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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이렇게 책을 지저분하게 볼까...

아니다.

왜 내가 읽고나면 책이 이렇게 지저분하게 될까...

워낙에 책을 천천히, 여러권 여기저기 펼쳐놓고, 오랜시간에 걸쳐 게으르게 읽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려서 도저히 속독/다독을 할수가 없다. 요사이 빨리/많이 읽는 연습중. 집중도를 높이면서도 빨리, 많이 읽는 비결이 뭘까.

1. 재미난 책만 골라 읽는다
2. 책을 한번 잡으면 최소한 10분 이상 읽는다
3. 한번에 3가지 넘는 책을 벌려놓지 않는다

* 빨리,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 인생은 짧고 궁금한 것은 많다. 헌데 인생을 늘이는 것보다는, 빨리 많이 읽는 방법을 배우는 쪽이 더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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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0-08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로서는 차라리 느리게 읽는 법을 배우는 편이 훨씬 더 좋다고 보여집니다. 니체가 말했듯이 "느리게, 깊게, 조심스럽게 앞뒤를 재어 보면서, 성급한 결론을 유보하고, 가능성의 문들을 열어 놓은채로, 예리한 눈과 손가락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궁금한 것들이 많을 수로 더욱 더. 진실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먼 길을 우회할 각오를 해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진실은 결코 눈에 보이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한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지 않을까요?

마냐 2004-10-08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묘님...그건 정말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책에 혹해 빠져버리면, 천천히 음미한다는 생각 따위는 까먹게 마련이고, 느리게 읽는 경우는 책의 매력이 덜 해서..혹은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변명할 어려운 책들...인듯 합니다.
딸기님, 요즘 독서에 속도가 붙는 것이 쫌 살만하신 겁니까..혹은 옛날에 읽은거 새삼 하나씩 푸시는 겁니까? ^^

비로그인 2004-10-08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니체의 말은 철학에 대해서 한 말이긴 합니다만, 저는 영화에 대한 오래된 격언이 여기서도 통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두번 이상 볼 가치가 없는 영화는 한번도 볼 가치가 없다." 차라리 더더군다나 책이라면 이라고 말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는군요. 두번 볼 가치가 없는 책이라면 우리의 의문을 해소하기 보다는 그러한 의문들의 그럴싸한 포장지이거나 혹은 우리들 자신의 눈가리개로 쓸만한 가치를 갖고 있는 Paper들에 불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군요.
음.. 너무 격하게 말했나요? 좀 온건하게 표현해 보죠. 나쁜 책들은 우리 머리 속의 위장에 포만감을 주지만 좋은 책들은 생각에 굶주리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

딸기 2004-10-08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묘님, 마지막 이야기(나쁜 책들은~~) 멋져요! 그렇지요, 책 읽고나서 기분 좋을 때 중의 하나는 "그동안 내가 생각을 너무 안 하고 있었구나"하는 각성을 하게 될 때이지요.
마냐님, 요새 빨리 읽는 연습하고 있다니까요 ^^

마냐 2004-10-0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묘님..정말 멋진데요. 흐흐. 전 머리속 위장의 포만감에도 길들여진게 아닐까 걱정되네요. ^^;;
 

내 책상위에는 책이 쌓여 있고, 나는 요즘 날마다 인터넷 서점을 들락거리고 있고, 비록 최근에는 책을 사지 않았지만 내가 이 서점에 쏟아부은 돈도 상당한 액수에 이르며, 심지어 책에 대한 글을 쓰는 블로그까지 갖고 있다. 그런데 책에 대한 애착은 갈수록 줄어만 간다.

책상 위의 책들을 하나 하나 불러본다. 시인이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추억과, 이국 여자애들 이름까지 다 불러봤던 것을 기리며. 책꽂이에 '신화의 힘', 책꽂이에 '엘러건트 유니버스', 책꽂이에 '신의 전사들', 책꽂이에 '도도의 노래',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타셴에서 출간된 영어판 작은 화집들... 허망하다. 저 책들을 씹어넘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적 허영심과 후까시를 향한 욕망을 여실히 드러내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책은 내게 '눈으로 읽고 손으로 흘려보내는' 것들이 되었다. 원래부터 애착이 없었나? 그것도 맞다. 책을 읽어제끼고 누구한테 줘버리거나 재활용상자에 내다 버리거나 사무실 귀퉁이에 '주인없는 책'으로 매장시켜 버리는 것이 나의 독서사이클이며, 기어이 그 신세로 전락하는 것이 내 책들의 운명이다.

언젠가 알고 지내는 후배는 "무인도에 갖고 갈 것들"하는 류의 심리테스트성 질문에 당당하게 "책"이라고 답하더라. 또 누구는 스스로 "책탐이 많다"하고, 또 누구는 "죽어도 책은 못 버린다" "책은 아무에게도 안 빌려준다"고 하는데 나는 영 그런 '책과 관련된 룰'이 없다. 굳이 룰을 따진다면, 책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니... 마치 돈처럼 돌고 돌되, 안돌아도 그만 돌아도 그만, 이라는 있으나마나한 룰이다. 책이라는 물질은, 그 네모진 덩어리 자체는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어져버린 것이다.

책방 블로그에서 이 따위 소리를 늘어놓자니 좀 이상한데, 책을 읽는다는 것에 너무나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을 종종 보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테레비를 보고 영화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일련의 행위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 행위 자체를 높이 숭상하면서 자부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무엇이 스스로를 '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 자부하게 만드는가?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이 많음을 자랑하는 것인지, 책에 퍼부은 돈이 많음을 자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시커먼 글자들과 그 사이 희뿌연 여백에서 얻은 상상과 행복과 기쁨을 예찬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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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03-2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왜 그리 욕심이 없으신지...
책 다 읽은 건 버리지 말고, 꼭꼭 싸매두었다가 절 주시오.

딸기 2004-03-3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이야 워낙 다독이시니... 제가 읽은 책들은 이미 진즉에 구두님 손을 거쳐갔던 것들이 아닐까 사료되옵니다.

바람구두 2004-03-3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그런 말씀을...
책이란 많고도 많은 것인데...
제가 어찌 다 읽는단 말이오.
그러지 말고, 좀 주시오. 흐흐.

비로그인 2004-10-07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수업시간에 집에 불이 나서 단 한가지만 갖고 나와야 한다면 무엇을 갖고 나올 것인가를 놓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거기 모인 학생들의 거의 대다수가 책이라고 대답했었지요. 저도 그 중의 한사람이었습니다. 무엇이 우리 모두를 그렇게 대답하게 했을까?

그때 일을 두고두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딸기 2004-10-07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뭘까... 제가 페이퍼에 쓴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라면 이해가 가기도 하는데요, 어떤 이유이신지 알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