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먼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운전에 지쳐 잠시 쉬었다 가겠다고 한 도시의 스타벅스 매장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책을 읽으며(아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한 손으로는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습니다. 짧았던 휴가가 끝나는게 아쉽기도 했지요. 이 날 하루도 거의 저물어 가는데 집에 가려면 아직 먼 길이 남아있고, 그렇게 들어가 하루 쉬고 다시 일상 속으로 뛰어들어야 했으니까요. 맨날 피곤하다 노래를 부르면서도, 휴가(休暇)마저도 실제 쉬는(休) 것과는 거리가 멀게 보내는건 도대체 무슨 조급증일까 싶더군요. (이러면서도 올해 휴가는 어디로 갈까 고민 중입니다만)
그 때,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 한 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말쑥한 옷차림에 옷매무새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단정한 노신사셨습니다. 어디를 다녀오시는 길이신지, 아니면 어디 가시는 길에 잠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휴일 오후의 카페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죠.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던건, 흐트러짐 없는 그 모습에서 넘쳐나는 여유였습니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신문지를 천천히 훝는 당신의 눈길에 어떤 서두름이나 조급함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당신의 주변으로 시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일주일의 휴가를 보내고 있던 나는 반바지에 허름한 티셔츠를 입고 의자에 널부러지듯 앉아 있으면서도 흘러가는 시간을 잡지 못해 마음은 안절부절이었죠. 반면 당신은 단추 하나 글러지지 않은 모습으로도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며 그 순간을 즐기고 계셨습니다. 단지 물리적인 시간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마음의 여유란 얼마만큼의 자유시간이 주어졌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의 차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그게 연륜이겠죠. 저도 저 나이쯤 되면 지금의 이 조급증을 어느 정도 덜어내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휴가의 끄트머리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ps. 책읽기 만큼이나 저는 매혹시키는 취미는 "사진" 입니다. 요즘 사진 찍으시는 분들이 워낙 많으니 별로 새로울건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찍어왔던 사진과 단상을 곁들여 페이퍼로 올릴까 합니다. 사진에 글을 다는건 이전에 시도해본 적이 없는지라, 너무 작위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하네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