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일전쟁 한림신서 일본학총서 7
후지무라 미치오 지음, 허남린 옮김 / 소화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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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3년 미국의 동인도함대 제독인 페리에 의해 강제로 개항을 한 일본이 이후 1868년의 메이지유신을 거쳐 1894년 청일전쟁에 이르기까지의 산술적인 시간은 불과 40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은 개항당시에 경악스런 눈으로 쳐다보던, 미국의 쇠로 만든 배(군함)를 불과 20-30년 만에 건조해 내었고 성능과 규모도 당시의 동북아 전통의 강국이었던 중국을 능가한 것이었다.

중간에 메이지유신이라는 그들 나름의 효율적인(번체제보다는..) 정치적 변동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아시아의 소국에 머물렀던 일본의 변신은 놀라웠다.

당시 일본이 근대화의 방법으로 선택한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천황을 비롯한 관료집단은 물론, 특히 언론이 거의 모든 사안에서 한 술 더 떠서 선동하고 있음은 오늘날에도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일전쟁에 승리하고도 삼국간섭에 의해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일본은 이 전쟁으로 국제무대에 당당한 제국주의체제의 일원으로 데뷔하게 된다.

그들의 근대를 위한 첫 발걸음과 그 이후의 행보는 이후 아시아 민중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을 선사했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헌법 개정을 완료하고 착실한 군비증강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서북공정을 마무리하고(물론 요즘의 티벳 사태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지만..)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문 어디를 찾아봐도 세계정세와 동북아 정세에 대비한 준비와 대안마련에 대해서는 찾을 수가 없다.


이 책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시작에 대한 기록이었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의 일본 관리들이 세계정세를 보는 눈은 냉철했고 그들의 준비는 무서울 만큼 치밀했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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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뜬한 잠 창비시선 274
박성우 지음 / 창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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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기억하고 싶은 문구가 나타나면 책의 윗쪽을 접고 중간에 책을 읽다 잠깐 놓을 일이 생기면 책의 아랫쪽을 접습니다.

이 시집은 책의 윗쪽을 참 많이 접었습니다.

 

삼학년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억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싸전다리

 쌀 됫박이나 팔러  싸전에 왔다가  쌀은 못 팔고 그냥 저

냥 깨나 팔러 가는 게 한세상 건너는 법이라고 , 오가는

이 없는 싸전다리  아래로 쌀뜨물같이 허연 달빛만 하냥

흐른다

 

야 이놈아,  뭣이 그리 허망터냐? 

 

 

건망증

깜박 나를 잊고 출근버스에 올랐다

어리둥절해진 몸은

차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방문 밀치고 들어가 두리번두리번

챙겨가지 못한 나를 찾아보았다

화장실과 장롱 안까지 샅샅이 뒤져 보았지만

집안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몇 장의 팬티와 옷가지가

가방 가득 들어 있는 걸로 봐서 나는

그새 어디인가로 황급히 도망친 게 분명했다

그렇게 쉬고 싶어하던 나에게

잠시 미안한 생각이 앞섰지만

몸은 지각 출근을 서둘러야 했다

점심엔 짜장면을 먹다 남겼고

오후엔 잠이 몰려와 자울자울 졸았다

퇴근할 무렵 비가 내렸다

내가 없는 몸은 우산을 찾지 않았고

순대국밥집에 들러 소주를 들이켰다

서너 잔의 술에도 내가 없는 몸은

너무 가벼워서인지 무거워서인지

자꾸 균형을 잃었다 금연하면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을 것 같은 몸은

마구 담배를 피워댔다 유리창엔 얼핏

비친 몸이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옆에 앉은 손님이 말을 건네 왔지만

내가 없었으므로 몸은 대꾸하지 않았다

우산 없이 젖은 귀가를 하려 했을 때

어딘가로 뛰쳐나간 내가 막막하게 그리웠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들리다

뒤척이는 밤, 돌아눕다가 우는 소릴 들었다

처음엔 그냥 귓밥 구르는 소리인 줄 알았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누군가 내 몸 안에서 울고 있었다


부질없는 일이야, 잘래잘래

고개 저을 때마다 고추씨 같은 귀울음 소리,

마르면서 젖어가는 울음소리가 명명하게 들려왔다

고추는 매운 물을 죄 빼내어도 맵듯

마른 눈물로 얼룩진 그녀도 나도 맵게 우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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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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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책을 접하게 되면 새삼 책이 열어주는 새로운 세계와 책을 매개로 한 시공을 초월한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문학적 연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열하일기’에 대해서는 인터넷 검색어를 치면 나오는 수준에도 못 미치는 텅 빈 지식창고를 가지로 있던 나로서는 열하일기와 연암과의 만남을 너무나 수월하게 만들어준 작가의 수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만약 이 책을 통하지 않고서 맞딱드린 열하일기와 연암은 가뜩이나 지적능력이나 이해력이 바닥인 나로서는 얼마나 힘들고 권태로웠을까?

솔직히 저자가 인용한 ‘열하일기’의 포복절도할 코믹한 장면들도 저자의 상세한 설명이 없었다면 나로서는 희미한 미소조차 짓지 못했을 것이다.

