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얇은 두께에 비해 지나치게 여러 나라를 다루고 있어 건너뛸까 하다가, 서점에서 잠깐 훑어보고는 결국 구입했다.
 태국이 전세계의 섹스 관광지가 된 사연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가 얽히고 설킨, 피비린내 진동하는 인도차이나의 현대사, 필리핀의 부정부패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여, 처음에 의심했던 것처럼 범위가 넓어 깊이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베트남 전쟁이라든가 킬링필드라든가, 궁금한 게 있다면 훨씬 두꺼운 책으로 자세히 알아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아시아에 대해 그러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애써 두꺼운 책을 찾아보며 그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확인하려는 이가 얼마나 될까.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는 무엇보다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별 생각없이 펼쳐들었다 하더라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다. 그러다보면 아시아 각국의 사연이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확인하게 된다. 아시아 각국의 현대사를 통시적으로 살피면서 결국 아시아 전체를 공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짜임이다. 가볍지만 얄팍하지 않은 책.



 64. 판타스틱 8월호 

 7월호에서 이어진 '아이스크림 제국'과 코니 윌리스의 '디벙커는 귀신을 믿지 않아' 외엔 그다지 마음에 드는 작품이 없다. 아아.. 역시 항상 좋을 수 만은 없는 법인가.

 

 

 65. 갈릴레오의 아이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게 다행. 재미있는 작품과 재미없는 작품이 섞여있는데다, 기본적으로 '종교'에 관한 이야기들은 좋아하지를 않는다. 


 

 66. 테메레르

 어제 점심 먹은 후 시작해서 결국 다 읽고 잠들었다. 최근에는 소설을 읽어도 손에서 놓지 못하거나 후루룩 읽어버리는 일이 거의 없는데, 이건 간만의 예외였다.
 아직 1권이라 캐릭터 소개에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전투 장면은 한 번밖에 등장하지 않고 별로 이야기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그런데도 술술 읽히는 거 보면 재미있는게 맞다. 올해 안에 4권이 더 나온다고 되어 있던데, 왜 아직 다음 권 소식이 없는건지. 
 테메레르를 포함하여 큰 용은 한 30m쯤 되는 걸로 생각되는데, 그런 용을 여러 마리 싣고 다니는 '용수송선'은 도대체 얼마나 커야하는건지? 영리하고 지성적이고 독립적 성향도 강한 용이 왜 인간의 안장을 받아들이는 건지는 의문.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의문을 막 쏟아내니까 신랑이 한마디 한다. 판타지의 설정을 자꾸 의심하면 읽을 수가 없다고. ㅎㅎ 
 이제 곧 '퍼언연대기'를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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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7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쌀과 소금의 시대]를 드디어 끝냈다. (사실 뒤에 30여 페이지 남았다. 어제 마저 읽으려고 했는데 보다가 잠드는 바람에. 하지만 끝낸 것으로 간주.)

이렇게 긴 소설을 읽고 나면, 재미가 있었든 없었든 뭔가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읽을거리를 찾게 된다. 게다가 [쌀과 소금의 시대]는 인물들이 환생하면서 전혀 다른 시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므로 실상 여러권의 소설을 읽은 것과 다름이 없다. 

재미가 있는 부분도 있고 좀 덜한 부분도 있는데, 그래도 능력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게, 결국은 같은 인물들이 반복해서 환생을 하고 성격이 비슷하게 그려지는데도, 읽으면서 재빨리 파악하지 못했다. 다양한 변주에 능하다고나 할까. 이슬람과 중국 등 동양권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놀랍고.  

아무튼, 아침에 책장 앞에서 어떤 책을 고를까 서성였다. 반다나 시바를 들고 나왔다가, 왠지 미술책이 보고 싶어서 다시 바꿔든 게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오~ 이거 대박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버스에서 정신없이 읽고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또 봤다. 책을 내려놓기가 싫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어째 여태 몰랐을까.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을 당장 주문했다. 2권이랑 [단원 김홍도]랑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랑도 사야지. 재미있는 책 볼 생각에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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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7-08-0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저도 사 놓고 못 읽었는데
얼렁 읽어보고 싶어져요!

2007-08-03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8-04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국의 미 특강 읽고 나서 주변에 소문도 많이 내고 선물도 하고 그랬어요. 오주석 선생님 돌아가신 게 너무 슬퍼요ㅠ.ㅠ
 

여태 몇 번 책 방출은 했지만 팔겠다고 내 놓는 것은 처음이군요.
책장도 모자라고, 새 책 살 돈도 필요하고, 뭐 그렇습니다. ㅎㅎ

택배비는 별도입니다.
제가 이용하는 택배는 3,500원쯤 받던데, 착불로 하셔도 되고 저한테 먼저 보내셔도 상관없습니다.
책은 거의 깨끗합니다.

