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대 말에,그러니까 이수만이 즉각 발굴했던 'HOT'와 'SES' 등이 가요계를 강타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들은 이미 아이돌의 전설로 남아버린지 오래다. 그들을 아이돌 1세대로 말할 수 있다면,이제 1세대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자들은 그나마 각자 활동하다가 최근에 디지털 싱글 한 곡 들고 나와서 맹렬한 섹시 댄스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핑클 정도일 것. 그리고 2000년 도에 들어서는,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6학년 일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였나. 그때는 2세대라고 칭해졌던 'god'와 '신화'가 가요계를 휩쓸었다. 그때와서 내가 확실히 팬클럽 문화도 배우고,가수를 가족보다 더 열나게 사랑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미쳤었는지,씁쓸하기만 하지만 나도 그렇게 유행을 쫓는 어린 소녀 팬들 중에 하나였다.
2006년이 막 열린 지금. 2006년은 아직 시작한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번 년도에 대한 것은 약간 뒤로 미루고 2005년까지의 대세를 보자면 한국 가요계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2003년 도 말에 데뷔한 한 보이 그룹 때문에 아주 들썩였다. 이만큼 신드롬을 만들어낸 이들은 바로 동방신기. 이제 겨우 스무살 문턱을 넘은 다섯 명의 미소년들이 대한민국의 소녀들을 뒤흔들어놨다.
유난히 이번 년도에 상복이 많았던 동방신기. 그건 바로 2집 'Rising sun'의 영향이 컸다. 아마 1집 'Tri-angle'의 스타일을 계속 고수하고 나갔다면 이런 상복은 그들에게 오지도 않았을 것. 그리고 또 하나,음반판매량 1위를 차지한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전 멤버가 보컬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배가시킨 것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2집 'Rising sun'의 음악들이 1집보다 몇 곱절 성숙해졌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의 최대 장점은 역시나 전 멤버의 보컬 능력 향상이다. 특히나 과거의 보이 그룹들에서 유난히 노래잘하는 리드 보컬이 하나 톡 튀어나와 모든 주도권을 행사했던 것과는 달리 동방신기는 영웅재중,시아준수,최강창민 이렇게 세 명이나 각기 다른 음색을 가진 '보컬'들이 리드 보컬의 역할을 고루 나누고 있다. 개인적으로 믹키유천이 제일 맘에 들기는 하나,객관적으로 봤을 때 믹키유천의 보컬은 여리고 약하기만 한 느낌이 거의 다분하다. 그저 모성애를 자극시킬 뿐,고음 처리에는 맞지 않다. 그러나 아예 보컬 능력이 없다는 건 아니란 걸 안 것이 오락 프로그램에 나가서 피아노 치면서 노래 부르는 걸 몇 번 본 후였다. 가능성은 있으나,음색 자체가 너무 여려서. 유노윤호는 랩핑 처리에 더 알맞는 음색을 가지고 있고,노래를 부를 때 약간 붕 뜨는 듯한 느낌만 제거하면 좋은 보컬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시아준수. 굉장히 미성이다. 남자 답지 않게 인터뷰 할 때도 냥냥거리면서 얇은 목소리를 연출해낸다. 그러나 노래는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영웅재중과도 쌍벽을 이루고 있고,최강창민은 샤우팅 창법에 알맞는 파워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이들이 들고나올 3집이다. 3집에서는 과연 어떤 노래를 들고나와 또 전국을 들썩거리게 만들 것인지. 서포모어 징크스를 훌륭하게 깨부순 그룹이기에 배가된 부담을 주는 것이 그리 미안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동방신기가 테이트 뎃이나 엔싱크,백스트리트 보이즈,보다는 웨스트라이프를 닮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재 god까지 해체하는 판에 이제 한국 가요계에 거물급으로 남은 보이 그룹은 신화 정도다. 물론 보이 그룹의 상업성을 부정할 순 없지만 영국의 웨스트라이프도 처음에는 꽃미남 보이 그룹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남아버렸다. 물론 웨스트라이프에서도 항상 여러 사건 터뜨리던 브라이언 맥파던이 홀연히 솔로 선언을 하고 나가버리긴 했으나 나머지 네 명이 그 일로 타격 받지 않고 최근에 새 앨범 'Face to face'를 발표해서 좋은 성적을 얻고 있는 걸 보면 보이 그룹이 영원히 남아있지 못하리라는 명제는 약간 틀렸다고 본다. 더군다나 동방신기가 처음에 내건 이름이 바로 '아카펠라 그룹'이다. 한국 가요계의 상업성에 져 버려서 지금은 그냥 댄스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기는 하나,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더 이상 댄스 쪽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본격적으로 내걸었던 목표,아카펠라로 나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게 바로 동방신기와 지금까지의 보이 그룹들과의 다른 면모다. 다른 그룹들이 그저 댄스 가수 하나로 쭉 나가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험난하게 찾아 나섰다면,동방신기는 이미 정해져 있는 미래를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약간은 미래의 불안감을 좀 더 줄일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그때까지 지금도 훌륭한 보컬 실력을 더 갈고 닦아서 오랫동안 팬들 곁에 남아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부족한 글을 동방신기가 본다면 더 좋겠지만,아쉽게도 그럴 가능성은 백만 분의 일도 없으니.....정말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