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1 강풀 순정만화 5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웃음은 꽤나 헤픈 편이지만 눈물에는 박하다. 냉정한 심성에 웬만한 감동은 먹히질 않는다. 그런 나를 울리는 사람이 있다. 희경 강도영. 노희경 드라마를 때마다, 강도영 만화를 때마다 기어이 눈물을 떨구고 만다.

순정만화 시즌 2 [바보] 보지 않으려 했다. 일단 좋아하는 소재가 아니다. 어느 동네에나 하나씩 있다는바보이야기라니. 착한 심성을 지닌 바보라는 설정에 지고지순한 사랑, 희생, 이런 숭고한 단어들이 마구 떠오르지 않나. 얼마나 뻔할까! 그런데도 결국 보게 다음에 연재중인 순정만화 시즌 3 [그대를 사랑합니다] 때문이다. 70 노인들의 생활과 사랑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릿하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하다. 주루룩 눈물을 쏟을 정도는 아니라 휴지 들고 슬쩍슬쩍 눈가를 훔치다가 킬킬 웃다가 하면서 1편부터 후루룩 보고 나니, 시즌 2 그냥 넘어갈 없게 되었다.

[바보] 예상대로 진행된다. 바보 승룡이와 초등학교 동창들 간에는 순수한 사랑, 우정, 애정이 흐르고 바보 오빠를 창피해하던 여동생 지인도 결국은 오빠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사실 강도영 훌륭한 작가라고 평가하기는 무리지 싶다. (그의 작품을 보지는 않았다. 일단 것만으로 평가하자면,) 그림을 뛰어나게 그리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탄탄한 것도 아니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에 억지스런 우연이 겹치기도 하고 결국에는 메시지도 진부하다. 순정만화 시리즈가 그렇다. 그런데 울었을까?

글쎄, 이유는 아마 작가의 진심에 있지 않을까 싶다. 순정만화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소박하다. 어디서나 흔히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특이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열여덟 여고생에게 존댓말을 가며 사람의 성인으로 존중하면서 사랑할 있는 서른 남자가 과연 흔할까? ‘바보동창생의 지나친 호감과 관심을 기분 나빠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있는 여자는 어떻고. 세상이 각박해진 탓이라고 해야 할지, 이제는 찾아 없을 것만 같은 주인공들을 강도영 아무렇지 않게 그린다. 고개만 돌리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 어쩌면 강도영 성선설을 신봉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에 나쁜 사람이라고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니 말이다. 심지어 동네의 카페 아닌 카페에서 여자 끼고 앉아 마시는 김사장도 알고 보면 생판 남의 가게에 도둑 들까 지키고 있는 착한 사람이고, 여종업원을 괴롭히는 카페 주인은 알고 보면 사랑으로 가슴앓이 하는 순정파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 때문에 결국 막나가기는 한다만.) 못된 짓을 모르는 강도영 작품 인물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성정에 동화되고 그들이 느끼는 대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는 눈물이 흐른다.

강도영 평범한 이웃에 관심을 가지는 작가이다. 그들을 통해 우리들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얘기한다. [26]처럼 잘못된 현대사를 들춰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남편은 그를 “사회파 개그 작가”라고 불렀는데, 그리 틀린 칭호 같지는 않다. ‘개그 작가’라고 하기엔 사람을 울게 만드는 힘이 넘치는 듯도 하다만, 어쨌거나 강도영이 그리는 소박한 사람들 때문에 웃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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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랑 2007-07-27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전요즘 미디어 다음에서 연재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보구 있어요
urblue님 시간되면 것도 한번 보세요. 강풀의 최신작이에요..
그건 어르신들의 이야기인데 것도 감동 뭉클 이에요 ^^

urblue 2007-07-27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은근..이 맞나봐요. ^^;

토토랑님, 네, [그대를 사랑합니다] 보면서 저희 건물에 폐지 수거하러 오는 할머니를 다시 보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