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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의 아이들 2부 데모닉 8
전민희 지음 / 제우미디어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룬의 아이들 2부 데모닉 8권을 읽고
<아룬드 연대기> 3부, 『세월의 돌』로 데뷔한 전민희 작가님의 최신간입니다. 룬의 아이들은 <아룬드 연대기>가 아닌, 소프트맥스의 게임 배경 소설로 시작된 프로젝트물이었죠. 처음에는 기대보다 걱정도 많이 되었습니다. <아룬드 연대기>를 잘 보고 있는 와중에 뜬금없이 새로운 글이라니. 그러나 <4leaf>가 등장하고 다양한 캐릭터 소개를 보면서 조금씩 기대가 되었습니다. 한 명, 한 명 모두 독특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었고, 이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알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룬의 아이들 - 윈터러』가 등장했습니다.
윈터러는 여러모로 기대를 뛰어넘은 작품이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호평을 받았고, <아룬드 연대기> 보다 <룬의 아이들> 시리즈의 후편을 바라는 마음이 커지게 만들었습니다. <아룬드 연대기> 1, 3부 이후에 쓰여 졌다는 점 때문이겠지만, 글 솜씨도 더욱 발전한 것 같았습니다. 아니, 적정한 선을 찾았다고 할까요? 분명 『세월의 돌』은 손에 잡힐 듯한 묘사가 일품이었지만, 과도하다고 느끼는 독자들도 적지 않았죠. 『룬의 아이들-윈터러』에 이르러서는 문단의 나눔이나 묘사의 양이 일정해지고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합니다. 독자가 좀 더 빠른 호흡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윈터러는 ‘보리스 진네만’이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수많은 인생 역경을 겪고 고뇌하는 보리스의 숨 막히는 발자취를 독자는 쫓게 됩니다. 고난과 역경, 생존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은 항상 진지했습니다. 7권에 이르는 분량 동안 독자는 작품에 흠뻑 빠져 들었고, 끝내는 긴 여운을 느끼며 감동을 느꼈습니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에 출간되어 호평을 받았고, 아마존 재팬에서 SF, 판타지부문 1위, 동양문학부문(일본작가제외) 1위, 한국소설부문 1위, 아동서 부문 9위, 일본소설(일본어로 출간된 소설) 3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YAHOO-JAPAN이 2006년 10대가 가장 많이 읽은 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에 17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룬의 아이들은 그 탄생 배경이 한국에서도 <4leaf>등의 게임 배경 소설로 기획되었고, 일본에 출간된 것도 <테일즈 위버> 등의 원작 소설로 소개되어 게임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재미가 떨어졌거나 작품 수준이 낮았다면 결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아무리 인기가 있는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의 게임 소설일지라도 국내에서는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없었던 것처럼요.)
그런 윈터러의 완결 이후 출간된 것은 룬의 아이들 2부 데모닉이었습니다. 과연 2부가 1부를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요? 그런 면도 있고 아닌 면도 있습니다. 뛰어넘는 다는 말은 어폐가 있습니다. 각기 다른 방식을 취했으며,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그것을 장점으로 여기거나 단점으로 여기는 것 뿐이죠.
장르 팬터지. 장르 팬터지는 일종의 패턴들을 조합한 소설입니다. 익숙한 패턴이 나오지만, 그렇게 패턴이 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흥미 요소라는 것이죠. 수많은 클리셰들로 이루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드래곤 라자』나 『세월의 돌』등 많은 소설들이 관습화된 장르의 규칙을 사용한 장르 팬터지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재미를 안겨주었습니다. 윈터러는 이야기보다도 캐릭터가 먼저 작가에게 다가온 소설입니다.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세계가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곧바로 게임으로 통해 이미지가 미리 구현되었죠. 그런 특이한 배경 때문인지 윈터러는 초반 1, 2권만 해도 평범한 장르 팬터지의 구성을 따라 가는 듯이 보이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스케일이 커지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제가 열광한 점도 그런 면이었습니다. 예상하는 전개를 뛰어넘는 거침없는 이야기 전개 방식, 기존의 세계와 이질적인 세계 그리고 그 세계는 게임과 연동이 되는 점 등.
그러나 윈터러의 가장 큰 장점은 완결성입니다. 구성의 탄탄함이라고 할까요? 보리스 진네만이라는 캐릭터에게만 집중해서 이야기가 꽉 채워져 있습니다. 독자는 보리스라는 캐릭터에게 애정을 느끼고 감정 이입을 합니다. 그의 모든 슬픔과 괴로움을 이해하고 이솔렛에 대한 가슴 저린 사랑까지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큰 감동으로 독자의 가슴을 흔듭니다. 이 밀도 있는 집중성이야 말로 윈터러가 가진 가장 큰 힘입니다. 즉, 윈터러는 7권이나 되는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지만, 마치 1권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짜임새 있게 이야기가 쓰여져 있습니다. 어느 하나 허투루 읽을 수 없고, 외길로 새는 여행 한 번 없었던 것입니다.
