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진종일 알라딘에서 놀다가, 기어이 장바구니를 가득 메우고야 말았다 -_-

지금 형편이 형편인지라, 읽을만한 책이 통 없다..는 것이 첫번째 핑계. 두번째 핑계는, 책이 눈 앞에 잔뜩 쌓여있어야 압박감을 느껴 독서를 하게 된다는 것, 세번째는, 네번째는, 다섯번째는...

책을 빨리/많이 읽기로 결심하면서, 첫번째로 '잼난 책을 읽자'라고 규칙을 정했는데 이제보니 이것이 '빨리 많이' 읽는데에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책이 너무 재미있으면, 흥분해서 도저히 책을 읽을 수가 없단 말이다... 어찌하여 인생은 이렇게 아이러니 투성이란 말인가.

지금 나를 흥분시키고 있는 것은 엘러건트 유니버스. 이곳에 오기 전, 애지중지하던 과학책들 중에 핀치의 부리 하나만 남겨놓고 대충 친구들에게 뿌린 뒤 엘러건트 유니버스 한권만 달랑 들고왔다. 엊그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절반 넘어갔는데 어쩜 이렇게 재밌단 말이냐! 초끈, 너 무서운 줄만 알았더니 이제보니 재미난 구석도 있었네그랴. 역시나 물리학은 학문의 왕이다.

동시에 방바닥에는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프란츠 파농이라니, 좀 기묘한 조합이긴 하지만. 투르니에도 한 권 펼쳐져 있고, '평행과 역설'은 화장실에 버티고 있다. 주제파악 못하고 벌려놓은 감이 없잖아 많지만 그래도 또 주문해야지. 비싼 돈 주고 책 사서 지저분하게 읽은 뒤 친구들에게 주어버리는 것이 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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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0-08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친구삼아주세요, 저한테 주세요, 저두요, 저두요, 저두요... ('' )( '')쩝쩝...

갈대 2004-10-08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이랑 친하게 지내야겠습니다. 물리학이 학문의 왕이란 말에 동감 200%!!

딸기 2004-10-0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데 갈대님, 저 물리학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는 거죠 ^^;; (납작 엎드림)
처음과끝님, 그럼 친구해요 *^^*
 

 놀랍다...

나의 서재에도 들어오는 분들이 있었다! 이렇게 놀라운 사실을 왜 나만 몰랐지?

 나는 홈피가 따로 있기 때문에, 그리고 책에 대한 열정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재 인테리어에 몰두하기는 쫌 뭣하고. 하지만 손님이 있으면 일단 접대를 해야하니, 써~비스를 해놓고 넘어가자.

(손님들한테 왜 반말이냐고? 반말이 아니라 혼잣말이었다)

 

얼마전에 해봤던 장난질-- 작금 유행을 탔던 진주귀고리에 대한... 스토킹...

천천히 진주귀고리 소녀를 구경해보자.

문제의 진주귀고리 소녀는 이렇게 생겼다.

 




근데 소설을 보면, 화가는 소녀한테, 안보이는 쪽 귀에도 구멍을 뚫고 귀고리를 걸라고 한다. 왜 그랬을까? 바로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시메트리의 미학!

 
영화에서는 바로 요런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나보다.
(아직 영화 못 봤음)
 



근데 저 사진은 아무래도 넘 잘 나왔다.
실제 그 소녀는 못생겼었다는 소문이 있다.
바로 이렇게...



(항상 유사품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타 유사품들





 
진주귀고리를 한... 인형
 


진주귀고리를 한 아줌마 ...


진주귀고리를 한 섹시녀



윗그림의 모델



그리트를 돌려가며 보면, 이렇게 생겼다.




그 다음은 입체 화면으로 재구성한, 베르메르 작업의 진실...




작업의 진실~~을 알고 싶으면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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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10-08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 본격 써비스 나선건감? 웃겨 죽는줄 알았네...ㅋㅋㅋ 딸기네도 함 가봐야겠네...

갈대 2004-10-0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신참 손님입니다. 일단 인사라도..^^

딸기 2004-10-08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호! 하루죙일 알라딘에서 노니깐 손님이 걸려든다! (거미여인의 독백)

마냐님, 본격 써비스...라기보단 걍 장난질이라고 했잖아요. ^^ (장난은 나의 힘)
갈대님, 반갑습니다.

2004-10-08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딸기 2004-10-08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가봐야겠다. 선배도 계속 알라딘에 들어와있네. ^^

마냐 2004-10-08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나 오늘 노는 날이잖아. 피같은 휴일을 알라딘에서 놀고 있으니..휘유...오후엔 애들 데리러 유치원갔다가 계속 놀기 모드...지금은 서영이와 그 친구, 그리고 준영이 한꺼번에 목욕탕에 거품 목욕 시켜놓고 잠깐 도망나와서 또 서재질...-,.-

딸기 2004-10-0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서영이와 그 친구, 준영이를 한꺼번에 목욕통에 넣어놨구나!
나는 쫌전에 꼼꼼이랑 목욕탕 다녀왔지.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 비옷입고 손붙잡고
동네 목욕탕 가서 잠겨있다 오니깐 살만 하네.

balmas 2004-10-09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재미있습니다.
퍼갈게요. 추천도 한 방~~

로드무비 2004-10-1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
재밌습니다.