1,000원

 

 

 

 

 M님                                        M님                                        B님

 

 

 

 

 하이드님            하이드님                                 하늘바람님

 

 

 

 

  B님                 하이드님

 이 두 권은 윗부분에 책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하늘바람님         하늘바람님

 

 

 

 

 

2,000원

 

 

 

 

 비연님                                     M님                                         M님

 

 

 

 

                                                                      하이드님           M님

 

 

 

 

  M님                                                               M님

 

[의식혁명]은 2006년판이 아니라 2000년판입니다.

이상입니다.

구입 원하시는 분은 댓글 남겨주세요. (__)

 참, 발송은 다음 주 토요일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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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7-28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의 여행자, 회색 영혼, 캐비닛, 세계챔피언이요

urblue 2007-07-28 20:49   좋아요 0 | URL
알겠습니다. ^^

2007-07-28 1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8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7-07-28 20:42   좋아요 0 | URL
괜찮습니다. ^^
많이 고르셨네요. 전부 가능합니다. 저 위에 M님으로 표기했습니다.

2007-07-28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7-07-2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웃, 어둠의 저편, 네버랜드...요청합니다.

urblue 2007-07-28 20:46   좋아요 0 | URL
오랫만이시네요. ^^
아웃과 어둠의 저편은 윗분이 먼저 말씀하셨어요. 네버랜드 한 권만 하기에는 택배비가 좀 비싸죠? 일단 찜은 해 두었으니 어떻게 하실지 말씀해주세요.

2007-07-28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9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8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30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7-07-29 0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티미어스와 환상의 여자, 가짜 경감 듀 이렇게 주문합니다.

urblue 2007-07-29 12:04   좋아요 0 | URL
네, 네 권입니다. ^^

2007-07-29 0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9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7-07-2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M님이 먼저 찜을 해버리셨군요! ㅜㅜ 흠...그래도 책값보단 싸니까..살께요^^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이네요..ㅋ 잘 지내시죠?^^

2007-07-29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7-2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변의 카프카 두권이랑 아웃 두권 찜이요!

비로그인 2007-07-29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고 나니 윗분들이 벌써 찜하셨네요 ㅠㅠ 발이 늦었어요...

urblue 2007-07-29 15:25   좋아요 0 | URL
좀 늦으셨네요. ^^;

하늘바람 2007-07-31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어제 택배비까지 같이 부쳤어요. 7500원 맞지요?
제 주소는 서울시 관악구 남현동 1079-17 예술인빌라 401호 이구요. 010-2748-3279 이상미 입니다

urblue 2007-07-31 13:29   좋아요 0 | URL
입금 확인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2007-08-01 0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1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07-08-07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늦은건가요????
어느분이 어느 책을 사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피노키오는 사람일까? 인형일까?, 목수, 화가에게 말걸다, 사색기행, 홍합, 수상한 식모들이요.
 

 그제 주문한 [퍼언 연대기]와 수잔 손택의 소설집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을 어제 받았다. 손택의 희곡집도 같이 나왔지만 희곡은 읽기 어려우므로 패스.

 

 

 

장바구니에서 주문 대기중인 것들은,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지난 주에 읽은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기독교의 보수성과 복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그에 이어 '광적인 신앙을 비판한' 도킨스의 책을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최근 기독교 신자인 어느 분과 대화를 나눴는데, 역사가 오래된 작은 교회에 수십년 째 다니고 계신 그 분은 한국의 대형 교회와 지나친 복음주의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시다. 하지만 전반적인 보수성에 대해서는 인정을 안하려고 하시더라. 그렇지 않은 교회와 신자들이 훨씬 많은데, 다만 큰소리내는 곳이 보수적인 대형 교회라 그렇게 보인다는 얘기. 거기에 대해서는, 나로선 판단 불가.

 

 조지 레이코프 [프레임 전쟁]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봤고, 그보다 두꺼운 [도덕의 정치]는 패스. [프레임 전쟁]은 얇으니까 읽겠지만, [코끼리...]와 얼마나 다른 얘기를 하고 있을까 좀 의아하긴 하다. 

 

 

 유재현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본래 기행문을 좋아하진 않지만, [느린 희망]과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를 통해 유재현은 믿을만한 작가에 포함되었다. 지나치게 여러나라를 다룬 점이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볼만 할 듯. 
 부제가 "유재현 온더로드 1"인 걸 보면 앞으로도 쭉 나올 모양이다. 기대.

