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erie라는 가수는 요즘에 와서 우리 나라에 많이 알려졌다. 알다시피,그녀는 미국계 아버 지와 한국계 어머니를 둔 혼혈 계통의 사람이다.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흑인 아버지를 둔 모양이다. 약간 흑인 삘이 나고,그녀의 보이스에서도 흑인 특유의 깊이가 묻어난다. 벅스 뮤직에서 그녀의 음악을 듣고 특이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단 관심이 가면 나는 벅스 뮤직에서 음악을 듣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도 그것과 같은 케이스였다.
  에이머리의 음색은 상당히 시원시원하다. 뭐라고 말할 수 없이 카랑카랑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을 지니고 있다. 굉장히 좋은 보이스를 구사한다고 말해도 결코 오버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상당히 미국적이다. 음악 또한 미국에서 성장하지 않았다면 이런 노래를 부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단박에 스칠 정도로 미국적이다. 요즘 팝 시장의 추세는 단연 R&B와 힙합을 곁들인 노래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그 노래들을 부르는 사람은 거의 흑인이 대부분이다. 이 부류에 에이머리도 낀다. 그러나 에이머리는 완벽하게 힙합으로 치우지지도 않은,그렇다고 제니퍼 로페즈 같이 완벽하게 댄스 플로어에서 에어플레이 되는 노래를 부르지도 않는다. 노래 자체는 흥겹지만 단순히 그것보다는 특별한 무언가가 더해진 느낌이다. 어쨌든 나는 개인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남의 말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벅스 뮤직에서 에이머리의 음악을 들을 때는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남의 평가와 내 평가가 상이하게 다른지,아니면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매우 궁금했기 때문이다. 다들 굉장히 좋은 평가를 내놓는 편이었다. 또 하나. 내 친구가 말하길 에이머리의 보이스는 완전히 짬뽕된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냥 스쳐가는 말이었는데 음반 밑에 달린 댓글들 중에서도 비슷한 소리를 본 것 같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유자재로 솟구치는 고음을 잘 컨트롤해낸다. 그리고 상당히 유혹적이다. 그리고 맛깔스럽다. 또한,자넷 잭슨의 보이스와 굉장히 많이 닮은 면이 있다. 듣는 순간 청아하면서도 꽉 찬 느낌이다. 마야의 보이스와도 닮은 면이 있다. 다만 약간은 불안불안하는 듯한 마야의 보이스보다는 강한 느낌이다. 약간 꺾는 듯 하며 노래 안에 자신의 감정을 잘 살릴 때는 비욘세의 보이스와도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즉,보이스에서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결코 에이머리의 개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친근하게 다가오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중독시킨다.

개인적으로 비욘세를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비욘세의 고음은 약간 막힌 듯한 느낌을 줄 때가 많았다. 바이브레이션의 강도도 약간은 높은 편이고 노래 잘하는 가수고,섹시하고 이쁘다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약간은 답답해. 라는 생각을 가끔 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에이머리는 그 답답함을 말끔히 해소하는 좋은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강점이다.

영화 '히치'에 삽입된 '1 thing'을 너무 들어서 질릴 즈음,나는 또 노래 탐색에 나섰다. 나는 제목만 보고 그냥 아무거나 듣는 편이 많아서 이 앨범의 여섯 번째 트랙인 'Takin' about'을 들을 때도 그렇게 즉흥적으로 골라서 들었다. 이 노래는 상당히 특이한 구성의 노래다. 아마 그 예전에(지금은 그냥 흔히 있는 노래다 라고 생각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Boys'를 들었을 때의 충격이 이 노래에서 재연됐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그냥 비슷하네,뭐-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많을테지만. 이 노래는 훅이 매우 강렬한 노래다. 노래가 시작될 처음에는 흥겨운 멜로디에 코러스를 깔며 들어간다. 관악기가 정기적으로 연주하는 훅은 에이머리의 보컬 아래서 굉장히 큰 위력을 발휘한다. 한 부분 부르고-탁,한 부분 부르고-탁,한 부분 부르고 탁탁탁-이런 식으로 강렬하게,그러나 똑같은 음으로 이 노래의 1절을 장식하다 2절에 들어가는 부분,바로 'It's so hard for me to believe'이 부분에서 그 똑같은 음이 약간은 변질된다. 분위기가 그 하나의 훅으로 인해 확 바뀌는 것이다. 이 노래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에이머리의 보컬이 아니다. 바로 저 정기적으로 튀어나오는 훅이다. 몇 음 내려가고 몇 음 올라간 음을 연주한 것 뿐인데 노래의 분위기는 잠깐 바뀌었다,다시 원래대로-다시 잠깐 바뀌었다가 나중에는 더욱 더 고조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긴장감 또한 늦추지 않는다. 고음을 공략하며 즐겁게 노래하는 에이머리를 바로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그녀와 리듬과,멜로디와 가사는 잔뜩 밀착되어 있다. 흥겹게 고개를 까딱까딱할 수 있을 만큼 노래는 매우 훌륭하고 즐겁다. 여기서 이 노래는 약간의 엇박자를 잘 다룬 진수를 보여준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리듬이 많은 우리 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팝 음악들은 힙합의 영향인지 엇박자를 많이 차용하는 편이다. 물론 무엇이 더 좋고 훌륭한지는 가려낼 수 없다. 그것은 문화적 차이이기 때문이다. 엇박자와 미국 특유의 파티 넘버인 듯한 흥겨움은 잘 맞아 떨어져 여러 좋은 노래를 낳고 있다. 나는 단지 개인적으로 우리 나라의 딱딱 맞아 떨어지는 댄스 넘버보다는 흥겹고 몸을 흔들 수 있는 미국의 파티 넘버를 좀 더 좋아하게 됐다. 에이머리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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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11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가 수준의 글이군요. ^^
참, 늦었지만 '즐거운' 개학 축하합니다.

야간비행 2005-08-1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이제서야 댓글을 봤네요~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ㅋㅋㅋ개학했는데도 여전히 졸립기만 해요,ㅎㅎ

야클 2005-08-1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야간에 을 안자고 비행을 해서 그럴겁니다.ㅋㅋㅋ


야간비행 2005-08-14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하하하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