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01 #시라는별 73
맥거핀
- 오은
12월 31일 23시 59분
이 세계는 지금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때마침 별똥별이 하나 떨어지고 있다
잠시 후면 내 삶은 새로 시작될 것이다
나는 그 삶을 새로 시작할 것이다
이 나라를 좌지우지할 비밀을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을 놀랠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몰랐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별똥별의 자취를 한창 더듬을 때
때마침 새해가 밝았다
나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늘을 가리키는 집게손가락이 떨리고 있다
내가 놀랠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어 나를 놀래고 있었다
이미 순간을 살고 있는데 아직 기다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일이 와도 미련이 남아 있었다
주인공들이 1월 1일에 처음 한 말은 ˝아˝였다
이 세계가 통과하여 도착한 곳은 이 세계였다
때마침 배가 고파서
별똥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맥거핀: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를 뜻한다. 히치콕 감독이 <싸이코> 등의 영화에서
사용하면서 보편화됐다.(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해가 넘어가려 한다. 이 글을 올릴 때는 넘어갔을 것이다. 1월 1일, 즉 새해는 일종의 ‘맥거핀‘이다. 우리 인생에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달력 장치.
새해가 되면 ˝내 삶은 새로 시작˝되고, 나도 ˝삶을 새로 시작˝하고 세상을 ˝놀랠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보겠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이 세계를 통과하여˝ 도착하게 되는 곳은 어제와 같은 ˝이 세계˝이다.
그럼에도, 겉치레에 불과할지라도, 속임수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새해라는 극적 장치가 있기에 꿈을 꾸고 소망하지 않나. 그런 것조차 없다면 사는 맛이 너무 밍밍하지 않나. 그러니 올해가 되는 새해에도 나는 순간을 살면서 여전히 ˝기다리는 사람˝으로 살 것 같다. 언제나 미련을 간직한 채.
모두들 해피뉴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