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 주 정도 한국에 갔다가 지난 월요일에 영국으로 돌아왔다. 이 년 전에 한국에 갔을 때 들렀던 카페가 기억에 남아 근처로 안경 맞추러 간 김에 들러 보았다. 설마 없어지진 않았겠지... 걱정했었는데 건재하더라. 내가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데, 유럽 나라들 여기 저기를 다니면서 먹어 본 것보다 훨씬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파는 곳이었다. 여전히 맛이 있었고, 아주 작은 카페였지만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 장사가 되는구나... 그러니까 운영을 계속 할 수 있었겠지... 사장님이 아주 젊은 분이라 창업에 내몰린 경우가 아니었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았나 보다. 나오면서 카페 상호를 기억해 두었다. 카페 루시아. 금호역 근방에 있다.


검색을 해보니 커피가 맛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나 있는 것 같더라. 라떼나 플랏 화이트 사진을 보면 사장님이 커피를 제대로 배운,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은, 최근에 이곳 영국에서 주말마다 가던 카페를 바꾸었다. 플랏 화이트 커버 아트를 구름처럼 뭉게지게 해서 내주는데, 굳이 그걸 감내하고 싶지 않았다. 플랏 화이트는 섬세한 손목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한국 커피 값이 너무 비싸다. 영국보다 더. 인천 공항 스타벅스에서 에스프레소를 사 먹는데 사천백원이나 했다. 그래서 이후에는 주로 지하철역 자판기 커피를 먹었다. 그러다 한국을 떠날 즈음해서 집 근처 개인 커피점에 갔는데 거기는 에스프레소가 2000원이었다. 적당한 가격. 진작 알았으면 자주 갔을 텐데...)


(한국에서 차에 대한 책도 사오고, 이 참에 커피를 끊으려 했다. 그러나 불가능.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사고가 한 다섯 배는 느려지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자마자 머리 속의 안개가 확 걷히는 경험을 하고나서는 커피에서 벗어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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