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사진에서 우주를 향해 해바라기처럼 고개를 쳐든 커다란 안테나들을 볼 때면 먹먹한 기분이 들곤 한다. 인간이란 광막한 우주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보냈을지도 모를 희미한 신호를 기다리는, 그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게 새삼 느껴지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이 묘사한 것처럼, 태양계를 떠나는 보이저호가 뒤돌아본 지구는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작게 빛나는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그 무한의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지구를 상상할 때면, 끝을 알 수 없는 우주 속에 어쩌면 우리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고독함이 문득 나를 엄습하곤 하는 것이다.

로마의 한 숙소에서 내다본 도시의 밤하늘은 건물 옥상마다 빼곡이 들어선 안테나로 가득했다. 저 건물 안에서 이태리인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축구경기를 보며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터였다. 칸칸이 나누어진 공간 안에 스스로를 유폐시키고 대신 안테나를 내밀어 외부의 신호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어떤 이들은 웃고, 어떤 이들은 울고, 저마다의 일상이라는 맥락 속에서 저마다의 감정을 경험하고 있겠지만, 다투듯 밤하늘로 솟아오른 안테나에서 어떤 처연한 고독이 느껴진 것은 내가 낯선 땅에서 또 하룻밤을 보내고 있는 이방인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인간이 우주 속에서 고독한 존재인만큼, 우리 개개인도 그 고독을 어느 정도는 공유하고 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오늘도 난 안테나를 세운다. 누군가의 신호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리고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기 위해서. 글을 쓰고, 글을 읽고,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받는 이 몸짓으로야 겨우 존재라는 외로움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우주로 쏘아보낸 신호만큼이나 기약 없는 몸짓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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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1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테나 보니 엘신님 생각납니다 =333

turnleft 2007-08-11 11:38   좋아요 0 | URL
아, 자칭(?) 외계인이라던 그 분?

마늘빵 2007-08-11 23:46   좋아요 0 | URL
넵 요새 뜸하던데... :)

turnleft 2007-08-12 02:37   좋아요 0 | URL
저는 잘 모르는 분이라.. -_-a
 





푸힛.. 이것도 낚시질이 되려나.

실제 제 모습이랑 닮았는지는 보장 못 합니다.

http://www.simpsonizeme.com 여기 들어가서 자기 정면사진 올리면 만들어 주는군요.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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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11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반듯하신데요? :) 나도 해봐야지.

turnleft 2007-08-11 11:38   좋아요 0 | URL
ㅋㅋ 완전 잘못 나왔어요. 저리 반듯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

비로그인 2007-08-1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ㅋㅋㅋㅋㅋ
저도 해보고 싶네요!

turnleft 2007-08-11 17:21   좋아요 0 | URL
ㅋ 잘 나왔나요? ^^

비로그인 2007-08-11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진짜 웃겨요!

turnleft 2007-08-12 02:36   좋아요 0 | URL
어랏, 어떻게 나왔는지 안 보여주나요?

비로그인 2007-08-12 11:19   좋아요 0 | URL
섹시한 심슨양이에요 ㅋㅋ

마늘빵 2007-08-14 10:31   좋아요 0 | URL
나는 왜 안돼지? 이상하네. -_- 어려운 영어도 없는데.

turnleft 2007-08-14 13:17   좋아요 0 | URL
착한 사람만 된답니다!! :p
 



기억이란 이토록 연약한 것이어서 이젠 그녀의 얼굴도 목소리도 흐릿해져 버렸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오롯이 각인처럼 내 마음에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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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0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그림? 혹은 사진?
도저히 사진이라고는 생각 안되는데... 그치만 사진일텐데...ㅠㅠ

네꼬 2007-08-10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먹-해지는군요. 물 위에서 외로운 실루엣이라니. 비도 오는데. 훌쩍.

turnleft 2007-08-1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 충주호..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맞을거에요. 물가에 실제로 저런 조형물이 세워져 있지요. ^^
네꼬// 비가 오면 확실히 감상적이 되요. 그쵸?

hnine 2007-08-10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이 사진도, 지난 번 그 사진 (다리와 가로등 있는)도, 직접 찍으셨단 말씀이시지요? 와...

twinpix 2007-08-10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상적이고 멋집니다. 인상적인 사진이에요. 신기해요.

turnleft 2007-08-11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처음 뵙네요. 반갑습니다 hnine님 ^^ 엄.. 제가 찍은 사진 맞습니다 맞구요..;;
twinpix// 번번히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꾸벅)
 



그녀와 걸었던 산책길. 가끔 그렇게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있다. 그저 같은 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만으로 따뜻했던 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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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09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보라색.
정말 예뻐요...
보정안해도 저런 색상이 나오나요?

turnleft 2007-08-09 12:37   좋아요 0 | URL
그럼요. 매직 아우어거든요. 해진후 30분, 해뜨기전 30분. :)
요 시간대에 사진을 찍으면 보라빛 하늘을 만날 수 있지요.

마노아 2007-08-0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져서 저장했어요. 어린왕자를 초청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에요^^

turnleft 2007-08-09 14:52   좋아요 0 | URL
엇... 저장할 경우 보실 때마다 1000원씩 내셔야 하는데 ㅎㅎ
물론 농담이구요 ^^; 저 때는 제 옆에 어린왕자가 있었답니다 :)

다락방 2007-08-19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저녁,
이라는 맨 끝의 단어와 사진은 절묘하게 어울리는군요.
그 저녁,
이 궁금해지고 옅보고 싶어지는데요 :)

turnleft 2007-08-19 16:27   좋아요 0 | URL
물론, 비밀입니다!(단호)
 



체셔 고양이가 아이에게 길을 알려줬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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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8-08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멋진 사진이네요. 갑자기 사진을 찍고픈 욕망이 들 정도로요.(모델이 있어야 할까요. 하핫.) 아무튼 멋진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요즘 네이버에 세상을 전시한다? 그런 이벤트에 올려도 충분히 추천 많이 받을 듯한 멋진 사진이네요.^^

turnleft 2007-08-08 09:4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모델이 뭐 필요한가요. 저도 저 아이 누군지도 몰라요 ^^;

2007-08-08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8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8-08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알려준다 한표.

turnleft 2007-08-08 09:43   좋아요 0 | URL
아니, 이 체셔랑 그 체셔가 성격도 비슷합니까?

마늘빵 2007-08-08 14:56   좋아요 0 | URL
앗 그리되면 저 큰일납니다. 내가 말한 체셔는 누굴까?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