데모닉과 윈터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 완결성에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때문인지 데모닉은 윈터러보다 1권이 더 많고 페이지 수로 따지자면 그보다 더 차이가 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물리적인 분량의 차이뿐만 아니라 실제로 독자가 읽고 느끼기에도 데모닉이 훨씬 긴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윈터러보다 더 방대한 여행을 했기 때문에? 그것만이 아니라 본래 전개와 상관없는 듯한 여행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독자가 어리둥절한 까닭입니다. 물론 전민희 작가가 아무 생각 없이 쓴 부분은 결코 없고, 마지막에 모두 합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 읽으면서 약간은 어긋났다는 인상을 이미 받았던 것이지요. 물론, 이 뿐만 아니라 윈터러 때보다 더욱 발매 기간이 띄엄 띄엄이었던 탓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느낀 매력은, 바로 이 점에 있습니다. 윈터러보다 데모닉이 더 사랑스러웠던 것은 마치 정해진 길 안에서 무조건 따라야만 하는, 글자 한 자라도 빠져나갈 수 없는 것처럼 촘촘히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윈터러와는 달리, 굉장히 자유분방하게 거침없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모닉 때문이었습니다. 때론 바다에 빠져 표류하기도 하고, 해적선에 휘말리기도 하고, 여행 도중 연극을 하기도 하는 등. 이 얼마나 자유롭고 유쾌합니까? 항상 정해진 틀 안에 짜여 있는 소설들과 달리 작가가 재미있고 신명나게 쓰고 싶은 것을 마음껏 썼다는 인상을 받아서 저도 즐거웠습니다. 아, 이 부분 작가도 즐거웠겠구나, 라는 느낌이 전달되었다고 할까요?
데모닉은 앞에서 말한 장르 팬터지에 나오는 패턴들이 잘 보이지 않아 더욱 새로운 소설을 읽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윈터러에서 보리스가 겪은 고난은 감정적으로 와 닿았지만, 이성적으로는 너무나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너무나 완벽했다고 할까요? 숨 돌릴 구석이 없을 만큼. 데모닉에서는 막시민의 독설과 비아냥 거림, 리체의 새침스런 목소리가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항상 암살자가 따라다니고, 귀신이 들리고 하는 등 수없이 죽을 위기를 넘기는 모험이었지만, 그들은 항상 밝았고 위험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이 당당함이,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이야기의 매력으로 살아났습니다.
윈터러와 달리 데모닉은 감정적으로는 와 닿을 수 없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바로 조슈아 폰 아르님. 데모닉이라고 불리는 천재로, 일반 사람들인 우리들은 그런 천재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다가가기가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조슈아의 고민들은 실제 가슴에 와 닿기 힘든 문제들입니다. 천재성의 문제, 특별한 신분, 데모닉으로 태어나 겪는 어려움, 영매기 때문에 들리는 귀신들의 목소리, 조상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약속 등등.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슈아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습니다. 엄마 친구 아들처럼 일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환상에 가까운 인물이었고, 사고하는 것도 차원이 다른 존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조슈아는 막시민을 만납니다. 막시민은 조슈아와 반대되는 캐릭터이죠. 평민 출신에 가난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우선 당장 먹고 사는 게 걱정인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런 막시민과 조슈아가 만나면서 조슈아는 그제야 드디어 생동감을 얻습니다. 그 전까지는 글자로 무미건조하게 천재라고 주장하는 단면적인 캐릭터였다면, 막시민과의 만남을 통해 입체적인 모습을 갖게 됩니다. 혼자서 아무것도 못하고, 당황하는 천재의 모습은 통쾌했고, 천재라고 다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 것입니다. 들판에 내다 놓으면 혼자 지 밥벌이도 못하고 물고기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은 살풋 웃음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천재마저 입을 다물게 만들고 납득시키는 막시민의 독설은 가히 데모닉의 초반부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부터 데모닉에 관한 제 관심과 흥미는 윈터러를 뛰어넘은 것입니다. 아, 이 멋모르는 똑똑하기만 한 천재 양반께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밑바닥 삶을 겪어보고 이제야 철들고 인간 되겠네. 이제 어떤 사고방식으로 살아갈까? 그런 생각이 든 것이죠.
