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고 있는데 '아플라'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스펠도 없이 한글로만 이 단어를 쓰고 있네요.

사실 그림의 나머지를 체계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활기차고 단일하며 부동의 색으로 된 거대한 아플라들이다. 얇고도 단단한 아플라들은 구조화와 공간화의 기능을 한다. 하지만 아플라들은 형상의 밑이나 뒤 혹은 그 너머에 있지 않다. .......

이 단어의 의미를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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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1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의 빈곳을 채우는 물질적인 구조라는데요...

물만두 2005-05-1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작과비평 116호 - 2002년 여름
여기에 나오는데요.

urblue 2005-05-16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런데 그 단어가 어느 나라 말에 있는건지, 원래 의미가 뭔지를 알고 싶어서요.

물만두 2005-05-1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plat 이 단어같은데요... 그런데 사전에는 없네요. 미술용언가봅니다.

난티나무 2005-05-16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어네요..
aplat : (미술) 단일 색조, 전면 단색
찾아보니 이런 뜻이랍니다.^^

난티나무 2005-05-16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불사전에는,
surface de couleur uniforme 이라고 되어 있군요.
à-plat 라고도 표기한답니다.

urblue 2005-05-1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물만두님, 난티나무님, 고맙습니다. <(__)>
불어라고는 한 마디도 모르거든요. 답답한 거 풀렸습니다. ^^
 

 

 

 

 

주문해 놓은 인터넷 서점에서 상품 수급에 문제가 있다는 메일을 받고 바로 교보로 달려가 구입. 보고 싶은 책이 있더라도 이 정도 열성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림이 마음에 쏙 들어서, 어떻게든 갖고 싶었기 때문.

내용 자체는 딱히 그렇지 않은데 그림에서는 페이소스가 드러난다. 세세하게 신경써서 그린 그림을 오밀조밀 뜯어보다 보면 씨익 웃음도 난다.

마지막 휴양지에 찾아온 인물들은 대개 알겠는데, 소년과 비행사는 전혀 짐작도 못했다. -_-a



 

 

 

 

 

<슈렉>의 윌리엄 스타이그의 동화.

엉망진창 섬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엉망인 섬이다. 바위 투성이에 화산이 넘치고, 밤이면 모든 것이 얼어붙고, 배배꼬인 이상한 식물들과 다양한 괴물들이 산다. 괴물들은 서로를 못살게 굴면서 희희낙낙 즐겁다.

어느 날 이 섬에 예쁜 꽃 한 송이가 피어난다. 아름다운 꽃을 처음 본 괴물들은 겁을 먹고, 혹은 미치고,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꽃이 더 많아지자 괴물들은 점점 더 난폭해지면서 서로 죽어라 싸우고, 결국 멸망하고 만다. 모든 괴물들이 죽은 자리에 온갖 꽃들이 피어나 섬은 아름답게 변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서로 못살게 굴어도 그것조차 즐기면서 잘 살던 괴물들이 모조리 사라지고 섬은 아름다워졌다. 누구를 위한 아름다움인지? 엉망진창인 채로도 행복하다면 그걸로 좋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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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5-1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마지막 휴양지.. 그림 진짜 너무 예뻐요. 숨은 아이님이 올리신 거 봤을 때 바로 살 걸...

울보 2005-05-1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갖고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보았는데 품절이더군요,,

urblue 2005-05-15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보에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은 모조리 뒤졌는데 없더군요. 아마 교보는 인터넷 주문도 가능할거에요.

날개 2005-05-15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휴양지.. 저도 찍어놓고 있던 책인데, 다 품절이예요? ㅡ.ㅜ 교보로 가볼까요?

urblue 2005-05-16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사에서도 당분간은 재인쇄 계획이 없답니다. 어서어서 구입하소서.
 
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달 동안 소설에 눈길도 주지 않았다. 본시 책 속에서, 특히 소설 속에서 세상을 배워왔지만, 최근의 내 관심은 한 개인의 상상에서 비롯된 세계가 아니라 바로 내 옆의 사람들,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 세계 자체다. 따라서 이 세계의 실상을 알려주는 사회과학 계통의 책들만을 읽게 된다.

