는 이야기들을 들어보자면 아티야의 증명은 거의 확정적으로 틀린 것으로 판정된 것 같다. 안타깝지만... 개인적으로는 리만 가설의 증명보다는 미세 구조 상수의 수론적 도출 부분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상수가 흔히 얘기되는 것보다 훨씬 더 물리적인 성격을 갖는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예컨대, 조건에 따라 일정 부분 값이 달라질 수 있는. 어쩌면 아티야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플라톤주의가 얼마나 유혹적인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노도와 같은 탈신비화의 흐름 속에서도 통속 과학 서적들에서 이러한 유혹의 흔적을 찾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아마도 그 유혹은 스파이더맨과 같은 영웅을 생산하게 하고 소비하게 하는 것과 비슷한 종류일 것이다.
 


"예술의 의미"를 리스트에 올려 놓았었는데 첫 페이지에서부터 쉽게 읽히지가 않았고 결국 읽기를 포기했다. 핑게를 대자면 할 말이 없지는 않은 데(도판 번호가 틀렸다든지 등등), 결론적으로는 내 취향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안읽히는 책을 억지로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


저번에 우리 집에 놀러 온 대학생들이 컴퓨터 관련 학과를 전공하고 있어서, 관련하여 튜링 머신에 대한 세미나도 같이 하고 하여, 그런 류의 책을 읽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코드"라는 책이다.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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