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앞으로 십 년 혹은 이십 년 후, 문학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선 제도부터 살펴보자. 아마도 십 년 안에 신춘문예나 문학계간지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과거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받은 신춘문예는, 그러나 결국은 소멸할 것이다. 신문의 역할이 축소되고 문화의 중심이 영상과 음향의 혼종으로 흘러가면서, 신문들은 상당한 비용을 들어가면서까지 신춘문예 제도를 유지하는 것에 회의를 느낄 것이다. 당분간은 문자문화의 형제인 문화를 껴안으려 하겠지만 결국은 다른 길을 가게 되거나, 아니면 그전에 종이신문이라는 매체가 소멸할 것으로 보인다. 문학계간지 역시 비슷한 운명이다. 현대인의 생활 리듬에 맞지 않는 계간지의 느린 호흡, 들고 다니기 불편할 정도의 분량, 독자층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문학계간지는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출판사의 이해와 관련 없는 독립적 문학월간지나 웹진이 등장할 것이다.
(……중략……)
현실적으로 더 가능성 있는 대안은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웹 2.0식의 네트워크 베이스 매체일 것이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나의 서재', 미국의  사갓 리뷰(Zagat Review)를 합쳐놓은 듯한 문학 / 출판 웹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런 웹진은 출판사나 정부가 아닌 서점이나 쇼핑몰 같은 소매기업에 의해서 운영될 가능성이 크지만, 삿갓 리뷰처럼 독립적인 경영에서 그 비평적 권위를 획득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 김영하, 「미래학 연습」, 『문학동네 51호』, 34-35쪽

  이번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작가의 눈 코너에 실린 김영하의 「미래학 연습」이라는 글의 일부입니다.(여기 인터넷서점 알라딘 '나의 서재'가 언급되어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김영하 작가도 곧잘 보는 것까요?)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되는 것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되는 부분에도 십 년 정도 후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적고 있지만(제목에서 유추할 때 본격적인 미래를 예상한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글이 아님을 알 수 있지만) 아무튼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생각해 볼 거리도 있었고요. 일단, 미래에는 장편소설이 주류가 되고 특히 장르소설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사실, 또 주류문학은 따로 문예소설이라는 장르가 될 것이라는 글이나(올해 조선일보의 1억원 장편소설 공모나, 월간 『판타스틱』의 창간 등을 예로 들고 있죠. 또 계간지가 아닌 월간지 위주가 될 거라고도 하고. 허나, 장르 독자들은 역시 『판타스틱』이 폐간이나 안 되고 오래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죠. 거창하고 밝은 미래가 쉽게 오리라는 예측보다는.) 출판사들의 대형화, 국제화(이건 지금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일이겠죠.), 글쓰기의 방식 변화(음성 입력이 확실히 좋을 지는 잘 모르겠네요. 키보드 입력 방식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는 아직은 잘 와닿지 않습니다.) 국경이 희미해지고 영어로 글을 쓰기 시작하는 작가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확실히 어렸을 적부터 영어를 익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벌어질 수도 있을 듯. 그런데 거의 이 정도면 영어공용화 수준이 될듯.) 소설만 쓰는 경우가 점점 드물어지고, 극장 상영용 영화는 사라지게 될 것이고.

하지만 작가는 마지막에 말합니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쓸 것이라고. 음성인식으로 쓰든, 키보드로 쓰든, 집에서 쓰든 카페에서 쓰든, 서울에서 쓰든 케이프타운에서 쓰든, 한국에서 쓰든 영어로 쓰든, 어쨌든 그들은 쓸 것이고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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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7-1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담이지만 알라딘 서재에 김영하씨 서재도 있어요 ㅎㅎ
사용은 안 하시고 리스트만 몇 개 올려놓으신 ㅎㅎ

twinpix 2007-07-13 22:26   좋아요 0 | URL
와, 그래요? 그래서 역시 저런 언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