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팔가 광장에 비가 내린다. 잔뜩 찌푸린 하늘과 비에 젖은 보도블럭. 내가 기억하는 전형적인 런던의 인상이다.
가죽 코트에 청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은 이 정체불명의 남자는, 그러나 묘하게도 도심의 풍경 속에 적절히 녹아든다. 무심한 시선. 관광객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가득 찬 이 곳에서도 누군가의 그저 그런 일상은 계속되고 있다는걸 증명이라도 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