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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정민 지음 / 김영사

"조심하라, 바깥이 아닌 당신 마음을"
<일침>을 잇는 정민 교수의 따끔하고 묵직한 전언 <조심>. 제목 '조심'은 지유조심(只有操心)에서 나온 말로, 위험을 피하려 주변을 잘 살피는 의미로 쓰이지만, 본뜻은 마음을 잘 붙들어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말이다. 흔들리는 세상 역시 바로 잡아야겠지만, 동시에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잘 붙드는 게 중요하다는, 바깥이 아닌 안을 살피라는 말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네 글자의 행간을 읽어 깊은 뜻을 전하는 100가지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겼다.

지유조심에서 시작해 소년청우(少年聽雨)까지, 옛글을 오늘의 말로, 오늘의 상황을 옛 사람의 생각으로 풀어내는 정민 교수 특유의 세련된 감각과 간결한 글쓰기가 잘 버무려져 어느 하나 놓칠 곳이 없다.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오늘의 복잡한 세상을 옛글에 비추어 흐릿하던 시야가 청명하게 변하고 어느새 시절을 넘어설 새로운 혜안이 열리기도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중간에서 성실한 안내자이자 노련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정민 교수를 만난 일은 천만다행이라 하겠다.
- 인문 MD 박태근

책 속에서 :

세상은 바뀐 것은 하나도 없고 사람들은 답을 모르지 않는다. 물질의 삶은 진보를 거듭했지만 내면의 삶은 그만큼 더 황폐해졌다. 김매지 않은 마음 밭의 뒤뜰에 쑥대만 무성하다. 소음의 언어보다 안으로 고이는 말씀이 필요한 시대다.(서언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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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빠른 속도감과 섬세한 심리묘사를 겸비한 스릴러"
인생의 막다른 길에 다다른 남자가 한 여자를 납치한다. 그는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여자를 감금해 놓고 몸값을 받아낼 심산이었지만, 다른 범죄 때문에 경찰에 잡힌다. 여죄를 추궁받던 그는 형이 무거워질까 두려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납치 감금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 여자는 거기에 홀로 갇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영영. 그리고 2년 반이 흐른 뒤 남자는 출소하는데...

<폭스 밸리>는 초반부의 스토리만으로도 인간의 죄의식과 그에 따른 심리 묘사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사건 전개가 빨라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가운데, 샤를로테 링크는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희망과 두려움을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사건을 은폐한 범인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유사 범죄의 주체를 찾아내는 과정은 보편적인 스릴러의 즐거움을 안겨주며, 그 과정에서 복잡하게 얽힌 인물들의 욕망이 빚어내는 드라마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여러모로 여름에 읽기 좋은 재미난 작품이다.
 
- 소설 MD 최원호

책 속에서 :
바네사는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커.
마음속에서 누군가 그렇게 속삭였다.
그러니까 아직은 살인이 아니야. 여자를 풀어주면 정상을 참작해 의외로 관대한 처벌을 기대할 수도 있어. 하지만 납치감금 사실을 아예 숨기면?
그 경우 양심의 처벌을 받게 되겠지. 평생 고통스럽고 끔찍한 기억이 죽는 날까지 네 영혼을 괴롭힐 거야. 그렇지만 그 어떤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이야. 죽을 때까지 감방에서 썩는 것보다는 차라리 입을 다무는 편이 나아. 아니야, 아니야. 절대로 그럴 수 없어. 만약 그랬다가는 미쳐버리고 말 거야.
넌 악마 같은 자식이야.
아니야, 난 악마가 아니야. 단지 재수가 없었을 뿐이야. 끔찍한 불운이었을 뿐이라고!
라이언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울었다. 동굴 속에서 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을 바네사의 운명이 가엾어 울었다. 결국 자신이 아론 변호사에게 진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끝내 비겁한 삶을 선택하리란 걸 알기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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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경제학자라면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이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옥스퍼드 대학 친절한 경제 선생님의 1:1 맞춤 수업"
<경제학 콘서트>로 일상 경제학의 새 지평을 열었던 팀 하포드가 3년 만에 새로운 책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독자에게 경제를 운용하는 사람이 되어보라고 말하며, '가상 독자와 경제학자의 대화'라는 틀을 짜 넣었다. 마치 수업을 듣는 듯, 유쾌하고도 명쾌한 질문과 답이 책 속에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는 비싼 커피 값의 비밀,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심리학 등 개인의 선택과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제학은 경제학의 반만 아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신 크게 보아야 하는 경제 문제들을 제시하며 경제 안목을 넓힐 것을 조언한다.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타고난 재치는 이 거시경제학 입문 수업에도 물론 적용된다. 오래되어 먹을 수 없는 초콜릿 동전을 땅에 묻은 뒤, 사람들을 시켜 다시 파내게 한다면 경제에 도움이 될까? 수백만 파운드의 지폐를 태워버린다면 인플레이션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더 나아가 왜 포로수용소에서도 경기침체가 존재하는지, GNP와 국민행복지수가 말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등 흥미로운 사례와 생생한 설명으로 거시경제의 다양한 쟁점과 핵심을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
팀 하포드의 책은 무엇이든 기념할 만하다. 그는 경제학이라는 '음울한 학문'에 엄청난 즐거움을 부여하는 재주가 있다. -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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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안도현이 가슴으로 만난, 시인 백석"
시인 안도현은 스무 살 무렵부터 백석을 짝사랑했다. 백석의 시가 "내가 깃들일 거의 완전한 둥지"였으며 어떻게든 "백석을 베끼고 싶었다"고 고백하던 그가 백석의 생애를 문장으로 옮겼다. 오산학교 재학시절, 일본 유학생으로 보내던 시간, <사슴>을 세상에 내고 '여성'지 편집을 하던, 빛나는 문학청년의 시기, 만주 유랑, 북에 남은 후 노동자로서 보낸 삶을 성실한 자료조사와 함께 엮어낸다. 백석의 삶은 빛의 시기와 어둠의 시기가 교차한다. 위대한 시인의 조용한 죽음을 두고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평하는 부분에 이르면 고요한 감동이 느껴진다.

절창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발표에 얽힌 이야기, 널리 알려진 자야와의 사랑 이야기, 조용한 노동자로서 보낸 그의 말년 등 백석의 시를 사랑한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가 두루 실렸다. 백석의 삶의 궤적을 그가 남긴 시와 따라 읽노라면 어느덧 눈이 나리는 서북의 풍경이 그려질 듯하다.
 
- 소설 MD 김효선

책 속에서 :
"가난한 내가 /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는 표현은 분명히 문장구조의 인과관계를 무시하는 충돌이거나 모순이다. 가히 연애의 달인답다. 여기에 넘어가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이다. 내가 너를 사랑해서 이 우주에 눈이 내린다니! 그리하여 나는 가난하고, 너는 아름답다는 단순한 형용조차 찬란해진다. 첫눈이 내리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백석 이후에 이미 죽은 문장이 되고 말았다. 이 시를 비롯해 백석의 시에는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다. 그의 시에서 눈은 관서지방의 방언과 함께 북방 정서를 환기하는 주요한 재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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