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걷다 - 2010 경계문학 베스트 컬렉션 Nobless Club 21
김이환 외 지음 / 로크미디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2010 꿈을 걷다




  노블레스클럽에서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단편집을 출간했다. 제목은 작년과 같은 『꿈을 걷다』. 2010 경계문학 베스트컬렉션이라는 부제를 달고서. 작년과 마찬가지로 단편을 실은 작가도 있고, 새로 단편을 싣게 된 작가도 있다. 따라서 역시 작년처럼 재미를 주는 단편도 있고, 작년보다 재미가 덜한 단편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았다. 여전히 장르 단편소설을 읽을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이런 단편집이 2년 연속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반가운 것은 물론이다.




  개학 날




  『양말 줍는 소년』(황금가지)의 외전 격, 후일담 성격의 단편이다. 사실 『양말 줍는 소년』을 읽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글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편집에 실리기에는 성격에 안 맞는 면이 있다. 『양말 줍는 소년』을 읽은 독자라면 물론 재미있게 읽을 수밖에 없는 글이다. 책을 읽고 나서 궁금했던 인물들의 뒷 이야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3권을 읽는 동안 정이 들었던 인물들과 다시 재회하고 그들이 어떻게 사는지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읽으면서 『양말 줍는 소년』 2부를 기대하게 만드는 글이기도 했다.




  페르마의 부탁




  김지훈 작가는 예전에도 ‘악마’를 소재로한 단편을 쓴 적이 있다. 웹진 거울에 가보면 악마가 등장하는 재기 넘치는 두 편의 단편이 있다.(http://mirror.pe.kr/zboard/zboard.php?id=cancoffee1 ) 이 작품도 분위기가 비슷해서 마치 연작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모두 악마들이 밝고 귀엽게 그려진 특징이 있다.) 이 소설은 ‘악마’가 인간을 벌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선언하고 주인공이 이를 저지하는 꽁트 같은 느낌을 주는 글이다.(웹진 거울에 발표한 글들을 살펴봐도 긴 분량의 단편은 없고 대부분 이번처럼 짧은 글이다.) 위트가 섞인 문체가 글에 재미를 주고 있다.




  아내를 위하여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단편이다. 시간여행 소재를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 ‘타임머신’ 기계를 발명했으나, 불운한 운명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논리적으로는 성립하기 힘들겠지만, 이런 식으로 타임 패러독스를 가지고 쓴 이야기들은 다 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읽고 나서 계속 여러 가지 상상을 해보게 하는 점도 좋았다. 패키지 게임인 [창세기전3]가 떠오르는 면도 있었다.




  일검쟁위




  무협소설이다. 이 『꿈을 걷다』의 장점은 이렇듯, 다른 단편집에서는 읽을 수 없는 무협단편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협소설은 많이 읽지 않아 잘 모르는 작가였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내용 전개를 짐작할 수 없어서 뒷통수를 때리거나 하는 재미는 아니었다. 그러나 어떻게 진행될지 전부 눈에 그려지면서도 막상 즐겁게 따라 읽는 글이 있고, 이 글도 그런 글 중에 하나였다. 예상대로 흘러가면서도 무협의 재미를 단편이라는 형식 안에 잘 넣은 느낌이었다. 천하제일검을 가리는 일검쟁위. 그것을 마치 그 속에 살아있는 무림인처럼 기대하면서 페이지를 넘겼고 즐겼다.




  문지기




  앞에 「일검쟁위」를 재미있게 읽고 나서 다시 무협소설이 나왔다. 연이어 재미있게 읽은 단편이었다. 어린 화자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매끄럽게 전개했다. 캐릭터들이 살아있고, 특히 실질적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양 형이라는 캐릭터가 잘 그려졌다. ‘문지기’라는 소재도 단편에 딱 맞았고, 구성이나 문체도 좋았다. 인상에 남는 단편 중 하나였다.




  미싱 링크




  제목부터 SF를 암시하고 있기에 기대를 한 글이었다. 그러나 정작 글은 이 단편집에서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일단 설명이 지나치게 많았다. 그것도 적재적소에 들어간 게 아니라 산만하게 툭툭 튀어나왔다. 필요한 설명을 제 위치에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쏟아붓는 격이었다. 낯선 세계를 그림에도 설명이 횡설수설을 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제대로 몰입할 수 없었다. 세계관이 머릿속에 안 그러졌던 것이다. 게다가 문장이 비문이 많았다. 뜻을 알 수 없는 문장들이 많아서 교정을 제대로 봤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툭툭 끊기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아서 읽기가 힘들었다. 설정들도 앞에 암시와 복선이 제대로 깔리고 후반에 그것들이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각각 따로 노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후반부에 모든 게 밝혀지는 부분들은 뜬금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용어들의 설정도 어색했는데, ‘펜니르’, ‘아누비스’ 등의 신화에서 따온 용어와 ‘M-1', ’SW-4427' 같은 알파벳, 팬텀타이거, 랩터래트 같은 영단어, 그 외에 한글, 한자, 만든 단어가 규칙없이 뒤섞여 있다. 독자가 혼란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글이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촌스러워 보인다. 순한글이면 순한글 식으로 용어들을 어떤 규칙에 맞춰서 통일시켜주었으면 읽기에 더 편했을 것이다. 게다가 모든 게 섞인 세계를 그리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세계관의 맥락을 드러내주었어야 한다. 아무런 근거 없이 단지 용어로만 드러나길 바란다면 무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야기도 재미가 없었다. 재미있을 요소들이 보이기는 했지만 끝에 가서는 결국 진부하고 유치한 결말로 치달으면서 아쉬움만 남겼다.




