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진종일 알라딘에서 놀다가, 기어이 장바구니를 가득 메우고야 말았다 -_-
지금 형편이 형편인지라, 읽을만한 책이 통 없다..는 것이 첫번째 핑계. 두번째 핑계는, 책이 눈 앞에 잔뜩 쌓여있어야 압박감을 느껴 독서를 하게 된다는 것, 세번째는, 네번째는, 다섯번째는...
책을 빨리/많이 읽기로 결심하면서, 첫번째로 '잼난 책을 읽자'라고 규칙을 정했는데 이제보니 이것이 '빨리 많이' 읽는데에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책이 너무 재미있으면, 흥분해서 도저히 책을 읽을 수가 없단 말이다... 어찌하여 인생은 이렇게 아이러니 투성이란 말인가.
지금 나를 흥분시키고 있는 것은 엘러건트 유니버스. 이곳에 오기 전, 애지중지하던 과학책들 중에 핀치의 부리 하나만 남겨놓고 대충 친구들에게 뿌린 뒤 엘러건트 유니버스 한권만 달랑 들고왔다. 엊그제부터 읽기 시작해서 절반 넘어갔는데 어쩜 이렇게 재밌단 말이냐! 초끈, 너 무서운 줄만 알았더니 이제보니 재미난 구석도 있었네그랴. 역시나 물리학은 학문의 왕이다.
동시에 방바닥에는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프란츠 파농이라니, 좀 기묘한 조합이긴 하지만. 투르니에도 한 권 펼쳐져 있고, '평행과 역설'은 화장실에 버티고 있다. 주제파악 못하고 벌려놓은 감이 없잖아 많지만 그래도 또 주문해야지. 비싼 돈 주고 책 사서 지저분하게 읽은 뒤 친구들에게 주어버리는 것이 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