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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항해술
어슐러 K. 르 귄 지음 / 황금가지
“SF의 마법사 르 귄이 말하노니, 글쓰기 규칙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이 항해하라!"
<어스시의 마법사>, <어둠의 왼손> 등의 소설을 창조한 SF 소설의 대모 어슐러 르 귄. 휴고상, 네뷸러 상 등을 수차례 수상했으며, SF 소설가가 노벨문학상을 탄다면 그것은 르 귄이 될 것이라는 평을 받는 대작가가 공개한 '영업 비밀'이 책 한 권에 담겼다. <유혹하는 글쓰기>를 통해 스티븐 킹이 말한 작법론이 작가 개인의 화려한 이력에 집중되어 있다면, 그녀의 강의는 보다 실제적이다. 소리와 구두법, 시점과 화법에 대한 자신만의 이론을 제인 오스틴, 마크 트웨인 등의 문장을 통해 설명하고, 문학 창작 모임을 여는 이들에게 합평회에 대한 조언을 선사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이론적이면서도, 따분함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널리 알려진 글쓰기 규칙들이 오히려 글쓰기의 재미를 방해하고 있음을 정확히 지적한다. 글쓰기를 자유로운 항해로 정의하는 르 귄에게 글은 말이자, 소리이며, 리듬이고, 마땅히 즐겨야 할 것이다. 어슐러 르 귄과 함께 항해하는 스토리의 바다에서, 독자는 낭독과 합평의 즐거움을, 무엇보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건져낼 수 있을 것이다.
- 문학 MD 김효선
책 속에서 : 학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명료하게 쓰라고 하고, 기자들은 자기들만의 괴상한 글쓰기 규칙이 있는지라 좋은 문장이란 오로지 짧은 문장이라는 개념으로 머릿속이 꽉 차있다.
짧은 문장만이 좋다는 건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들에게나 해당된다.
매우 짧은 문장들은 단발적으로 나오든 연속적으로 이어지든간에 올바른 장소에 쓰인다면야 무섭도록 효과적이다. 그러나 순전히 짧고 간단한 구문의 문장으로만 쓰인 산문은 단조롭고, 고르지 못하고, 날이 무딘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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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갱스터
레이먼드 피스먼 & 에드워드 미구엘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즈니스맵
"부패, 폭력, 빈곤의 삼박자 밑에 도사리고 있는 그들을 추적한다!"
40년 전 일인당 국민 소득이 2~3천 달러에 불과했던 두 나라, 케냐와 한국.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천연 자원을 갖고 있던 케냐는 왜 한국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한 것인가?
세계 경제발전의 이면을 연구하는 재기 넘치는 경제학자 레이먼드 피스먼과 에드워드 미구엘은 케냐의 빈곤이 신생독립국 케냐 국민들에게 닥친 부패와 폭력이라는 쌍두마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부패한 정치인과 밀수꾼 등 양심에 구애 받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쫓아 범죄적 행위를 일삼는 ‘이코노믹 갱스터’들로 인해 세계 경제의 발전이 발목 잡히고 있는 사례들을 추적한다.
