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또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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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땅 - 딜비쉬 연대기 2, 이색작가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너머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변화의 땅
『변화의 땅』은 『신들의 사회』, 『앰버 연대기』로 유명한 로저 젤라즈니의 작품이다. 『저주받은 자, 딜비쉬』에 이은 ‘딜비쉬 연대기 2부작’의 완결편인 『변화의 땅』은 전편과 달리 장편이다. 전편인 『저주받은 자, 딜비쉬』는 주인공 딜비쉬와 그를 돕는 강철로 된 검은 말 블랙의 여정을 여러 편의 중단편으로 다루고 있다. 작가의 유명세에 걸맞지 않게 『저주받은 자, 딜비쉬』는 장중하고 무거운 복수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저 오히려 가볍게 웃고 즐기기 좋은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블랙과 딜비쉬의 만담은 즐겁고, 그들이 겪는 각종 사건들은 일견 심각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기묘한 모험들의 연속이다. 작가가 좀 힘을 빼고 즐기기 위해서 썼다고 할까? 그래서 독자 역시 그런 마음가짐으로 읽어야만 이 소설을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변화의 땅』은 『저주받은 자, 딜비쉬』의 긴 여정이 막을 내리는 결말 부분이다. 앞서 『저주받은 자, 딜비쉬』의 여정을 즐겁게 감상했다면, 그 긴 복수를 끝낼 때가 찾아온 것이다. 『변화의 땅』에 가장 큰 틀을 제시해 준 것은 H.P 러브크래프트의 장대한 크툴후 신화 체계라고 한다. ‘오래된 자’와 ‘장로신’ 들의 설정, 그리고 초시간성, 각종 마법사들, 다양한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고 마침내 클라이막스까지 다다른다. 판타지이면서 SF 적인 느낌도 받을 수 있는 소설로 1부보다 훨씬 짜임새 있고 유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초반에 초시간성으로 힘을 얻으러 가는 마법사들 다음으로 주인공 딜비쉬가 등장했을 때의 그 감격이란. 이런 것이 히로익 판타지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주인공이 나타나서 뭔가 해결해 줄 것 같은 느낌.
마지막 엔딩 부분에서는 오히려 조금 실망한 느낌도 들었지만, 뭐, 어쩌겠는가. 이 소설에 그렇게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애초에 옳지 않을 테니. 딱 적당한 모험, 적당한 이야기, 적당한 재미를 준다. 블랙은 역시나 듬직하고, 항상 주인공을 뒤에서 잘 받쳐주며, 딜비쉬는 복수 하나만을 위해 모든 것을 뿌리치고 앞으로 곧장 나아가는 존재. 여기에 다른 마법사들까지 얽히면서 초시간성은 마침내 시간을 초월해 가기 시작하는데. 과연 주인공 딜비쉬는 복수를 끝마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 복수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 것인가?
자, 이제 딜비쉬의 매력에 빠져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