에레혼 2004-10-10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찌 어찌 하다 보니 들어온 방인데, 아주 재미있네요!
딸기님의 서재 소개 글도 근사하구요! 그런 '무소유'의 자세를 실천하기란 얼마나 깊은 내공이어야하는지ㅜㅜ
저도 '귀고리 소녀' 제 방에 가져갈게요, 그래도 되죠?

딸기 2004-10-1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수에 걸려주신 로드무비님과 라일락와인님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두분의 닉네임이 몹시 이쁩니다. 공통점이 있군요. 영어, 그리고 두 단어로 되어 있다는...
저도 닉네임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샘솟고 있습니다. 반갑고요, 자주 오세요. 잘해드릴께요...

릴케 현상 2004-10-1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고 갑니다. 재밌는 장난(?)이네요^^

panda78 2004-10-19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재미있는 페이퍼네요! 저도 퍼 가도 될까요? ^^

딸기 2004-10-19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외로 뜨거운 호응에 간이 부어서, 퍼가는 분들에게 요금을 받기로 했습니다.
퍼가시고, 그 대신 팬더 한 마리 구해다 주세요. ^^

딸기 2004-10-1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 새벽별을보며님... 팬더는, panda78님께 부과된 요금이고요
새벽별을보며님께서는.. 별.. 새벽별... 갖고오세요!

panda78 2004-10-1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여요. ^^

재롱금지 이미지가 아주 재밌어서 찍어두고 가끔씩 들락거렸는데 [인사도 없이... 쿨럭;;]
앞으로는 안그럴게요. ^^;;;


딸기 2004-10-19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판다로군요! 아주 좋아해요. 요금도 받았으니, 판다님 퍼가실만한 재미난 것들 많이 준비해놓고 있어야 할텐데... 걱정이로군요. ^^

panda78 2004-10-2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난 것 요청. ^ㅡ^
 

나는 왜이렇게 책을 지저분하게 볼까...

아니다.

왜 내가 읽고나면 책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될까...

워낙에 책을 천천히, 여러권 여기저기 펼쳐놓고, 오랜시간에 걸쳐 게으르게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려서 도저히 속독/다독을 할수가 없다. 요사이 빨리/많이 읽는 연습중. 집중도를 높이면서도 빨리, 많이 읽는 비결이 뭘까.

1. 재미난 책만 골라 읽는다
2. 책을 한번 잡으면 최소한 10분 이상 읽는다
3. 한번에 3가지 넘는 책을 벌려놓지 않는다

* 빨리,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 인생은 짧고 궁금한 것은 많다. 헌데 인생을 늘이는 것보다는, 빨리 많이 읽는 방법을 배우는 쪽이 더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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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0-08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로서는 차라리 느리게 읽는 법을 배우는 편이 훨씬 더 좋다고 보여집니다. 니체가 말했듯이 "느리게, 깊게, 조심스럽게 앞뒤를 재어 보면서, 성급한 결론을 유보하고, 가능성의 문들을 열어 놓은채로, 예리한 눈과 손가락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궁금한 것들이 많을 수로 더욱 더.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먼 길을 우회할 각오를 해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진실은 결코 눈에 보이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지 않을까요?

마냐 2004-10-08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묘님...그건 정말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책에 혹해 빠져버리면, 천천히 음미한다는 생각 따위는 까먹게 마련이고, 느리게 읽는 경우는 책의 매력이 덜 해서..혹은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변명할 어려운 책들...인듯 합니다.
딸기님, 요즘 독서에 속도가 붙는 것이 쫌 살만하신 겁니까..혹은 옛날에 읽은거 새삼 하나씩 푸시는 겁니까? ^^

비로그인 2004-10-08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니체의 말은 철학에 대해서 한 말이긴 합니다만, 저는 영화에 대한 오래된 격언이 여기서도 통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두번 이상 볼 가치가 없는 영화는 한번도 볼 가치가 없다." 차라리 더더군다나 책이라면 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는군요. 두번 볼 가치가 없는 책이라면 우리의 의문을 해소하기 보다는 그러한 의문들의 그럴싸한 포장지이거나 혹은 우리들 자신의 눈가리개로 쓸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 Paper들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음.. 너무 격하게 말했나요? 좀 온건하게 표현해 보죠. 나쁜 책들은 우리 머리 속의 위장에 포만감을 주지만 좋은 책들은 생각에 굶주리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딸기 2004-10-0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묘님, 마지막 이야기(나쁜 책들은~~) 멋져요! 그렇지요, 책 읽고나서 기분 좋을 때 중의 하나는 "그동안 내가 생각을 너무 안 하고 있었구나"하는 각성을 하게 될 때이지요.
마냐님, 요새 빨리 읽는 연습하고 있다니까요 ^^

