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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런던 소재 British Library.
도서관 하면 "정숙" 같은 단어를 먼저 떠올리던 나에게, 자유로운 분위기가 넘쳐나는 이 곳의 느낌은 차라리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다. 왠만한 박물관을 뛰어넘는 수준의 전시공간도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도 가볍게 산책 나온 느낌의 시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드나들며 '즐기는' 곳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서초역 근처의 국립 중앙 박물관을 몇 번 간 적이 있었는데, 건물 전체를 무겁게 짖누르던 정적에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위축되었던 기억이 난다. 열람실을 점령한 고시생들 앞에서 자칫 의자라도 끄는 소리를 냈다간 쏟아지는 눈총들이 얼마나 따가웠던지. 주말에 가볍게 책이라도 읽으러 온 내가 왠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연극이나 음악 공연장만이 "문화 공간"이라는 이름을 얻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말로는 책을 읽자고 하면서 정작 편한 마음으로 책과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주지 않는다. 서점도 좋은 곳이긴 하지만, 편한 까페같은 느낌의 도서관이 집 근처에 하나 있더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납세자들이 세금으로 그 정도 문화공간을 제공받을 권리는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