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두를 자전거 트레일러에 태우고 동네를 돌았다.

어줍잖게 해외로 열흘이나 갔다온 뒤라 딸아이에게 잘해줘야 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하고....

오랜만의 마차(트레일러)탑승이라 좋아라 하는 녀석을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좋고...

중간에 자전거를 세우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게 해줬더니 제법 잘 타는 것이 대견하다.

헬멧과 보호장구를 갖추고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니 어느새 훌쩍 커버린 느낌이 든다.

세상이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는 가운데 너무나 빛나는 연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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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 전의 이야기지만 이 글을 쓰는 나에게도 고등학생 시절이란 것이 있었다.

혹자는 그리운 학창시절 운운하며 그 시절을 떠올리곤 하지만, 나의 경우는 고등학교 3년 동안을 다시 생각해 보면 참 어떻게 그러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몸서리가 쳐진다.

입학하는 날부터 밤 10시 30분까지 계속된 야간자율학습은 명절과 개교기념일(이 날은 이른바 성공한 선배님들께서 밴드를 불러서 운동장에서 개교開校를 너무나 열성적으로 기념하셨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공부가 도저히 안 된다.)을 제외하고는 계속되었다.

시간을 아껴 공부하라는 학교 측의 ‘친절한’ 배려로 청소는 아침에 주번이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책상사이를 물걸레로 대강 한번 바르고 가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 때문에 몇 년을 묵혀온 먼지로 인해 항상 기관지 염증과 감기 증세에 시달리는 다수의 학생들은, 흔들어서 소리가 나지 않아야 진품이라는 진해거담제 ‘용**’이란 약을 늘 가지고 다녔다.

대학입시에 들어가지 않는 과목의 수업은 3년을 통틀어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시간만 수업을 했고, 당연히 음악과 미술, 체육 수업시간은 2학년 이후로는 공식 국, 영, 수 자율학습시간이 되어 버렸다.

짧은 머리와 단정한 옷차림에 저항하는 투사형 학생들에게 돌아오는 건 언제나 선생님들의  몽둥이 질이었고 지난밤 ‘자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유’를 찾아 내달음질 쳤던 야간자율학습 탈주학생들에 대한 몽둥이질 역시 매일아침 거의 모든 반마다 계속되었다.

그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수많은 이름 모를 나의 후배들은 학교정문을 나가자마자 이번에는 온갖 사설학원에서 마중 나온 승합차에 실려 가서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책걸상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08년 4월 15일, 정부가 우열반 편성, 0교시, 심야보충수업에 대한 규제를 푼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는데, 정부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학교 자율화’를 통해 그동안의 부작용을 막겠다는 나름의 조치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이 누구를 위한 자율인지에 대해서는 애써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해방 이후 우리의 교육정책 안에 학교의 당당한 구성원이라 할 수 있는 학생에게 진정한 자율이 존재했었던가?  교장으로 대표되는 학교 내 권력의 자율이 모자라서 이 땅의 교육현실이 오늘날처럼 팍팍해 졌을까?

며칠 전 서울에서 있은 ‘학교자율화반대 청소년 촛불문화제’에 청소년들이 들고 나온 피켓에는 “밥 좀 먹자. 잠 좀 자자.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라고 쓰여 있었다.

이런 구호는 ‘공부’를 ‘일’로 바꿔 놓으면 19세기 산업자본주의의 폐해가 극에 달했을 시기, 노동자들의 주장이었다. 1970년대의 대한한국, 밀폐된 다락방 같은 공장에서 하루 12시간 이상씩 미싱을 돌렸던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자기 몸을 내던졌던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었다.

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는 이런 현실에 대해서는 모르쇠에 가깝게 일관하며, 갑자기 튀어나온 정부당국의 “학교자율화 추진계획”이 청소년들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권과는 별 연관이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학생들의 참 행복을 위해 그들에게 진정한 자율을 줘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다면 118년 전의 노동절에서나 들었을 법한 노동자들의 구호를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서 집단적으로, 조직적으로 들을 수 있음을 정부당국은 하루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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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2008년 5번째 독서모임 (5월 16일)


[눈물은 왜 짠가, my impression]

                                -J.Y.E- 


  사람이란, 제가 경험한 만큼 아는 법이다. 또 자기가 겪은 만큼, 딱 그만큼의 깊이만큼만 사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이 책의 저자가 가지고 있을 사유의 깊이는 감히 내가 상상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시인이라는 직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원자력발전소 근무경력, 농장 살이, 대리점 잡부, 남의 집 살이, 가족의 파산과 그로 인한 생이별, 가난, 늙은 어미마저 제대로 거두지 못하는 못난 아들로서의 고뇌..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산문 형식에 ‘이게 뭐냐’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지만, 책을 다 읽은 후에는 하나의 흐름으로 엮여지는 이 모든 이야기가 영상처럼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을 덮은 후 떠오르는 두 가지 단어는 어머니와 가난이었다. 가난에 관하여는- 이 모임을 통해서도 지금의 내 생활이 가난과 가장 맞닿아 있는 것 같다고 누차 이야기를 했으나 이를 가난이라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운 구석이 많아 그냥 넘어가려 한다. 그래서 이제 막 서문을 시작했으나 이 글을 읽으며 느낀 내 어머니에 관한 간략한 감상을 몇 마디 적고 마치련다. ㅎㅎ

  설렁탕집에서 주인의 눈치를 보며 고기 국물을 아들에게 부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에서도, 기다림이 가득 밴 밥상을 차려놓고 달빛에 젖어가며 남편과 아들을 기다리던 어머니의 모습에서도 내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져 눈시울이 시큰했지만, 나는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놓았나’라는 시가 가장 마음에 남는다.