마냐 2004-10-0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묘님..정말 멋진데요. 흐흐. 전 머리속 위장의 포만감에도 길들여진게 아닐까 걱정되네요. ^^;;
 

블리니 종합병원에서 초음파 심장검진을 받다. 대수롭지 않은 검사이거니 했는데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같은 불쾌한 소음이 기계를 통해 들렸다. 내 심장이 내는 소리라고 했다. 검사 결과 분명한 심장비대임이 판명되었다.

나는 오히려 기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심장이 그렇게 커졌다 이 말이지! 그런데 사실 죽음에는 두 가지가 있지 않은가. 암으로 인한 더러운 죽음과 심장으로 인한 깨끗한 죽음 말이다. 그렇다면 내겐 깨끗한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모양이니 좋은 일 같다.

-미셸 투르니에, <외면일기>에서

나는 낙관적인 사람이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농담 한마디 던질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깨끗한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모양이니 좋은 일'이라고! 투르니에 할아버지, 당신 참 대단한 분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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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제왕,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서 읽고 있다. 이미 10년전쯤에 처음 소설책을 구입한 이래 수차례 '완독'에 실패한 것은 내 게으름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내겐 이 책이 그닥 흡입력이 없었다. 솔직히 앞부분, 지겨웠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1편은 버섯마을같이 생긴 귀여운 호빗네 마을만 기억나고, 2편은 거의 기억이 안 난다. 3편은 제법 장관이어서 재밌게 봤다. 스펙터클에 압도되기도 했고.
하지만 (반지팬들께는 죄송하지만) 뭐 그렇게 감동적인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없는 영화'라는 점도 맘에 안 들고,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잘 살린것 같지도 않고. 그 영화 만드는데 돈이 꽤 들어갔을 것 같기는 하다.

다시 소설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어느 순간, 소설가의 '느낌'이 나에게 (소설이라는 매개를 통해) 전해져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다고 치자. 실제로 나는 하루키의 소설들을 많이 읽었다. 어느 한 작가의 레퍼토리를 그렇게 많이 찾아읽은 케이스가 드물 정도로. 하루키 소설의 탄탄한 구도와 문장력도 좋아하지만, 내가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외로움' 내지는 '상실의 두려움' 같은 것들이다.
하루키는 사랑하는 사람, 혹은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떠나버릴까봐 늘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 중에, 불현듯 다가올지 모르는 그런 상황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나는 내 내면에 있는 막연한 그런 두려움을, 하루키 소설을 통해서 확인한다. 하루키가 느끼는 두려움의 편린들이 고스란히 나한테도 전해져오는 것 같은 기분. 어쩌면 바로 그런 기분 때문에 조금은 두려워하면서 하루키의 소설들을 계속 읽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이 내게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그런 순간이다. 작가가 느끼는 어떤 감정이 갑자기 내게로 확 밀려들어올 때. 그런 면에서 톨킨이라는 작가는, 그동안 내게 별로 전해준 것이 없었다.

제법 긴 여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 여행에 무슨 책을 가져갈까. 반지제왕 2권 뒷부분이 조금 남았는데, 이 책은 종이커버라서 다른 책들보다 훨씬 가볍다. 3권을 가방에 꿍쳐넣고 떠나기 위해 2권 남은 부분을 맹렬하게(그래봤자...이지만) 읽고 있던 차였다. 톨킨은 영국의 고풍스런 윤리에 젖어있는 듯하고, 꽤나 늙고 보수적인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글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귀족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의 냄새는 도대체 맘에 들지가 않는다.
다만 샘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작가의 감수성 섞인 언어들, 옛이야기에 대한 향수 같은 것들은 맘에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띈 인물은 파라미르. 아라곤은 작가가 완벽하게 설정해놓은 지도자이고, 프로도는 역시나 '설정된' 구도자 혹은 순례자, 간달프는 '설정된' 현자의 냄새를 풍기는 반면에 파라미르에 대한 묘사는 아주 구체적이고 정성스럽다. 어쩌면 톨킨은 파라미르에게 아라곤보다 더한 애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속으로 이런저런 감상들을 궁시렁거리며 읽어나가다가 이런 구절을 만났다.

And so Gollum found them hours later, when he returned, crawling and creeping down the path out of the gloom ahead. Sam sat propped against the stone, his head dropping side-ways and his breathing heavy. In his lap lay Frodo's head, drowned deep in sleep; upon his white forehead lay one of Sam's brown hands, and the other lay softly upon his master's breat. Peace was in both their faces.

