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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의 역습 유진규 지음, 미디어초이스 방송제작 / 김영사on
"99.9% 살균? 우리는 지금 건강을 살균하고 있다!" 타사 제품보다 5배나 탁월한 항균작용을 한다는 핸드워시, 빨기 힘든 섬유 속 냄새와 함께 세균도 제거해 준다는 탈취제, 그리고 청소만으로 집안 곳곳을 99.9% 살균해 준다는 스팀 청소기까지. 이 중 한 제품 정도는 '우리 가족 생필품 목록'에 그 이름을 빠짐없이 올려놓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살균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역사상 유례없는 아토피와 천식, 음식 알레르기로 고통받고 있는 것인가?
이 책은 2013년 3월 방영된 SBS 스페셜 '99.9% 살균의 함정'의 원작으로 청결 강박에 사로잡혀 완벽한 살균을 고집하는 현대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충격적인 진실을 밀도 있게 전하고 있다. 위생과 청결에 민감해진 현대인이 우리 몸에 유익한 세균까지 모두 죽임으로써, 면역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게 되고 그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아토피, 비염, 천식과 같은 면역질환이라는 것이다. 세균에 대한 무지에서 온 우리의 지나친 청결습관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고 좋은 세균, '유익균'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의미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 가정/건강 MD 도란
책 속에서 :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취재하면서 나는 인간의 몸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갖게 되었다. 몸은 인간 세포와 미생물이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진 연합체였다. 그리고 알레르기를 비롯한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많은 질환이 이 공생 미생물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생겨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2년여에 걸친 취재를 마무리하며 정리하는 중에도 내가 취재한 어마어마한 사실 앞에서 겸허해진다. 현미경 속에서 꼬물거리는 그 작은 존재들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했던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세균과 바이러스도 몸의 일부라는 점을 보지 못한 의학계의 낡은 패러다임, 그리고 인간의 우월의식이 문제였다. 현대인의 재앙이라고 하는 각종 면역질환이 그래서 생겼다. 세상에 하찮은 생명은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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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써요, 뭘 쓰라고요? 김용택 지음, 엄정원 그림 / 한솔수북
"자연의 소리를 받아쓰면 그것이 바로 글이 된다" 시인 김용택이 38년 동안 섬진강 시골 초등학교에서, 전국의 강연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했던 글쓰기 수업을 책으로 만난다. 시인의 수업 방식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요점이 머리에 쏙 들어온다. 보고, 듣고,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해서 표현하기까지 글쓰기의 출발점과 도착점이 짜임새 있게 정리되어 있다. 정교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습득하는 데 커다란 수고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연의 소리를 받아쓰면 그것이 바로 글이 된다’ 하니 이렇게 쉬운 글쓰기 수업이 또 없다.
아이들의 깨끗한 영혼이 그대로 묻어나는 아름다운 시 작품들은 책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물. 글쓰기가 이렇게 쉽고 재미있구나 감탄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된다. 김용택 시인은 자신이 언제부터 책과 사랑에 빠져 시인이 되었는지, 그리고 아이들에게서 배운 정직과 진실의 힘에 대해 특유의 입담으로 술술 풀어낸다. 무엇보다 독자를 벅차게 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왜 글을 쓰는지, 글쓰기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김용택 시인의 의견일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믿도록 하는 책이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 속에서 : 우리 반 어린이들에게 벚꽃을 보고 글을 써 보라고 했습니다. 벚나무 밑에서 놀다가 교실로 들어와 벚꽃을 떠올리며 글을 쓰라고 했지요. 그런데 성민이는 한 줄도 쓰지 않고 놀기만 했습니다. 내가 성민이에게 “성민아, 글 써라.” 그랬더니 성민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뭘 써요?”하고 물었습니다. 내가 다시 “시 쓰라고.” 그랬더니 성민이가 다시 “뭘 써요?” 그러는 거예요. 내가 성질이 나서 큰소리로 “아, 시 써서 내라고!” 그랬더니 성민이가 그때는 “네.”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참 있다가 성민이가 또 물었어요. “그런데 제목은 뭘 써요?” 내가 다시 “네 맘대로 써야지.” 그랬더니 성민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성민이가 「뭘 써요, 뭘 쓰라고요?」 이런 제목으로 글을 써 왔어요. 어때요? 내가 겪은 어느 한 순간을 붙잡아 글로 옮겨 보는 것! 바로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시 써라. / 뭘 써요? / 시 쓰라고. / 뭘 써요? / 시 써서 내라고! / 네. 제목을 뭘 써요? / 니 맘대로 해야지. / 뭘 쓰라고요? / 니 맘대로 쓰라고 / 뭘 쓰라고요? / 한번만 더하면 죽는다. – 문성민 「뭘 써요, 뭘 쓰라고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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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1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난설헌> 최문희, 이중섭에 숨을 불어넣다"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만난 이중섭, 김춘수) <난설헌>의 생애를 치밀하게 그려냈던 작가 최문희가 이중섭의 짧은 생에 숨을 불어넣었다. 이중섭의 서귀포 시절을 함께했던 여인, 이남덕 혹은 야마모토 마사코의 입을 통해 화가의 예술혼이 선명해진다.
