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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얄의 추천 4 - Seed Novel
오트슨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미얄의 추천 4권
― 최고의 임팩트
오트슨 작가의 『미얄의 추천』은 디앤씨미디어의 한국 라이트노벨 브랜드인 시드노벨에서 나오는 소설입니다. 혹 라이트노벨에 관한 설명이 필요한 분은 복잡하고 긴만큼 위키디피아의 설명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아무튼 『미얄의 추천』은 한국 라이트노벨 브랜드로 처음에 나온 소설 라인업 중 한 편이었습니다.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가 30만 부가 넘게 팔리는 대박을 치면서 독자인 저도 한국 작가의 라이트노벨을 읽어보고 싶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읽은 것이 바로 이 『미얄의 추천』이었습니다. 『미얄의 추천』을 선택한 것은 역시 다른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인터넷에 연재되었던 『갑각 나비』 때문이었죠. 오트슨 작가는 기존에 출간작이 없는 신인 작가였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갑각 나비』로 주목을 받고 유명세를 가지고 있던 작가였습니다. 『갑각 나비』는 안정된 문장과 독특한 구성, 묘한 분위기와 설정 등 참신한 장르 소설이었고 많은 독자들에게 인정받고 사랑을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갑각 나비』는 장마다 다른 구성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사전 형식으로 진행한다든가, 오래 전 게임북처럼 번호를 이동해가며 읽는 형식 등 놀라운 형식 실험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트슨 작가가 라이트노벨을 시도한다는 것은 조금 의외였으나, 이미 『갑각 나비』에서 얻은 기대감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책을 구입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미얄의 추천』을 읽었을 때는 감탄과 실망이 반반씩 섞였습니다. 일단, 감탄을 한 것은 라이트노벨의 속성을 작가가 정확히 꿰뚫고 썼다는 점입니다. 라이트 노벨은 캐릭터 소설이라 불릴 만큼 캐릭터성이 가장 중시되는 장르입니다. 『미얄의 추천』은 히로인인 ‘미얄’이라는 캐릭터의 확실한 개성 확립에 성공합니다. 여중학생에 뜬금없는 비유에 때론 독설과 거침없는 행동, 알 수 없는 신비주의, 막강한 능력, 이야기를 해결하는 기계장치 신의 역할까지. 그 외에도 초록 누님이라는 캐릭터나 주인공 민호의 캐릭터 등 주요 인물의 캐릭터 정립을 꽤나 깔끔하고 신속하게 끝냈습니다. 처음 써보는 라이트노벨을 그것도 오랜 준비기간을 가지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로 소화해내는 작가라니, 역시 대단하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죠. 한 편으로는 그러나 라이트노벨 장르에만 충실히 따른 작품이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작가가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쓴다는 느낌도 왠지 모르게 들었고 그 동안의 라이트노벨에서 보인 특징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이 도리어 단점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이상의 재미를 주었으므로 다음 권 역시 계속 구입하게 되었지요. 사실 3권 까지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고 계속 조금씩 정보를 흘려주었지만 만족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원패턴으로 이야기가 진행된 감도 있었고(물론 3권에서 중간에 초록 누님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등 참신한 시도는 이어졌지만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이야기의 흥미가 점점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국내에서 이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라이트노벨을 쓰는 작가도 흔치 않고 『갑각 나비』를 읽고 또 그의 단편들을 읽고 얻은 기대감은 항상 책을 구입하는데 어떤 망설임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번 4권은 앞의 권들과는 전혀 다른 형식의 이야기이며 다른 내용을 담고 있고 또한 가장 큰 임팩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재 여러 감상평들이 내용을 언급하면 재미가 떨어진다고 하는 말처럼, 이번 권은 아무 정보 없이 읽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내용에 대한 이러저러한 감상 글은 쓰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번 권을 통해서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고, 그 동안 조금씩 흘리던 정보를 대부분 알려주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야기들과 앞으로 궁금한 것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번 권에서는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따라서 독자는 큰 만족감을 느끼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책 분량도 38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두툼하고 진행되는 이야기도 상당히 많으며 반전이나 이야기도 꽤 흥미롭습니다.