거미귀신이 나오는 동굴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골룸은 프로도와 샘을 거미귀신에게 넘기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돌아오는 길이고, 샘은 프로도에게 골룸을 경계하라는 말을 하다가 잠이 든 참이다.

Gollum looked at them. A strange expression passed over his lean hungry fage. The gleam faded from his eyes, and they went dim and grey, old and tired. A spasm of pain seemed to twist him, and he turned away, peering back up towards the pass, shaking his head, as if engaged in some interior debate. Then he came back, and slowly putting out a trembling hand, very cautiously he touched Frodo's knee - but almost the touch was a caress. For a fleeting moment, could one of the sleepers have seen him, they would have thought that they beheld an old weary hobbit, shrunken by the years that had carried him far beyond his time, beyond friends and kin, and the fields and streams of youth, an old starved pitiable thing.

저 구절을, 몇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읽으면서 결국은 눈물을 글썽이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와버린' 불쌍한 존재에 대한 애도 혹은 그의 외로움에 대한 동정일 수도 있겠지. 기나긴 소설의 3분의2를 읽어오면서 처음으로 작가와 '소통'하고 있다고 느꼈고, 이 구절 때문에 이 소설은 훌륭한 작품이라고 내 마음대로 단정해버렸다. 자아분열된 골룸 안의 갈등은 문법에 맞지 않는 방정맞은 대사들 때문에 별로 와닿지 않았는데 작가는 저런 순간을 예비해놓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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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 2004-09-1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입니다. 제 서재로 빌려 갈게요.
어떤 존재에 대한 연민.. 만큼 인간적인 것도 달리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해와 이타심, 소통과 사랑이 연민에서 시작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딸기 2004-09-15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떤 사람이 몹시 원망스럽고 미운 적이 있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인데 말이죠. 솔직히 얘기하면 제 시어머님이셨어요. 어떤 순간에 몹시 원망스러웠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초겨울날 전화를 드렸어요. "김장 담그려고 배추 절여놨다" 그러시더군요. "느이 것도 같이 담그느라고 좀 많이 했다" 그러시더군요. 저는 어머님께 말씀 안 드리고 이미 김장 해버렸었거든요.
어머님 말씀을 듣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울컥 하는 거예요. 혼자 배추 씻어절이느라 고생하고 계실 어머님 모습이 떠오르면서 눈물이 핑 돌더군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연민이다, 사람이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연민이로구나. 이해타산으로는 도저히 해석되지 않는 것, '정'이라는 말보다 조금 서글픈 그런 존재감이 바로 '연민'이라는 것.

딸기 2004-09-15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면서 갑자기 어머님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더군요. 어머님도 그러시지 않을까, 철없고 고집센 며느리 보기 싫고 밉다가도 어느 순간에 저에 대해 연민이 생기면서 자식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비로그인 2004-10-08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톨킨의 책은 동생을 통해 예전에 알았지요. 그게 반지의 제왕인지는 나중에 알았지만, 저는 피터 잭슨의 B급 영화를 재밌게 본지라, 영화를 아주 재밌게, 역시! 하면서 보았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믿고 봐서인지, 반지의 제왕에 대한 비판도 별 무신경이랍니다. 최근엔 본 영화들이 없어서 감지덕지...합니다요.

근데 결혼하신 분이군요. 오... 재롱금지에 딸기에, 어쩐지 미혼으로 보였는데 말여요.

딸기 2004-10-08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을 딱 보면, 걍 '아줌마'입니다 ^^

하이드 2004-11-09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지전쟁으로 고등학교때 보고 이제, 영화 개봉하면서, 매년 엄마와 연례행사로 개봉 첫날 회사 휴가까지 내고 봤는데요. 3부에선 그야말로, 그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 아 이제 얼마 안남았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 주르륵.

환타지 좋아하는데, 그 모든 가상세계를 창조한 톨킨이 정말 대단하고, 그 방대한 환타지 세계를 믿을 수 없는 열정으로 영화로 옮긴 피터잭슨이란 감독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 디비디를 보면, 영화반, 제작반인데, 제작기간도 영화만큼 스팩터클하거든요.) 작가와의 공감을 말씀하시면, 전 종종 힘들때 제가 걷고걷고 또 걷는 프로도와 일행들이라고 생각하고, 이쯤이야 생각한답니다.

아, 올겨울은 반지의 제왕이 없어서 너무 허전해요. ㅜ.ㅜ

딸기 2004-11-09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들때 프로도를 생각하신다니, 너무 힘든 케이스를 모델로 삼고 계신 것 아닙니까. 프로도와 샘의 고난을 생각하면, 웬만한 힘든 길은 다 견뎌낼 수 있을 것 같군요. 영화는 3부가 역시나 최고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