이야기는 급격하게 시간을 뛰어넘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죠. 7년 만에 조슈아를 만나게 된 막시민은 곧바로 위화감을 느낍니다. 이 부분은 그야말로 감탄 밖에 안 나왔고, 막시민이란 캐릭터의 장점이 너무나도 멋진 부분에 터져준 장면이었습니다. ‘내가 막시민이다.’ 하는 느낌이랄까요? 부모도 친척들도 게다가 또 다른 데모닉 히스파니에조차도 눈치 못 챈, 사실을 막시민만이 알아차린 것입니다. 7년 만에 만났는데 그것을 알아차린 것도 놀랍고, 친구의 안위를 위해서 곧바로 달려가는 행동력도 멋졌습니다. 막시민이라는 캐릭터의 모든 것이 나타난 장면이었죠.
이후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인 전개에 들어갑니다. 복제된 또 다른 자신의 인형. 그 둘은 모든 기억이 같지만, 약간의 기억의 차이와 공백만 있을 뿐. 과연 인형을 없애고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거기에 이카본의 약속까지 맞물리면서 이야기는 복잡해지고 장황해지고 아련해집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일사천리로 끝을 향해 달려가지 않습니다. 숙명 앞에 폭풍처럼 몰아치던 여정이 윈터러였다면, 데모닉은 자신의 자아의 고민, 조상이 주어진 짐에 관한 고뇌를 안고 벌이는 약간은 어긋난 여행입니다. 이 두 이야기는 확연히 다른 방식의 이야기 전개입니다. 밀도 있고 집중된 이야기, 깔끔하면서도 강렬한 이야기를 원한다면 윈터러가 그 취향에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끔씩 홍차를 한 잔 마시고, 여행을 다니면서 이곳저곳에서 사진도 찍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중간에 서점에도 들리는 그런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데모닉이 더 취향에 맞겠죠. 제게는 그런 까닭에 데모닉의 여행이 정겨웠습니다. 윈터러에서 보리스는 고독하고 우울하고 혼자인 느낌이 너무나도 강해서 읽는 저까지도 힘에 겨운 느낌이 있었다면, 데모닉은 친구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시종일관 여유를 놓치지 않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입니다. 막스민과 리체가 있었기에 윈터러와 다른 데모닉이 될 수 있었습니다. 본문에서도 나왔듯 조슈아가 데모닉임에도 제정신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막스민과 리체를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도피 길에 연극을 하기도 하고, 쥬스피앙을 만나고, 하늘을 나는 배를 타기도 하고, 항해사를 구하기도 하고, 페리윙클 섬에 들리고 정말이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여행을 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정리될 즈음인 8권은 아련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우리, 정말 고생했었어. 근데도 용케 살아있네. 이런 느낌, 예전에 친구들과 겪었던 일을 추억하며 느끼는 감정과 동질감을 느끼게 되지요.
물론 데모닉의 이야기가 진지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테오와의 문제, 죽은 누이, 그리고 란지에의 공화국 이야기, 복제된 인형. 진지할 때는 또 한없이 진지한 면을 선보였습니다. 그런 긴장감을 유지하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가 아무리 다른 이야기로 눈길을 돌려도 힘을 잃지 않았죠. 윈터러만큼 강대한 힘의 위험성 등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보다 더 깊숙한 내면의 문제나, 약속의 문제, 용서 그리고 란지에 시점에서는 정치적인 문제들까지, 즉 다른 방향성의 진지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습니다. 쉽게 결정 내리기 힘들고, 이성과 감성이 복합된 문제들이었지요. 항상 같은 이야기만 할 수 없는 것이고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만족했습니다. 기존의 양산형 팬터지 소설들에서 접하기 힘든 주제 의식이기도 했고요.
자, 지금까지 데모닉과 윈터러에 대한 비교에만 글을 쓴 것 같습니다. 8권을 막 읽고, 쓰기 시작한 글이니 이제 8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8권은 우선 다른 권들에 비해 두꺼운 분량이 좋았습니다. 사실 그만큼 앞에서 벌여놓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걸 모두 풀기에는 이 정도 분량은 기본이었겠지요. 데모닉은 윈터러보다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보리스와 이솔렛은 한없이 진지하고 고결해 보이기까지 하는 존재들이었지요. 앙증맞다는 어울리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시민은 항상 툴툴 거리면서도 그 누구보다도 조슈아를 아끼고 보살피는 존재입니다. 그의 장점은 행동력과 추리력. 그리고 독설.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서 막시민이 있으면 든든했습니다. 일단, 무슨 말이라도 먼저 확실하게 꺼내 줄 것이고, 입담을 과시해줄 테니까요. 봉재사인 리체는 별다른 능력이 없으면서도 우연찮게 여행에 휩쓸립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당당합니다. 어느 세상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꿋꿋이 잘 살 것 같은 그런 야무진 캐릭터이죠. 8권에서는 이들 뿐 아니라 티치엘이 등장합니다. 이미 7권에서도 예고된 그녀의 모습은 8권에서는 제법 많은 대사와 위치를 부여 받습니다. 원래 캐릭터 소개에서도 사랑스러운 소녀라고 설정된 그녀답게 순진한 구석이 있고 실수도 하면서 여리기도 하고 또 착하고 바른생활 이미지인 소녀입니다. 8권에서만 활약한 그녀지만,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정말 작가분이 네냐플 학원 이야기를 잔뜩 써주시면 좋겠다는 심정입니다. 오직 티치엘을 더 보고 싶은 마음에서 말이지요.
