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는 라이트노벨은?
타임 리프 1
타카하타 쿄이치로 지음, 키누타니 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타임리프 

  내일은 어제…… 

  라이트노벨은 주로 10대의 중고생들이 많이 읽는 소설의 한 장르로서, 만화·애니메이션풍의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오락소설을 가리킨다.(인용 : Wikipedia, 일러스토리 소설 무크 『파우스트』 2006 창간호, 학산문화사, 선정우, 442p) 물론, 현재는 워낙 다양한 소설들이 나오기 때문에 라이트 노벨의 완벽한 정의는 불가능해졌다.(자세한 내용은 잡지 『파우스트』 창간호에 실린 「일본 라이트 노벨의 개관과 ≪파우스트≫」에 실려 있다.)

  다만, 국내에 라이트 노벨을 알리고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한 것은 ‘대원씨아이’고, 여기서 출간하는 레이블인 NT 노벨은 국내 라이트 노벨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상당히 많은 일본이 인기 라이트 노벨 작품들을 출간했으며, 현재도 꾸준히 출간 중에 있다. 그 중에는 『부기팝』시리즈나, 『풀 메탈 패닉』, 『델피니아 전기』, 『스즈미야 하루히』시리즈 등 중·대박을 터트린 작품들도 있어, 다른 출판사들도 라이트 노벨 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으며, 현재는 국내 작가들이 쓴 국산 라이트 노벨도 출간을 준비 중에 있다.(대원씨아이에서 새로운 레이블로 『하얀 늑대들』의 작가 윤현승의 『뫼신사냥꾼』을 준비 중이며, 파피루스에서는 ‘시드노벨’이라는 브랜드로 임달영의 『유령왕』을 필두로 한 국내 작가의 라이트 노벨 출간이 7월 25일에 이뤄진다.)

  라이트 노벨은 대체적으로 에피소드가 한 권 내에서 끝나지만, 장편 분량으로 5권 이상이 넘어가는 책들이 많고 특히 인기작의 경우는 십 권이 넘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소개할 책은 2권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짧은 분량의 소설이다. 이미 오래 전에 나와 대부분의 서점에서 품절된 도서이긴 하나, 요 근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과 영화 개봉을 기념으로 하여, 그 영향을 받은 라이트 노벨이며 지금까지 출간된 라이트 노벨 중 많은 독자들에게 큰 지지를 얻고 추천작으로 인정받은 『타임리프』를 소개하고자 한다.

  시간 이동의 매력 

  타카하타 쿄이치로가 쓴 『타임리프』는 제목 그대로 시간 이동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소설이나 영화와 차별되는 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육체가 시간 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의 시간 이동 소설들이 육체가 그대로 이동하는 것이 주를 이뤘다면, 이 소설에서는 의식만 시간 이동을 한다. 일요일에 자다 깨어나 보면 월요일이 아니라 화요일이었다는 식이다. 이는 주위에서 보면 전혀 상황을 알아차릴 수 없다. 오로지 주인공만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 더욱 재미있는 요소로 느껴졌다. 소설 속에서 총 일주일간 여자 주인공은 의식의 타임 리프를 겪지만, 주위에서는 전혀 그런 일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오히려 여자 주인공이 도움을 청하는 남자 주인공과 연애를 하게 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비일상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주위에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일상이라는 점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마치 내 주위에서도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내게는『부기팝은 웃지 않는다』의 매력도 그것에 기인하는 면이 있다.)

  시간 이동의 매력은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알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꾸거나 혹은 대비하는 것에서 큰 재미를 느낀다. 앞날을 미리 겪어보거나 알 수 있다는 점, 혹은 과거를 바꾼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이 소설은 그러나 과거나 미래를 바꾼다기 보다는 퍼즐을 맞추는 듯해 보인다. 이미 벌어진 상황이 있으면 그것에 대처하기 위해 시간을 넘나들며 벌어진 상황 그대로 일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이 퍼즐을 맞추는 과정들이 참 재미있다. 사람들이 추리 소설을 재미있게 읽는 이유 중 하나는 머릿속에 여러 단서들이 어느 순간,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처럼 하나의 결말로 관통하는 순간의 쾌감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시간 이동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 등에서도 이런 쾌감은 동일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면 『나비효과』에서 처음에 던져지던 이해 못할 장면들이 나중에 퍼즐을 맞추듯 채워지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타임리프 역시 비슷한 상황들이 있고 비슷한 재미를 준다.(『나비효과』와 차이점은 세상을 재구성시키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이 책은 총 2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강한 흡인력을 자랑한다. 한 번 읽으면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되는 것이다. 감동이나 여운도 길게 남고 다 읽고 나서는 기분 좋은 미소를 띠게 된다. 그리고 한 번 읽고 영원히 보지 않는 수많은 책들과는 달리 언제라도 들쳐보게 되면 다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책장에 꽂아놓고 가끔씩 찾아 읽어보게 만들 정도로 잘 쓰여 있고, 재미있고, 마음에 드는 작품인 것이다. 많은 라이트 노벨 중에는 지뢰작들도 상당히 많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중에서도 뛰어난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며, 구입을 해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소녀』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아직 이 책을 접하지 못했다면 추천하고 싶다. 작품 내에서 언급되는 다양한 시간 소재의 소설과 영화들은 작가가 그런 것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고, 또 얼마나 즐겁게 이 책을 썼는지 느끼게 만들어 준다.

  “저기…, 커닝을 하면 안 될까. 나쁜 짓인 줄은 알지만 비상 사태니까….”

  와카마츠는 냉랭한 눈초리로 쇼우카를 쳐다보았다.

  “이 시험에서 최고점을 받는 건 넌데? 누구 답안지를 훔쳐보려고?”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커닝 페이퍼를 만들어서…."

  수학은 계산식도 적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과목에 비해 커닝 페이퍼를 만들기 어렵지만 어떤 문제가 미리 나올지 미리 알고 있으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호오, 그래. 그래서 그 커닝 페이퍼를 월요일에 어떻게 쓸 생각인데?”

  “응…?”

  “지금부터 커닝 페이퍼를 만들어봐야 그 커닝 페이퍼는 ‘지금’, 즉 금요일 이후에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가지고 가면 되잖아?”

  “가지고 갈 수 있을 것 같아?”

  “뭐? 하지만….”

  “뭐,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유야. 하지만.”

 

―― 『타임리프』 1권, 타카하타 쿄이치로, 대원씨아이,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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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읽어보라고 쓰신 리뷰같군요.ㅎㅎㅎ
한번 읽어볼게요.
리뷰 잘 읽었어요.

twinpix 2007-07-17 01:01   좋아요 0 | URL
리플 감사합니다.^^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추천해요.^^/ 그런데 알라딘에서는 1권인가 품절이 뜨는 것 같더라고요. 몇 년전에 나온 책이라 그런지, 구하실 수 있으시길.^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