마음 마중 나오는 달 차부집 길이 있어

어머니도 혼자 살고 나도 혼자 산다

혼자 사는 달 시린 바다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 놓았나




  혼자 사는 살림이라 매일은 아니지만, 음식쓰레기를 버려야 하는 날이면, 베란다 창가에 턱을 괴고 서서 쓰레기 아저씨를 기다린다. (남자친구는 자기 아닌 다른 남자를 밤마다 기다린다고 때마다 성화다.) 아저씨가 다녀가시자마자 깨끗이 비워놓은 통을 얼른 집 앞에 가져다 놓는다. 싹수 없는 무임승차자가 밤새 자기 집 쓰레기를 갖다 버리는 꼴을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건, 아저씨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내가 유일하게 밤하늘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사람들이 밤에는 마음이 흐물해지고 괜시리 감상에 젖는다는데, 그래서인지 밤이면 연인보다도 나의 가장 절절한 피붙이, 엄마가 훨씬 그립다. 아빠는 그 시간까지 술 한 잔 꺾으실테고- 아마 그 때쯤이면, 우리 엄마도 집에 혼자 계실 거다. 그럼 괜시리 엄마가 안쓰럽고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무뚝뚝한 딸이라 아직 사랑한다는 말도 한 번 못 해봤고, 그런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해서 직접 전화를 건다거나 연락을 취해본 일도 한 번 없지만, 달이 마음 마중을 나오는 날도, 그리고 매순간마다- 엄마가 늘 행복하시길, 내가 그 가슴에 훈장 같은 자식이 되어드릴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이젠- 조금만 더 살가운 딸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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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꺼리]

* OJH : ‘안치환-소금인형(류시화 시). 책을 읽으며 생각난 시와 노래를 함께하고 싶다.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알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네.




* HSM :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 있는가?

* LSJ : '가난'의 정의를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어떤 상태가 가난인지.. '물질적으로 가난해도 마음이 부자이면 걱정이 없다'는 말은 과연 합당한 말일까? 또한, 강화도에서 외롭게 혼자서 살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어떤 삶을 얘기하려 하고 있는 것일까?

* YKH : 작가의 삶의 무능력에 관하여.. (내내 욕했다.)

* JYE : 어머니에 관한 가장 애틋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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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하게 참 철없이 - 2009 제11회 백석문학상 수상작 창비시선 283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8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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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황조롱이 한 마리 공중에 떴다, 16층 창밖에 정지 상태다

내 눈썹 높이와 한 치 어김없는 일직선이다

생각하니, 허공에 걸린 또하나의 팽팽한 눈썹이다

이 높이까지 상승기류를 타고 그는 순식간에 떠올랐겠으나

엘리베이터에 휘청휘청 실려온 나, 미안하고, 또 괜히

무안하다

그는 왼쪽에서 미는 구름과 오른쪽에서 미는 구름을

양 날개 속에 숨겼다

위에서 내리누르는 바람과 아래에서 떠받치는 바람을

발톱끝에 말아 쥐었다

그는 침묵하고 있다,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부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졌다

나는 낡아가는데,

그는 오만한 독학생 같다

세상의 책에다 밑줄 하나 긋지 않고 있다, 밑줄 같은 건

먼 산맥의 능선과 굽이치는 강물에다 일찌감치 다 그어두었

다는 듯

그는 날쌘 황조롱이, 나는 조롱 한번 해보지 못하고

쭈글쭈글해졌다

별을 따기 위해 홀로 빛나기 위해 하늘의 열매를 탐해

공중에 뜬 게 아니다 그는

벽을 치고 창을 달고 앉아 있는 나하고는 상관없이

내리꽂힌다, 시속 이백 킬로미터나 되는 속도로, 땅 위의 한

마리 들쥐 때문이 아니라

내리꽂혀야 하므로, 그는 나를 조롱하듯 내리꽂힌다

 

 

 

통영 서호시장 시락국

 

새벽 서호시장 도라무통에 피는 불꽃이 왁자하였다

어둑어욱한 등으로 불을 쬐는 붉고 튼 손들이 왁자하였다

숭어를 숭숭 썰어 파는 도마의 비린내가 왁자하였다

국물이 끓어넘쳐도 모르는 시락국집 눈먼 솥이 왁자하였다

시락국을 훌훌 떠먹는 오목한 입들이 왁자하였다

 

 

 

백석(白石) 생각

 

통영바다는 두런두런 섬들을 모아 하숙을 치고 있었다

밥 주러 하루에 두 번도 가고 세 번도 가는 통통배

볼이 오목한 별, 눈 푹 꺼진 별들이 글썽이다 샛눈 뜨는 저녁

충렬사 돌층계에 주저앉아 여자 생각하던 평안도 출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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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mb정권을 봉숭아 학당이랜다..푸하하하

진중권을 개그콘서트 작가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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