  마음을 베는 칼




  무협작가로 유명한 좌백의 글이다.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무협 단편을 실었다. 제목에서 예상되는 이야기를 깔끔하게 소화한 글이었다. 분량도 적절하고 구성도 잘 짜였다. 다만, 이야기 전개가 신선하지 않고 전형적인 면은 조금 아쉬웠다. 이야기가 예상한 범주내로 흘러가는 면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흡인력이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안다미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실렸던 「체리피커」의 연작이다. 따라서 「체리피커」를 먼저 읽지 않으면 내용 이해가 좀 힘들 수 있다. 안 읽었다면 네이버에서 언제든지 읽을 수 있으므로, 먼저 「체리피커」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http://navercast.naver.com/literature/genre/860#literature_contents ) 이 단편은 「체리피커」에서 서술되는 내용 중 한 줄을 따서 단편으로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단편은 작가가 만든 독특한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연작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세계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이야기 자체로는 큰 재미를 느끼기 힘든 글이다. 이 단편은 작가가 만든 세계관 속 ‘안다미’라는 대속자 설정에 대한 이야기로 성경 속 한 일화와 결합시키고 있다. 연작이지만 처음 작품인  「체리피커」가 더 좋았고, 이 작품은 그리 큰 매력은 느끼지 못했다.




  나를 위한 노래




  이 소설도 ‘시간 여행’ 소재를 다루고 있어 재미있게 읽은 글이었다. 공교롭게도 소재나 이야기 방식이 앞에 실린 「아내를 위하여」와 겹친다. 마치 한 가지 소재를 주고 두 작가가 나름대로 글을 쓴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치중해서 몰입도가 뛰어났다. 아주 색다른 이야기가 아닌데도 굉장히 몰입해서 읽어내려갔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앞의 강렬한 이야기가 허무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마지막 부분이 없었거나 아니면 더 길어지면서 다른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면 좋았을 것 같았다.




  강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협 단편이다. 『무림사계』를 쓰고, 노블레스클럽에서 『무심한 듯 시크하게』 시리즈를 발표한 한상운 작가의 글이다. 이 단편집에 실린 네 번째 무협 단편인데, 역시 다른 무협 단편들처럼 재미있었다. 일인칭 시점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갔고, 하나의 반전을 예상하면 연이어 다른 반전이 나오면서 재미를 줬다. 그만큼 구성 면에서는 가장 인상적인 단편이었다. 그런 구성으로 이끌기 위해서 독자가 납득하기 힘든 면도 있어서 조금 어색하기는 했지만 꽤 만족스러운 재미였다. 두 개로 해석할 수 있는 마지막 문장의 처리까지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다.




  세상 끝으로




  『묵시강호』, 『타락고교』를 쓴 홍성화 작가의 작품. 작년에 실었던 단편 「마그니안」에 비해 상당히 나아진 판타지 단편이었다. 따스한 동화 같은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캐릭터들은 전부 밝고 명랑한 캐릭터들이다. 대화들도 익살맞고 가볍기 그지없고 내용 전개도 단순하고 모두 예상한 그대로 진행된다. 이 점이 아쉽게도 이 글이 재미를 주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난한 전개와 살아있기 보다는 별다른 특징없는 전형적인 캐릭터들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설이 밋밋한 느낌을 준다. 몇몇 상황이나 캐릭터들의 행동도 효과적으로 이유를 독자에게 납득시키지 못하는 면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소설을 어색하게 만들고 있다. 좀더 분량이 늘어나서 캐릭터들과 상황에 대한 설명을 더 해주거나, 아니면 캐릭터를 줄이고 더 깔끔한 구성으로 만드는 게 나았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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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4-05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좌백은 무협 소설은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절필 선언을 한것으로 알고 있는데 단편소설을 다시 썼네요^^

twinpix 2010-04-05 20:41   좋아요 0 | URL
루머일 거예요. 출간이 뜸 하긴 했지만 작년에 무협소설도 2부를 출간하며 관련 인터뷰 기사에 앞으로 출간해야 할 책들도 많이 언급했고요 그 전에도 판타스틱 등에 무협단편을 게재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