 

누군가는 이 소설을 소개하면서 보르헤스와 미하일 엔데를 언급했고, 소개글에서는 스페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궁금했지만, 또 다시 광고에 속는 건 아닌가 싶어 참았다. 읽는 동안 재미있더라도 읽은 후 남는 게 없다면 요즘 보고 있는, 책상 위에 위태롭게 쌓여 있는 책더미를 줄이는데 집중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결국 내 인내심의 바닥은 아주 얕다는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자 암전(暗轉). 잠깐의 공백 혹은 단절에 이어 머리 속에 떠오른 건 단 한 문장이었다. “이런 게 소설이었어!”

 

소설은 작가가 상상해낸 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통해 우리 삶의 단면 혹은 여러 층위들을 보여주고, 그로부터 인생의 의미와 진실을 깨닫게 해 준다. 내 기준으로 좋은 소설이란 이런 것들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드러내고,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를 보장하며, 읽고 난 후에는 긴 여운과 아우라를 남기는 작품이다. <바람의 그림자>는 내 기준에 완벽히 부합하는 진짜 소설이다.

 

모든 사건은 어느 새벽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찾게 된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서 시작된다. 다니엘이 고른 책은 하필 이제는 단 한 권 밖에 남지 않은 훌리안 카락스의 <바람의 그림자>였고, 다니엘이 책에 완전히 빠져들어 작가와 작가의 다른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훌리안 카락스를 둘러싼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한편으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한 훌리안 카락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20세기 중반의 바로셀로나에서 소년으로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다니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인생 유전이라 하던가.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사람만의 유일하고 특별한 사건이기도 하지만 앞선 세대의 삶이 녹아 들어 있는 역사의 일부이기도 하다.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개인은 존재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모두 드러낸다. 그러하기에, 다니엘의 성장 과정에서 훌리안의 모습을, 나아가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책을 좋아하는 소년이 주변 사람들과 다양한 형태의 우정을 쌓아가고, 첫사랑에 가슴 아파하며, 세상의 부조리함 혹은 야만스러움과 부닥뜨리고, 시대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라고 요약해 놓고 보니, 역시 다른 소설들이 보여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작가의 능력은 이런 일반적인 주제나 소재를 어떻게 버무려놓느냐에 있을 것이다. 사폰의 솜씨는 탁월하다. 다양한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 세세하게 살아나고, 여러 사건들은 순환적 구조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읽다 보면 짐작할 수 있는 통속적인 내용과 해피 엔딩조차 소설의 흐름과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게다가 책과 독서,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곳곳에 드러난다. 다니엘은 <바람의 그림자>를 처음 보고서 ‘그 책이 수년 동안이나,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첫사랑 못지않게 가슴 떨리는 만남이다. 내게도 이런 만남이 있었을 것이다. 흘러버린 시간의 저편에서 언젠가 나 역시 내게 그토록 많은 흔적을 남긴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준 첫번째 책’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의 내가 존재한다.

 

훌리안은 ‘이야기란 작가가 다른 방법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쓰는 편지’라고 말한다. 다니엘이 훌리안의 책을 보고 훌리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듯, 나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는 작가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 사람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길래 이런 매혹적인 소설을 썼을까. 훌리안과 다니엘의 삶과 사랑에 비친 사폰의 그림자를 본다. 

 

‘만일 내가 아주 우연히 저 무한한 묘지 사이에 있는 이름 모를 단 한 권의 책에서 온 우주를 발견했다면, 더 많은 수만 권의 책들이 알려지지 않고 영원히 잊혀진 채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어찌 소설 읽기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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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05-1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백이군요. 반가워요.

krinein 2005-05-15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은 본디 이야기.
좋은 이야기는 놀이와 같고 주술과도 같아
때로 치유의 능력을 때로는 놀람의 매혹을 보여주겠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타자/바깥과의 소통을 통해 세계를 만들어 가는 힘일 터입니다.
책-세계 만들기로서의 소설읽기랄까요. 좋은 텍스트란 무언가 써넣을 수 있는
여백을 가지고 있는 텍스트, 따라서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하는 텍스트일테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소설 읽기란 말/글들에 대한 사랑이며,
따라서 글읽기의 즐거움으로서의 소설읽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읽을 책이 남아 있는 삶이란 아직 살만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
이상 감상에 대한 감상이었습니다^^;;

갈대 2005-05-15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고객들이 소설에는 별점이 짠 편인데, 이 책은 평가가 아주 좋네요. 오랜만에 뽐뿌 받고 추천 때리고 갑니다^^

urblue 2005-05-1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고맙습니다. 알라딘 고객들이 별점에 짠 편인가요? 저야 기본 세 개부터 시작하니까 웬만하면 네 개는 그냥 줍니다만. ^^; 그래도 이 소설은 좋습니다.