특히 유엔에 파견된 각국 외교관들의 불법주차 건수와 그들 국가의 부패지수가 보여주는 상관관계를 파헤치는 장면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세계 경제발전의 불균형이라는 거대한 아젠다를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문장과 사례들로 풀어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 경영 MD 장선희
추천사: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독창적인 두 사람의 경제학자가 경제학적인 탐정 활동이라는 특이한 솜씨를 발휘하여 폭력과 부패, 빈곤 문제를 파헤친다. 저자들의 뛰어난 솜씨는 얼핏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뉴욕시의 불법 주차 통지서에서부터 감기에 걸린 수하르토의 이야기까지)을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로 둔갑시킨다. 경제학 서적 가운데 이처럼 재미있고 똑 소리 나는 책은 흔치 않다. – 스티븐 레빗 <괴짜 경제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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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조지 오웰 작품 가운데 맨 앞에 두어야 할 책"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카탈로니아 찬가>, <동물농장>, <1984>. 우리에게 알려진 조지 오웰의 작품을 집필 순서로 배열해보았다. 그가 남긴 수많은 에세이 가운데 29편을 가려 뽑은 <나는 왜 쓰는가>는 왜 앞서 제시한 순서가 <동물농장>과 <1984>를 앞에 두는 것보다 자연스럽고 의미 있는지, 조지 오웰의 삶과 작품이 맺고 있는 구체적인 관계가 무엇인지, 작품에 담긴 사유의 단초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29편의 글 역시 집필 순서대로 놓였는데, 차례대로 읽어가며 삶과 생각의 변동과 진폭을 더듬어보아도 좋고 관심이 가는 주제부터 골라 읽어도 충분하다. 책과 글에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서점의 추억’, ‘어느 서평자의 고백’, ‘나는 왜 쓰는가’에 눈이 갈 테고, 조지 오웰의 정치성이 궁금하다면 ‘나는 왜 독립노동당에 가입했는가’, ‘좌든 우든 나의 조국’, ‘민족주의 비망록’에 손이 갈 것이다. 흥미로운 꼭지를 먼저 읽되 가능하다면 전체를 차례대로 읽어보길 권한다.(‘어느 서평자의 고백’을 읽고도 이런 식상한 표현을 남발하다니)
명문으로 꼽히는 표제작 ‘나는 왜 쓰는가’에서 오웰은 글쓰기의 동기를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으로 정리한다. 글을 쓰고자 하는 충동은 대개 첫 번째 이유에서 발현하지만, 가장 따를 만한 동기는 네 번째라고 못을 박는 그가, <카탈로니아 찬가>는 노골적으로 정치적인 책이고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해보려고 시도한 최초의 책이 <동물농장>이라 하니 이 책 <나는 왜 쓰는가>는 서두에 제시한 책들 맨 앞에 두어야 마땅할 것이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 (중략)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 나의 출발점은 언제나 당파성을, 곧 불의를 감지하는 데서부터다. 나는 앉아서 책을 쓸 때 스스로에게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하지 않는다.(294~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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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케네스 그레이엄 지음, 로버트 잉펜 그림, 원재길 옮김 / 살림어린이
"아동 문학의 자존심! 출간 100주년 기념 특별판"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어린 시절을 환하게 밝힌 작품, '아기 곰 푸우' 시리즈의 작가가 어느 가정에나 한 권씩 갖추어야 할 책이라고 극찬한 작품. '영국 아동 문학의 자존심'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세기를 넘어 사랑받아온 고전,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의 출간 100주년 기념 특별판이 출간됐다.
호기심 강한 두더지, 영리한 물쥐, 지혜롭고 따뜻한 오소리, 그리고 마을 최고의 부자인 두꺼비. 영국 남부 시골 강가의 네 친구들이 모여 떠나는 신나는 모험담이자, 우리 인생의 중요한 가치-사랑과 모험심, 평화, 자유-를 빼어난 상상력으로 그려낸 동화다. 시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 어린이들을 매혹시켜온 이 작품에는, 모두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단순하고 착하고 정 많은 동물친구들이 있다. 잔잔한 유머와 독창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순간 두더지는 두 다리가 머리보다도 높게 허공으로 휙 올라갔다. 곧바로 이미 뒤쪽에 자빠져 있던 물쥐를 그대로 깔고 드러누웠다. 화들짝 놀란 두더지는 뱃전을 꽉 붙들었다. 그러나 풍덩! 보트가 뒤집혔고, 두더지는 강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어이쿠, 강물이 어찌나 차갑고, 감촉은 얼마나 축축하던지! 두더지가 계속해서 물속으로 깊이 가라앉을 때, 강물이 귓가에서 어찌나 요란한 소리를 내던지! 두더지가 수면 위로 도로 올라가서 콜록거리며 입에서 물을 뿜어낼 때, 태양이 얼마나 밝고 반값게 여겨졌던가! 뒤이어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을 때, 두더지는 얼마나 어두운 절망감을 맛보았던가! 어느 순간 튼튼한 앞발 하나가 두더지의 뒷덜미를 힘껏 낚아챘다. 바로 물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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