1년을 맞이한 『미얄의 추천』은 이제 어느 정도 정리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려 하고 있습니다. 이번 독자 간담회에서 작가는 원래 3권 정도로 가볍게 쓸 작품이었는데, 워낙 반응이 좋아서 계속 제대로 해보겠다고 말했지요. 그건 필시 작가에게 『갑각 나비』라는 작품이 없었다면 초기에 그토록 큰 반응을 이끌어낼 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또한 한 편으로 그 동안의 작품들은 『갑각 나비』에 어떻게 보면 짐을 지우고 있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4권을 통해서 작가는 새롭게 의욕을 내는 것 같습니다. 설정들을 풀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또 1년을 맞이하면서 좀 더 새로운 의욕을 내는 게 느껴지는 권이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이번 권에 뒷표지를 보면 이제 “갑각 나비”라는 글자는 사라지고 “귀재 오트슨이 전하는 전기고딕로망”이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사실 독자의 마음으로는 언젠가 나오리라 생각하는 『갑각 나비』를 하염없이 기대하며 『미얄의 추천』을 그 공백 중에 읽는 기분이었는데, 이번 권에서 받은 임팩트로 좀 더 기다릴 수 있는 여력이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가서, 이번 권에는 그 동안 1~3권이 진행되면서 언급되었던 말이나, 버릇, 사건 등에 숨겨진 이유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독자는 기존에 읽었던 책들과 연관시키면서 머릿속에서 퍼즐을 맞추게 되는데, 이것이 글의 재미를 주는 쾌감으로 다가옵니다. 이는 단편이라면 한 이야기 안에서 모두 소화해내야 하지만, 장편이라면 이런 식으로 여러 권을 통해서 연결되는 재미가 크죠. 이것을 ‘퍼즐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2006년에 학산문화사에서 나온 무크지 『파우스트』에서 나스 기노코 인터뷰 중에 나스 기노코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또, 아까 이야기했던 ‘퍼즐적 요소’에 관해서입니다만, 인간의 뇌는 받아들인 정보에 대해 최적화 작업을 합니다. 평소에 받아들인 여러 가지 정보를 늘 정리해 나가는 것이 인간의 뇌죠.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제각각인 정보를 읽다가 마지막에 모든 게 정리가 되면 뇌가 기분 좋게 느끼게 될 겁니다. 그 자체만으로 순수하게요. ‘여태까지의 제각각이었던 정보는 이런 뜻이었구나’라며 인덱스에 붙여서 정리하게 되죠. 이게 기본적인, 인간의 공통적인 점 아닐까요?”(『파우스트』, 「나스 기노코 파워 인터뷰!」, p167)
『미얄의 추천』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지나치게 ‘미얄’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에 기대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작품 제목부터 내용 전체를 장악하는 ‘미얄’이라는 캐릭터의 중요도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이번 4권처럼 이제는 이야기 자체가 힘을 발휘했으면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4권에서는 과거 사건들을 언급하면서 어리석은 비극, 유치한 희극 등으로 기존에 사건들을 스스로 지적하며 무마하고 있는데(이런 것은 물론 이번 권에서 그렇게 된 ‘이유’가 밝혀진다.) 앞으로는 스토리와 플롯으로도 이런 임팩트를 계속 준다면 더 즐거운 독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아마도 필연적으로 그렇게 되겠지만 이번 권에서는 얼굴도 못 비친 ‘초록’의 캐릭터도 더욱 강화되고 잘 살아나야 하겠죠.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근사하고 압도되는 느낌으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어느 정도는 사건이 일단락되고 마무리되는 느낌도 있었으며 그러면서도 다음 권이 기대가 되는 편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감상평들도 호평이 많군요. 3권까지 『미얄의 추천』을 읽은 독자라면 반드시 4권을 읽어야할 것입니다. 그럼 다음 미얄의 추천을 기대하며 이만 글을 접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