황소, 까마귀, 아이들, 게, 서귀포... 외로운 화가 이중섭의 그림으로 만났던 순간이 문장을 만나 생생하게 살아난다. "우리 새끼 천당 가면 심심하니까 동무하라고 꼬마들을 그렸지"라는 말과 함께, 일찍 잃은 아이를 위해 군동화를 그려온 화가의 사랑, 지네에 물려 퍼렇게 부풀어오른 화가의 손을 내도록 혀로 빨아냈을 아내의 사랑이 지순하게 그려진다. 구상, 박인환, 김환기 같은 예술가와 교류하던 순간 역시 눈길을 끈다. 부산, 통영, 제주도를 떠돌던 외로운 화가 이중섭의 내밀한 이야기가 정돈된 문장에 담겨 독자에게 전해진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그가 쓰다 세이슈 교수에게 보여주었던 뼈대만 그린 소 그림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소가 가진 순응의 미덕을 배우는 거지요. 태어나자마자 코뚜레를 끼이고 목사리를 견디면서 뼈 빠지게 일하고 죽은 다음에도 남김없이 인간의 욕구에 헌신하는 가장 지고한 혼의 동물이라서 존경해요." 녹차 잔에 눈을 박은 채 그가 말을 이었다. "소는 조선 사람의 분신이에요. 물론 다른 소재도 그려요. 다만 소는 운명 같은 소재라서요." 늘 조금은 긴장해 있던 감정의 돌기들이 누그러진 것도 상대가 여자이기 때문이리라. 주변의 여학생들이나 대학생들도 모두 그들 두 사람에게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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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모래 구소은 지음 / 은행나무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1941년 5월, 기가 눌릴 만큼 위용이 대단한 배, 기미가요마루에 탑승하면서 한 잠녀 가족의 오랜 여행이 시작되었다. 제주 우도의 검은 모래 해안에서 일본의 화산섬 미야케지마까지, 제주도의 어느 잠녀 가족의 떠돎의 세월을 작가는 역사와 병치시켜 서술한다. 구월이 해금을 낳고, 메구미가 미유를 낳는 동안, 4대의 신산한 역사가 바다처럼 흐른다.
제주를 잊지 않은 2대 해금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버리고 일본인으로 편입하고 싶은 3대 건일(켄), 평범한 일본 여인으로 자라난 4대 미유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로 짝을 이루어 교차한다. 나라를 잃고, 전쟁에 휘말리고,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차별을 겪고 분단된 나라를 자각하는 동안, 검은 모래와 함께 가족의 삶은 계속되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백여 년의 세월과 함께 갈등과 오해, 용서와 평화를 이끌어가는 서사의 힘이다. 현기영, 김병택, 윤정모, 임헌영, 최원식으로 구성된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이 '소설에서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는 평과 함께 제주 4.3 평화문학상을 수여했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검은 모래 해안인 검멀레에는 고래들이 살았다는 고래콧구멍동굴이 있었다. 그 동굴을 향해 앉아 몸을 태우고 재잘거리며 보내는 시간들은 어찌 그리도 후딱 지나갈까. 얼마나 큰 고래이며 어떤 고래인지, 매일 같이 똑같은 상상을 해도 재밌었다. 더러는 미역이나 고춧잎, 무 또는 호박 등속을 말리고 있는 평상 귀퉁이에 앉아 말라가는 것들을 질겅질겅 씹으며 해가 옮겨가는 반경에 따라 만물이 그늘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느새 성인 티가 나는 쌍둥이 외사촌 오빠들이 다리가 불편한 외삼촌을 도와 잡아 온 물고기를 손질하는 것도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부모님이 풀어내는 보따리에서 딸려 나올 것들을 미리 상상하는 재미는 매번 짜릿했다. 두어 해를 우도에서 보낸 해금은 그때가 어린시절을 통틀어 가장 발랄하고 아름다운 시절이었음을 훗날 기억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