물론, 티치엘 혼자만 있으면 빛이 나지 않겠지요. 8권의 장점 중 하나는 네냐플 학원 이야기를 보여주었다는 데 있습니다. 윈터러에서는 입학식 장면으로 끝이었으나 8권에서는 드디어 학원에 입학한 이후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학원물! 해리포터보다도 더 재미있는 마법 학원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보리스와 돈 많은 부잣집 자제이며 밝고 순진한 루시안 칼츠, 그리고 막시민, 조슈아. 티치엘. 빌라 전쟁 같은 경우는 작가의 센스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학원물의 재미가 느껴졌다고 할까요? 그런 이벤트로 인해 주인공들이 뭉치고 친구가 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앞으로 이런저런 이벤트가 얼마나 많을까요? 그리고 그들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파티를 이루며 잘 해결해 나가겠지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마지막에 란지에가 오면서 란지에 역시 이들과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될 것이고, 또 새로운 사건들이 터질 것입니다. 마지막 즈음에 악의 무구에 의한 괴물을 보리스와 티치엘, 조슈아의 연합 등으로 해결하는 장면을 보면서 정말 신이 났습니다. 마치 게임처럼 마법사가 보조를 하고 검사가 싸우는 그런 장면이 재미있었고, 만난 지 얼마 안 된 이들이 이렇게까지 같이 싸운다는 점도 즐거웠습니다.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데모닉 문제에 관한 결말은 조슈아의 손으로만 끝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쓰면 쓸 수 있었겠지만, 이왕 학원 이야기를 등장시키고 보리스와 루시안 까지 등장시킨 팬서비스 상, 이들이 뭉쳐 싸우는 모습까지 보여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3부는 좀 먼 미래인 <아룬드 연대기> 이후에 나올 테고, 네냐플 학원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 테니, 이것저것 재미있는 기숙사 이야기, 수업 이야기, 게다가 전투씬 까지 소개해 준 것 같았습니다. 조슈아와 막시민 일행에 의해서만 조용히 마무리 되었던 점이 어쩌면 앞에서 말한 완결성 측면에서는 더 뛰어날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티치엘과 보리스의 활약이 더욱 반가웠고 손에 땀을 쥐며 읽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한 길로 가지 않고 돌아가는 이야기였던 데모닉이었으니, 이런 점들이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꿈같은 여정이 끝나고 데모닉은 완결을 맺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을 다 할 줄 아는 천재 녀석이라 정이 안 가던 조슈아는 마지막에 풀밭에서 리체에게 편지를 쓰느라 고민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고 어느새 친구들까지 사귀면서 나름대로 즐거운 학원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리스 역시 학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어느새 그들과 동화되어 있었습니다. 룬의 아이들 시리즈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일단 어느 한 파트가 끝을 맺은 느낌이 드는군요. 조슈아, 보리스, 막시민, 란지에. 룬의 아이들. 이들의 긴 여정이 끝난 느낌입니다. 학원에서 그들은 많은 추억을 쌓아가겠죠. 친구란 이름으로.
3부는 20세로 성장한 후의 이야기이며 지금껏 등장하지 않은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라고 작가는 밝히고 있습니다.(이스핀 샤를, 밀라 네브라스카, 아나이스 델 카릴 등이 후보자겠군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윈터러와 데모닉으로 인해 한 이야기가 어느 정도 결말을 맺은 느낌입니다.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이 아닌 보리스와 조슈아, 란지에도 대륙의 격동기에 휩쓸리겠지만요.
작가는 <아룬드 연대기> 두 작품을 먼저 완결하고 룬의 아이들 3부를 집필한다고 제작 노트에서 밝혔습니다. 『세월의 돌』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태양의 탑』은 약간 기대에 못 미친 상태이나, 이후 어떤 결말로 향할지 궁금하긴 합니다. 그보다 룬의 아이들이 더 기대되는 것은 윈터러와 데모닉의 팬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세월의 돌』도 개정판을 내는 것이고 『태양의 탑』도 5권까지는 이미 출간되었던 분량이니 두 작품의 완결이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 2년 내에 룬의 아이들 3부에서 다 자란 아이들의 화려한 활약상을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새로운 주인공의 모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