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인천 공항 서점에서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을 사게 되었다. (공항에서 부치는 짐 중량이 초과되어 책 몇 권을 빼내야 했고, 그 책들을 담을 봉지가 필요했는데, 마침 서점이 눈에 보여서...)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다 읽었다.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걸 도대체 누가 읽지? 나는 왜 이걸 읽고 있지? 책 뒷면을 보니 반년 동안 16쇄나 찍었단다. 도대체 믿기지 않아. 누가 사 본 것일까?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들을 읽으면서 한국 문학의 위기를 느꼈다고 하면 과장일까? 한숨이 나올 정도로 지루하고, 아무런 영감도 없고... 한 마디로 엉망인 작품들. 이런 것들이 가장 우수한 단편들로 선별된 것이라면 그 위기의 깊이는 헤아리기 무서울 정도일 수도 있다.


예컨대, 귀촌 문제나 용산 참사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도 있어서 이 작품집이 당대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 작품 선정에 있어 그런 점들을 고려한 것도 칭찬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작가들이 그런 주제를 다룰 역량이 너무도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 문제다. 정말이지 심각한 문제다.


또 하나, 이른바 한강류라고 할 만한 문체가 너무 많았다. 신경숙류에 이어서 이제는 한강류...-.- (물론 한강이 그 문체의 창시자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한강식의 문체를 극도로 혐오한다. 책상 머리에 앉아서 관념만으로 현실을 묘사할 때, 그렇게 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기에 현실을 뭉뚱그리는 매우 게으른, 혹은 매우 부정직한 기술 방법. 이런 기술 방식이 왜 비판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유행을 타는 것일까?  


한국에 갈 때마다 한국이 문화적으로 성숙해 가는 모습을 본다. 대표적으로는 음악. 퇴행하는 곳이 있다면, 소설 분야를 대표적인 예로 들어도 되겠지? 조정래 등 문단 대가들의 최근작만 보더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