크리네인님, 제목 바꿨습니다. ^^

수단님, 이 책을 읽고 났더니 다시 소설이 무지하게 땡기고 있습니다. 쌓인 책들 먼저 읽어줘야 하는데 말이죠. 아아~ urblue abc로 분열해서 한꺼번에 여러권 읽어버리면 좋겠어요.

krinein 2005-05-15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제목이었다면 저는 제임스 미치너의 소설 얘기로 댓글을 달려 했었습니다만^^
흐음, 그리고 이경우는 a, b, c로 분열하는게 아니라 분신술이 아닐까요? '비기-소설 한번에 세권 읽기' 같은.. ^^;

urblue 2005-05-1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한번에 세권 읽기가 아니구요, 사회과학, 소설, 만화 이렇게 세 분야를 나눠서 보는거죠. ㅎㅎ

바람돌이 2005-05-15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보고 싶어서 우리동네 도서관에 신청해놨는데 아직도 안사주네요. 님의 글을 보니 더 읽고싶어지는에 언제쯤이나 올까요?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전공책이나 사회과학서적들에 늘 밀려서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starrysky 2005-05-16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이 책 추천해준 친구가 있었는데 urblue님 리뷰 읽고 나니까 당장 사야겠다는 확신!!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

urblue 2005-05-1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좋으시겠네요, 동네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다니. 집 근처에 도서관이 있긴 한데, 한번도 가보지 않아서 책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군요. 게을러서 책을 사보는 것 같습니다.

스타리님, 앗, 확신!!까지요? 그러다가 재미없어도 저 원망하시면 아니됩니다. ^^;;

로드무비 2005-05-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이 책 산 지가 언젠데......
그렇게 재밌단 말이죠?
블루님, 요즘은 저도 책이 술술 읽혀요.
님도 독서의 재미에 흠뻑 빠지신 듯...... 리뷰가 유창하네요.^^

urblue 2005-05-16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보시느라고 서재에 뜸하신건가요? 님 댓글 안 보이면 허전하다구요. 힝..

로드무비 2005-05-16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헹=3=3

히피드림~ 2005-05-31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시에 두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읽기는 어제 읽었는데 댓글은 지금다네요.(로그인하기가 귀찮아서리^^)
두권짜리라 보관함에만 두고 장바구니에 넣기는 망설였는데
꼭 봐야겠네요.^^;;

urblue 2005-06-01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진장 망설이다 결국 친구들에게 사달라고 졸라서 얻었답니다. ^^

[그장소] 2015-01-2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라.만날 것이니...
 

누구든 잡아주시면 선물이라도 드리겠다 맘 먹고 있었는데.

아무도 안 보셨다...  T_T

2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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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5-12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아쉽다. 어쩌면 그게 저였을런지도...ㅎㅎㅎ
멋진 숫자 축하하오 ^^

울보 2005-05-1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11113

축하드려요,,

블루님,,,행복하세요,,


날개 2005-05-12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런~ 이리 멋진 숫자를....!
여하튼, 무지무지 축하드립니다..

sudan 2005-05-12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귀엽군요.

물만두 2005-05-12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511114

요것도 좋은데요^^


▶◀소굼 2005-05-1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11119
저는 9가 좋아요~

sudan 2005-05-1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311122

나쁘지 않죠?


물만두 2005-05-1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311122

chika 2005-05-12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211121

흑~ 그때 저는 리뷰를 열심히 쓰고 있었던 것 같아요~

글고 댓글 달려고 하니 뜬금없이 로그인 화면이 떠서 다시 들어왔더니

3311122

둘 다 멋진 숫자예요. 그죠?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urblue 2005-05-1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비록 옆구리 찔러 인사받기지만, 그래도 고맙습니다. ^---------^

물만두 2005-05-12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511124

12345


난티나무 2005-05-1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블루님?
이것도 예쁜데요~^^
4411133

urblue 2005-05-12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숫자가 다 예쁘군요. ^^
 



대니 보일 하면 떠오르는 건 무조건 <쉘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 스포팅>이다. 두 영화에서 보여준 재기 발랄함과 시니컬한 유머가 그를 대표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인질>, <비치> 등의 후속작들은 생뚱맞다는,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사실 <인질> 이후의 작품들은 보지 않았으므로 느낌 이외의 것은 말할 수 없다.) 어쨌거나 처음 두 편의 인상이 워낙 강렬하다는 말이다.