 

 

 호시노 미치오 [노던라이츠]

 이번 달에 읽은 책 중 호시노 미치오의 [여행하는 나무]도 있다. 호시노 미치오는 유재현과 같은 과다. 아니, 유재현이 호시노 미치오 과인가. 어쨌든.
 알래스카가 좋다고 알래스카로 이주해 사진을 찍으면서 생을 보내다가 곰에게 죽은 사람. [여행하는 나무]에는 그렇게 죽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말이 나온다. 알래스카에 사는 이상 언젠가는 자신도 그렇게 죽을 거라고, 그렇게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과장이라고는 전혀 없는 담백한 호시노 미치오의 글을 읽고 있자면, 내가 자연을 다룬 이야기에 쉽게 감동받지 못하는 이유는 실제 자연을 보고 감동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들어진 것에 훨씬 익숙하니까. 그런 감성이 쉽게 변할리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호시노 미치오의 글과 사진은 볼 만하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비잔틴 살인사건]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쓴 추리 소설이라니. 궁금하다.
 크리스테바의 책은 [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 하나만 읽었는데, 생각나서 찾아보니 집에 책이 없다. 발 달린 책들이 너무 많다.

 

 

 김행숙 [이별의 능력]

 김행숙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이건 사서 봐야 한다.

 

 

 

[판타스틱 8월호]가 나왔다는 소문이 있는데, 알라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여 등록해 주세요. 같이 주문하게. 아니면 그냥 정기구독 신청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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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7-2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재현의 책은 저도 보관함에 냉큼 넣어놓긴 했는데, 페이지 수가 너무 적고, 말씀하신대로 나라가 너무 많아서 망설이고 있어요. 시리즈로 나오는 거라면, 어떤 목차로 나올건지, 책 소개에 좀 더 자세히 나와 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urblue 2007-07-2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린 희망과 인도차이나도 별로 두껍지 않았던 거 같아서 신경 안 썼는데, 272쪽이면 확실히 너무 얇군요. 서점에서 확인해야겠네요. 쩝.

瑚璉 2007-07-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언 연대기와 만들어진 신, 그리고 프레임전쟁은 빨리 읽어보시고 소감을 써주세요. 저도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는 책들이라서... (^.^;)

urblue 2007-07-27 16:32   좋아요 0 | URL
이, 이보세요! 제가 님한테 부탁하고 싶다구욧! 전 책도 빨리 못 읽고, 정리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음.. 뭐 하여간!

瑚璉 2007-07-27 16:54   좋아요 0 | URL
명문을 쓰려고 하니까 시간이 걸리는 겁니닷!
저처럼 개조식으로 쓰세욧!

urblue 2007-07-27 17:17   좋아요 0 | URL
그,그게 명문을 쓰려고 해서가 아니라구욧.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안된다구요. 흑흑..

2007-07-27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7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7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7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07-07-28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2년도에 알래스카 갔었을때 사진속의 바로 저 청록색의 오로라를 직접 봤었어요..저 책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urblue 2007-07-28 18:48   좋아요 0 | URL
우와아~ 저런 오로라를 보면 어떨까요? 감동받을까요?
호시노 미치오의 글과 사진은 아주 담백합니다. 글에는 꾸밈이 없고, 사진도 전혀 멋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보실만 하실거에요. ^^

chaire 2007-07-3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한결같고 변함없는, (이거 진심인데) 제대로 된 독서가라는 생각을 해요, 자주, 블루 님 보면서.. ㅎㅎ. 위에 파는 책을 이제서야 봤어요. 몇 개 갖고 싶은 게 있었는데 다 팔려버렸네요. 블루 님 흔적을 더듬으며 응쿰하게 읽어볼까 하는 맘을 품어봤는데 히히.

전요, 판타스틱 창간호를 아직도 다 못 읽었어요. 아 쩍팔려라. 근데 아마 전 장르 쪽으론 확실히 취향이 아닌 모양이에요. 미미 여사 단편도 그저 그렇고 전반적으로 큰 재미가 없더라구요. 다만 님이 말씀하신 무슨 단편인가는 다시 가서 잘 찾아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호시노 미치오 책 늘 읽고 싶지만, 선뜻 사지 못하고 있는...^^ 누군진 잘 모르지만 블루 님을 믿고 일단 김행숙 시집도 장바구니에..

urblue 2007-07-31 17:56   좋아요 0 | URL
에에... 한결같고 변함없는, 이라는 수식어는 저랑 전혀 맞지 않습니다. -_-;;
가끔, 책을 왜 읽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최근에는 1년이면 100권이나 그 이상 읽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중에 기억나는 건 거의 없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내가 더 똑똑해지거나 세상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지도 않고, 대체 왜 책을 읽나 한심스러워지거든요. 그럴 때마다 책을 팽개쳐버리고 싶습니다. 역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독서 외에는 알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쩝.