혹자는 저자가 너무 가볍게 ‘열하일기’에 대해서 접근한 것이 아닌가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어느 한 단어, 문장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연암’이고 보면 열하일기의 대중 교양서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18세기 ‘실학’ 혹은 ‘근대성의 발견’ 정도로 묶어두기에는 너무나 자유로웠고 또 너무나 천재적이었던 연암에 대해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열하일기’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가가고 싶음을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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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55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
 
 
 
오 하느님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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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사극에서 부패한 관리를 쳐부수는 의적들과 그에 맞서는 관리들의 활극을 무심히 보다가  사또나 장군들 밑에서 창과 칼을 들어야 하는 군졸들의 입장이 어떠했을까 궁금한 적이 있었다.

중간급 관리 이상이야 이해된다고 해도 말단 병사들의 정치사회적 위치야 쳐들어오는 임꺽정류의 의적들과 별반 틀린 게 없을 것 같은데 도대체 그네들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전투에 임했을까?

 국가의 운명을 건 전쟁은 중요하지만 왕과 장군이 아닌 참전하는 일반 필부의 입장에서야 영화 ‘황산벌’의 마지막 장면에서와 같이 살아 남는다는 것, 살아남아서 홀로 남은 어머니, 혹은 처자식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점령국 일본과 식민지조선, 2차 세계대전이라는 개인 삶의 행복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역사의 무거운 수레바퀴 아래에서 식민지 청년이 겪어야 했던 기구한 삶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몇 백만 아니 몇 천만의 죽음이라는 텍스트 속에 자칫 무감각해지는 전쟁속의 개인과 삶,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했다.

전쟁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죽여야 하는 목표를 가진 국가적 집단적 행위이기 때문에 인간 개개인에게는 필연적으로 비극적이다. 또한 국가로 대표되는 집단이 개인에게 가할 수 있는 폭압적 억압의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비극의 종합선물셋트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식민지청년에서 일본군, 소련군으로, 소련군에서 다시 독일군, 미군포로로 이어지는 식민지 청년의 기구한 삶에서 민족적 ‘울분’보다는 주인공인 신길만이 그의 부모로부터 배워 위험한 순간마다 되뇌었던 ‘관세음보살’ ‘호랑이한테 열두 번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주문(?)의 반복에서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인간 본연의 의지를 이 책에서 읽었다고 하면 내 시각이 너무 개인적인 것일까?

 

많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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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4-0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무한경쟁에 몰려, 이리저리 쓸려다니는 작금의 현실도 그러한 것 같아, 역시 비극의 종합선물세트로 몰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간을 공포, 이겨야 한다는 강박으로 내모는 것이 국가의 집단적 행위이기때문에 인간 개개인에게는 필연적으로 비극이다.

필부의 삶은 넘 고달픈데... ...
 
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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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책 몇 권을 고르라면 그 중에 꼭 넣고 싶은 책 중의 하나가 이 책 ‘책만 보는 바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로서는 학창시절 조선후기 실학을 여러 갈래에서 꽃피웠던 - 그래서 시험공부를 위해 저자와 그가 지은 책의 앞 글자만 따서 외우기도 했던- 박제가, 유득공, 이덕무가 ‘서자’라는 시대의 장벽에 가로 막힌 인물들이었다는 것과 ‘원각사 십층석탑- 백탑’을 지근거리에 둔 이웃이었다는 점은 뭔가 드라마틱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책만 보는 바보...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는 책만 그저 좋아 했던 책상물림의 서생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실제 책의 내용은 서자의 운명으로 태어나 돈을 벌수도 없고, 그렇다고 벼슬길에 나 갈수도 없는 半양반 신세로서 그야 말로 책만 볼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바보 아닌 바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에는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그런 시대의 벽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책을 읽고 세상에 대해, 학문에 대해 교류하였던 친구들과 그런 그들을 편견 없이 지켜보며 흔쾌히 인생의 선배와 스승의 역할을 담당해 주었던 홍대용, 박지원은 교과서와 활자 속에서 걸어 나와 참 스승, 훌륭한 인간의 면모로 새롭게 다가왔다.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도 책을 읽는 이덕무의 모습을 어이 없기까지 했지만 묘사가 실감나고 또 구체적이어서 그랬는지 나까지 공연히 배가 고프고 추워지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모 신문에서 우리사회가 이렇게 까지 힘들어 진 이유의 하나로 ‘연대의 실종’을 들었던 것에 대해 무척 공감했었다.

80년의 광주, 87년 민주 항쟁 때와 같이 역사의 고비마다 우리는 학생과 노동자, 넥타이 부대, 자영업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격의 없이 어깨동무를 했었다. 하지만 요즈음 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수많은 대책위원회는 많이 만들어지지만 사람과 사람, 단체와 단체 사이의 실질적인 연대는 쉽지 않은 것 같다.


250여년전에 대사동(大寺洞) 백탑아래에서의 눈물겨운 우정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대가 마냥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 이덕무가 쓴 <간서치전 看書痴傳-책만 보는 바보이야기>에 살을 보태 이렇게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 저자 안소영씨는 남민전, 구국전위 사건으로 삶의 오랜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수학자 안재구선생의 따님이라고 한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에 사상범 아버지를 감옥에 둔 딸의 심정과 서자 이덕무의 마음이 통하여 이런 글을 낳게 된 것은 아니었는지 주제넘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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