 

한달 전쯤 극장에서 <밀리언즈 Millions>의 예고편을 보았다. 푸르디 푸른 하늘과 귀여운 두 꼬마가 인상적이었는데, 게다가 이것이 저 대니 보일의 신작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개봉하면 무조건 볼 영화 1순위로 꼽아두었다.

 

주인공은 엄청 귀엽게 생긴 7살 꼬마 데미안(알렉스 에텔). 사실 이 녀석,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래의 아이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을 존경한다고 말하고 공놀이에 열중할 때, 성인(聖人)들을 줄줄이 읊어대거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데미안의 아지트를 부수며 커다란 돈가방이 날아들고, 데미안은 이것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믿는다. 보는 사람마다 진지한 표정으로 Are you poor?라고 물으며 도와 줄 가난한 사람을 찾는다. 동네의 몰몬 교도 집에 가방 가득 돈을 넣어주고, 노숙자들을 피자 가게로 몰고 가 배불리 먹여주고, 잔돈을 요구하는 커다란 자선 쓰레기통에 뭉칫돈을 집어 넣는다. 그렇지만 단순히 마음 착한 꼬마라고 보기엔 영 이상하다.

 

데미안의 형 안소니(루이스 맥거본)도 데미안과 막상막하의 엉뚱한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있다. 슬픈 표정으로 엄마가 돌아가셨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먹을 걸 공짜로 얻거나 잘못을 덮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며 실제로 쉽게 써 먹는다. 거짓말은 아니잖아. 그렇지, 거짓말은 아니지. 그런데 다른 애들도 그러냐? 게다가 이재(理財)에 엄청나게 밝다. 하늘에서 떨어진 돈으로 친구들을 보디가드로 고용하고, 부동산에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그가 9살이라 걸 감안하면 부동산 투자 계획이 성공할 리 없다.), 파운드를 유로가 아닌 달러로 환전하는 기막힌 감각을 선보인다.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강도들이 현금 수송 열차에서 탈취한 것으로 밝혀진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돈을 찾기 위해 이들 앞에 나타나고, 한술 더 떠서 파운드화는 며칠 뒤면 휴지 조각으로 변한다. 경찰은 거액을 환전하는 사람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건은 점점 버라이어티 해지지만 꼬마들이 주인공임을 생각한다면, 험악하게 생긴 열차 강도조차 별 짓을 못할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해봐야 <나 홀로 집에> 수준 아니겠어. 그런데, 이 영화, 방향을 엉뚱하게 잡는다. 어차피 초반에도 현실감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그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판타지가 되어 버린다. 하긴 뭐 그렇게가 아니라면 해결이 안 될 것도 같다. 용두사미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킹덤 오브 헤븐 보다 재밌다.)

 

내내 이게 대니 보일의 영화가 맞나 생각했다. 어린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유쾌한 판타지인 것도 그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요소요소에 박혀 있는 재치와 발랄한 상상력은 여전하다. 어쩌면 누구처럼, 가볍고 명랑 쾌활한 가족 영화를 하나쯤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헐리우드 식의 따뜻한 가족 영화는 안 나오지만 말이다.

 

팁 하나. 맑고 깨끗하고 파아란 영국의 하늘이 나온다. 영국은 늘 흐리고 우중충하다는 인상이 확 바뀐다.

팁 둘. 700대 1의 경쟁을 뚫고 오디션에서 발탁되었다는 데미안 역의 알렉스 에텔은 실제로는 11살이다. 그런데 너무 앙증맞다. 얼굴 가득한 주근깨와 영국식 발음마저도 귀여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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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5-05-1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고 보니 쉘로우 그레이브를 잊고 있었네...
칼에 찔리고도 웃을 수 있었던 그 남자의 미소...ㅎㅎ
대니 보일이 트레인 스포팅에서 너무 뛰어다녔나봐요. 그 이후에 영화는 쫌...

urblue 2005-05-12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빈현님, 영화든 소설이든 한 가지를 먼저 보면 다른 건 안 보게 되더라구요. ^^;

플레져님, 쉘로우 그레이브 처음 보고서 엄청 좋아했더랬어요. 트레인 스포팅보다 쉘로우 그레이브를 더 좋아하죠. ^^ 대니 보일은 딱 거기까지였는지...좀 아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