그래도 SF는 무지 좋아하는데, 장르라고 해도 판타지는 관심이 조금 떨어지고, 추리 쪽은 영 손이 안 갑니다. 다들 그렇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장르가 있는거지요 뭐. ^^
 
바보 1 강풀 순정만화 5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웃음은 꽤나 헤픈 편이지만 눈물에는 박하다. 냉정한 심성에 웬만한 감동은 먹히질 않는다. 그런 나를 울리는 사람이 있다. 희경 강도영. 노희경 드라마를 때마다, 강도영 만화를 때마다 기어이 눈물을 떨구고 만다.

순정만화 시즌 2 [바보] 보지 않으려 했다. 일단 좋아하는 소재가 아니다. 어느 동네에나 하나씩 있다는바보이야기라니. 착한 심성을 지닌 바보라는 설정에 지고지순한 사랑, 희생, 이런 숭고한 단어들이 마구 떠오르지 않나. 얼마나 뻔할까! 그런데도 결국 보게 다음에 연재중인 순정만화 시즌 3 [그대를 사랑합니다] 때문이다. 70 노인들의 생활과 사랑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릿하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하다. 주루룩 눈물을 쏟을 정도는 아니라 휴지 들고 슬쩍슬쩍 눈가를 훔치다가 킬킬 웃다가 하면서 1편부터 후루룩 보고 나니, 시즌 2 그냥 넘어갈 없게 되었다.

[바보] 예상대로 진행된다. 바보 승룡이와 초등학교 동창들 간에는 순수한 사랑, 우정, 애정이 흐르고 바보 오빠를 창피해하던 여동생 지인도 결국은 오빠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사실 강도영 훌륭한 작가라고 평가하기는 무리지 싶다. (그의 작품을 보지는 않았다. 일단 것만으로 평가하자면,) 그림을 뛰어나게 그리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에 억지스런 우연이 겹치기도 하고 결국에는 메시지도 진부하다. 순정만화 시리즈가 그렇다. 그런데 울었을까?

글쎄, 이유는 아마 작가의 진심에 있지 않을까 싶다. 순정만화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소박하다. 어디서나 흔히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특이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열여덟 여고생에게 존댓말을 가며 사람의 성인으로 존중하면서 사랑할 있는 서른 남자가 과연 흔할까? ‘바보동창생의 지나친 호감과 관심을 기분 나빠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있는 여자는 어떻고. 세상이 각박해진 탓이라고 해야 할지, 이제는 찾아 없을 것만 같은 주인공들을 강도영 아무렇지 않게 그린다. 고개만 돌리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 어쩌면 강도영 성선설을 신봉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에 나쁜 사람이라고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니 말이다. 심지어 동네의 카페 아닌 카페에서 여자 끼고 앉아 마시는 김사장도 알고 보면 생판 남의 가게에 도둑 들까 지키고 있는 착한 사람이고, 여종업원을 괴롭히는 카페 주인은 알고 보면 사랑으로 가슴앓이 하는 순정파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결국 막나가기는 한다만.) 못된 짓을 모르는 강도영 작품 인물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성정에 동화되고 그들이 느끼는 대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는 눈물이 흐른다.

강도영 평범한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작가이다. 그들을 통해 우리들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26]처럼 잘못된 현대사를 들춰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남편은 그를 “사회파 개그 작가”라고 불렀는데, 그리 틀린 칭호 같지는 않다. ‘개그 작가’라고 하기엔 사람을 울게 만드는 힘이 넘치는 듯도 하다만, 어쨌거나 강도영이 그리는 소박한 사람들 때문에 웃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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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7-07-2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전요즘 미디어 다음에서 연재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보구 있어요
urblue님 시간되면 것도 한번 보세요. 강풀의 최신작이에요..
그건 어르신들의 이야기인데 것도 감동 뭉클 이에요 ^^

urblue 2007-07-2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은근..이 맞나봐요. ^^;

토토랑님, 네, [그대를 사랑합니다] 보면서 저희 건물에 폐지 수거하러 오는 할머니를 다시 보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