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나는 전설이다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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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이 책은 올해 12월 블록버스터 영화로 개봉한다는 소식 때문에 읽게 되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미리 원작을 읽고 싶었다. 사실 이 책이 나왔을 때부터 읽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는 있었다. 일단 제목부터가 내 마음을 끌었기 때문이다. ‘나는 전설이다’ 이렇게 간명하면서도 강력한 임팩트를 주는 제목은 흔치 않다. 소설의 내용도 흡혈귀 천지가 된 지구에 홀로 남아버린 한 사내의 이야기다.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티븐 킹이 이 책을 읽고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 홍보문구도 내 관심을 끌었다. 과연 어떤 책이기에 이토록 멋진 찬사가 붙은 것인가. 그렇게 나는 전설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은 이미 흡혈귀 천지가 된 지구에서 혼자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는 남자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그러면서 차츰 과거 회상을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는 것이다. 초반에는 약간 지루했지만, 주인공의 상황 설명이 끝난 후, 흡혈귀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해나가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워진다. 사실 굉장히 오래전에 나온 소설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지식은 얕지 않을까, 의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오히려 흡혈귀에 대한 연구와 분석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타당성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또한, 이 책의 매력은 주인공의 심리 묘사이다. 혼자 남은 고립감. 세상에 혼자 남아버린 인간의 절대적인 고독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감정 이입을 할수록 가슴이 답답해지고 아릿해지는 느낌이었다. 이건 「나는 전설이다」 뒤에 실린 단편들에서도 특히 인상적인 부분이었는데 상황 묘사나, 심리 묘사가 매우 뛰어나서 실제로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잘 되고 주위 배경이 머릿속에 또렷이 떠올랐다.

  이야기는 예상보다는 짧은 편이다. 책의 두께는 상당하지만, 실제로 「나는 전설이다」의 분량이 전부가 아니고 뒤편에는 작가의 다른 단편들이 실려 있다. 재미있는 단편들도 있지만, 약간은 이제는 진부해졌거나 소품 격인 단편들도 있었다. 인상적인 단편은 「죽음의 사냥꾼」이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어서 책을 읽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그 강렬한 이미지가 잊히지 않았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가장 충격적인 메시지는 바로 “나는 이제 비정상적인 존재다. 정상이라는 것은 다수를 의미한다. 다수의 기준이지 한 사람의 기준이 아닌 것이다.”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 한 공익 광고를 본 적이 있는데 모두가 장애인인 사회에서 장애가 없는 사람이 오히려 불편한 세상을 보여주는 광고였다. 이처럼 정상이라는 것은 다수를 의미한다는 점이 이 책에서 절실히 드러난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영화가 개봉되기 전 먼저 원작을 접하기를 추천한다. 전설의 실체를 볼 수 있는 기회이고, 영화와 원작을 비교해보며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영화는 올해 12월에 개봉할 예정이며 윌 스미스가 주연이고 조니뎁이 조연으로 나온다고 한다. 원작의 분량이 짧고 주인공의 내면묘사에 집중한 만큼, 영화는 많이 각색된 듯 보인다. 좀더 큰 스케일을 보여줄 것 같은데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된다. 이제 전설을 영상으로 보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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